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플랫폼 경제의 쓴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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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인가 '탈팡'(쿠팡 탈출)인가.
기존 멤버십 가입자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 달 남짓이다.
유료회원 요금을 월 2900원에서 월 4990원으로 올릴 때는 그러려니 했지만 다음달부터 기존 회원에게도 월 7890원으로 한 '로켓 인상'이 현실화되자(신규 회원은 이미 지난 4월부터 인상) 의외로 타격이 크다는 사람이 많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급성장했던 플랫폼 경제는 저렴한 이용료와 제품 간 가격 비교가 가능한 환경, 빠른 배송 서비스 등이 장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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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인가 ‘탈팡’(쿠팡 탈출)인가. 기존 멤버십 가입자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 달 남짓이다. 쿠팡 앱에 접속할 때마다 ‘멤버십 월회비 인상에 동의하는지’ 큼지막한 문구로 물어보다가 최근엔 ‘동의한 뒤에도 해지할 수 있다’는 내용도 슬쩍 끼워놨는데 여간 고민스러운 일이 아니다. 유료회원 요금을 월 2900원에서 월 4990원으로 올릴 때는 그러려니 했지만 다음달부터 기존 회원에게도 월 7890원으로 한 ‘로켓 인상’이 현실화되자(신규 회원은 이미 지난 4월부터 인상) 의외로 타격이 크다는 사람이 많다. 2021년과 비교하면 3년 만에 약 3배가 되는 가격 인상은 충성고객 입장에서도 당혹스러운 탓이다.
물론 몇 천원으로 고민할 문제냐고 할 수도 있고 이것저것 받는 혜택 따져보면 인상된 가격으로도 활용할 가치가 있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하지만 소비에서 ‘가성비’를 따지는 건 당연한 시대 아닌가. 요즘 소비 트렌드가 양면성을 가지는 ‘앰비슈머’라는 분석도 있다. 특별한 의미가 부여된 가치소비에는 아낌없이 돈을 쓰지만 일상적 소비에서는 아끼는 게 일반적이라고 보면 시비할 문제는 아니다. 어쨌든 분명해진 사실은 플랫폼의 단맛을 주로 맛봤던 시대가 끝나고 본격적인 쓴맛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급성장했던 플랫폼 경제는 저렴한 이용료와 제품 간 가격 비교가 가능한 환경, 빠른 배송 서비스 등이 장점이었다. 그런 생태계의 좋은 측면에 익숙해질 무렵 단행된 가격 인상은 플랫폼 기업을 혁신의 아이콘에서 시장을 장악한 거대 독점사업자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이른바 ‘역 아마존 효과’다. 전자상거래 시장의 주축으로 합리적인 가격 소비를 가능케 했던 아마존이 독점적 지배력을 기반으로 가격을 올렸던 것처럼 초창기부터 아마존의 사업 모델을 모방했던 쿠팡 역시 이 길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배달의민족도 마찬가지다. 다음달 9일부터 배민1플러스 중개수수료를 6.8%에서 9.8%로 대폭 올리기로 했는데, 자영업자들의 반발이 크다. 점주들이 부담하는 배달료를 약간 낮춘다고 해도 중개수수료 인상 폭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업 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번 조치가 시행되면 소리소문 없이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배달의민족이 무료배달 경쟁에 뛰어들면서 소비자의 배달료 부담이 낮아질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실상은 제품 가격 자체가 오르거나 또는 배민 측이 새로 출시하는 월 3990원짜리 구독서비스를 가입해야 하는 부담도 있다.
소비자들과 자영업자들을 플랫폼 생태계에 가둬놓고 충성고객으로 만드는 ‘록인(lock-in) 전략’이 거부하기 힘든 청구서로 돌아온 셈이다. 기업들의 공격적 가격 인상은 어느 정도 예상됐지만 ‘배신감’이라는 키워드가 등장한 배경도 이런 인식이 때문일 것이다. 소비자나 자영업자 모두에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선을 넘어버렸다는 의미다. 그러나 기업들이 한 번 넘어버린 선을 두 번 넘는 것은 어렵지 않고, 적절한 규제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소비자들의 편익이나 자영업자들의 영업 환경은 점점 더 후퇴할 것이다.
특히 플랫폼 기업들은 이미 자신의 파워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 생태계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많은 이들이 익숙해졌고 너무 깊숙이 일상으로 파고든 탓에 소비자나 자영업자들이 이탈한다 하더라도 기업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지는 불투명하다. 다만 플랫폼 경제가 애초에 약속했던 소비자의 편익이나 자영업자들과의 상생과는 거리가 먼 쪽으로 이동하면서 서비스에 대한 피로감이 훨씬 커졌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백상진 뉴미디어팀장 shar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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