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뉴노멀이 된 극한 호우…치수 전략 다시 손질해야
이번 장마에 시간당 100㎜ 이상 호우 빈번해져
‘100년 빈도’에 맞춰진 홍수대책 전면 재점검을
장마가 북상해 수도권에 폭포 같은 비를 이틀째 쏟아부었다. 요즘 장마는 남북으로 좁은 강수대 안에서도 일부 지역에만 집중적으로 비를 뿌리는 양상을 보인다. 지난주 전북 군산의 어청도에 한 시간 동안 146㎜가 내린 것을 비롯해 시간당 100㎜ 넘는 비가 온 곳이 속출했고, 경기도 파주와 인천시 강화 등 하루 300㎜가 넘는 강수량을 기록한 곳도 많다. 인적·물적 피해도 상당하다.
100~200년 만에 한 번 올 수 있는 확률에 해당하는 극한의 강수량이 요즘은 이처럼 수시로 나타나고 있다. 대부분의 기존 기반시설은 100년 빈도의 호우에 맞춰 설계됐지만, 이를 훌쩍 넘는 비가 내리면 재난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2022년 서울 신도림 반지하 주택 침수로 주민이 사망할 당시 동작구엔 시간당 141㎜가 쏟아졌다. 지난해 오송 참사의 원인이 된 미호천 임시 제방은 100년 빈도의 홍수에 대비한 높이보다 1m가량 높았는데도 붕괴했다.
극한의 호우가 뉴노멀이 된 만큼 전반적인 치수(治水) 전략도 새롭게 정비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환경부는 2년 연속 대형 물난리를 겪고 난 지난해 말에야 댐 10곳을 새로 짓거나 리모델링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 대상지도 정하지 못했다. 지방하천 일부를 국가가 관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세부적 내용은 감감무소식이다. 수질 관리에만 천착해 온 환경부의 특성상 바뀐 상황에 민첩하게 대처하기 어렵다면 물 관리 컨트롤 타워에 대해 재고해 보는 것도 필요한 시점이다.
제방과 하수 처리 능력의 기준이 되는 홍수 방어 설계 기준에 대한 재검토도 필요하다. 현재 국가하천은 100~200년, 지방하천은 50~200년 빈도의 호우에 대비할 수 있도록 제방 설계 기준이 정해져 있다. 소하천의 경우 올 초에야 도심 지역만 50~200년으로 높였다. 그나마 새로 정비사업을 할 경우에나 적용된다. 하수 처리 능력 기준은 대체로 50~80년 빈도의 강수량에 맞춰져 있고, 서울만 2022년 100년 빈도인 시간당 100~110㎜로 높였다. 그런데 이 정도 비는 그리 대단한 양도 아닌 상황이다. 비가 내릴 때마다 하천이 넘치거나 하수도가 역류할 가능성을 걱정해야 한다면 기준 자체를 높이는 게 마땅하다. 아울러 지하차도와 주차장, 반지하 주택 등 수없이 늘어난 지하 공간에 대한 홍수 방어 대책도 이번 기회에 근본적으로 정립할 필요가 있다.
기후 재앙은 현실이 됐다. 최근 25년간 극한 호우(시간당 50㎜ 이상, 세 시간 90㎜ 이상)가 이전 25년보다 85%나 늘었다고 한다. 앞으로는 더 빈번해지고 규모도 커질 것이다. 예고가 된 상황에서 준비하지 않는 것은 국민 생명을 가벼이 여기는 중대한 직무 태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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