[한마당] K원전 잭팟

이동훈 논설위원

대박으로 번역되는 잭팟(Jackpot)은 카지노의 슬롯머신에서 숫자 7이 세 번 연속 나올 때 받는 최고 당첨금을 뜻한다. 1880년대 영국에서 유행하던 포커게임에서 유래했다. 잭(J) 이상(J, Q, K, A)의 카드를 쥔 사람이 돈이 든 항아리(pot)를 열 수 있는 권한이 있다. 20여년 전 탤런트 손지창·오연수 부부가 미국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에서 6달러로 947만 달러 대박을 터트린 사례는 요즘에도 가끔 TV 방송에서 후일담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외국인들이 미국 카지노에서 잭팟을 터트리면 모처의 요원들이 나타나 미국 영주를 종용(?)한다. 거액을 자국에 투자하도록 하려는 것인데 자본주의 천국인 미국다운 발상이다. 불법 도박장이 아닌 한 당첨 확률은 프로그래밍돼 조작할 수 없지만 환수율 조정은 가능하다. 국내 유일 내국인 카지노인 강원랜드가 짜다고 소문난 것도 외국(95% 이상)보다 낮은 80~92%의 환수율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슬롯머신을 포함해 강원랜드의 전체 게임 환급률이 78.5% 수준으로 외국보다 3%포인트 낮다고 실토한 적이 있다.

그제 윤석열정부가 프랑스를 제치고 24조원의 체코 원전 수주 잭팟을 터트렸다. 15년 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주 금액 20조원을 넘는 금액이다. 팀코리아의 한국형 원전 수출 성공 쾌거가 반가운 건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른 5년 공백을 딛고 일어섰다는 점이다. 체코 원전 수주는 2022년 3월 입찰이 시작되기 전만 해도 순탄치 않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무엇보다 한국은 탈원전을 하면서 다른 나라에 원전을 판매하는 이율배반 때문에 외국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같은 해 5월 출범한 윤 정부가 국정과제로 원전 생태계 복원을 내세우고 이를 바탕으로 민관이 하나가 된 팀코리아의 눈물겨운 수주 노력 끝에 열매를 맺게 된 것이다. 지난해 부산 엑스포 유치전 실패 역시 윤 대통령의 원전 세일즈 외교에 값진 경험으로 작용한 듯해 K원전 잭팟이 도박이 아닌 역경 극복의 산물임을 보여준다.

이동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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