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우진의 돈의 세계] RISC의 기회

2024. 7. 19.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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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우진 경제칼럼니스트·글쟁이㈜ 대표

이진법을 바탕으로 건설된 반도체 세계는 두어 가지 기준으로 양분된다. 메모리와 비메모리로 나뉘고, 팹리스와 파운드리로 구분된다. 덜 알려진 두 줄기가 있으니, CISC와 RISC다. 둘은 마이크로프로세서 설계의 밑그림이다. 간략한 명칭인 아키텍처라고도 불린다.

CISC는 복잡(Complex)하고, 이를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칩도 그렇다. RISC는 단순하다(Reduced). (C와 R 뒤 ISC는 Instruction Set Computing의 두문자.) CISC가 RISC에 비해 좋은 점은 프로그래밍이 더 쉽다는 것이다. RISC는 CISC보다 전력을 덜 쓴다.

CISC 칩 중 인텔의 x86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가 가장 성공했다. ‘칩질라’ 인텔이 장악한 CPU 시장에 RISC는 발을 붙이지 못한다. RISC가 처음 발견한 기회는 휴대폰이다. RISC 기반 저전력 칩이 내장된, 작고 가볍고 장시간 통화가 가능한 휴대폰이 개발된다. 1998년 나온 노키아 6110 휴대폰이다. 노키아가 세계 시장을 휩쓸자 다른 휴대폰 회사들도 RISC 칩을 채택한다.

노키아에 이어 애플이 RISC의 단짝이 된다. 아이팟을 시작으로 아이폰, 아이패드의 두뇌가 RISC로 설계된다. RISC 아키텍처를 제공하고 로열티를 받는 회사가 손정의 회장이 인수했다가 일부 상장한 ARM이다. 휴대기기에 이어 데이터센터 서버용 등으로 ARM은 RISC 아키텍처를 확장해왔다.

권토중래. CISC를 기반으로 한 인텔과 AMD가 여전히 과점하고 있는 프로세서 시장에 ARM의 RISC가 도전장을 던졌다. 전면에 나선 회사는 퀄컴이고, 품목은 RISC로 설계된 스냅드래곤X 시리즈 프로세서. 이 프로세서를 탑재한 인공지능(AI) PC를 삼성전자 등이 최근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5년 내 윈도 PC 프로세서의 절반. ARM이 잡은 목표다. AMD와 엔비디아도 RISC 칩을 개발 중이라고 알려졌다. 이 RISC에 인텔은 어떻게 대응할까?

백우진 경제칼럼니스트·글쟁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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