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석천의 컷 cut] 결국 바로잡힐 것이란 희망
폴란드 영화 ‘포가튼 러브’는 비극으로 출발한다. 유능한 의사 라파우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성실하게 실천한다. 다치거나 아픈 사람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문제는 착하게 산다고 행복이 지속되진 않는다는 것이다. 라파우는 어린 딸을 데리고 가출한 아내를 찾아 나섰다가 강도들에게 머리를 심하게 다친다. 동료 의사는 그 현장을 목격하고도 질투심에 등을 돌린다.
15년 후, 기억을 잃은 라파우는 부랑자로 비루하게 살아가고 있다. 손의 감각은 살아 있는 걸까. 한 마을에 정착한 그는 가난한 이웃들의 병을 치료해주며 생활한다. 아름답게 성장한 딸과 재회하지만 둘은 서로를 알아보지 못한다. 운명은 그들을 점점 더 가파른 벼랑으로 몰고 간다. 과연 구원은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영화 중반 넘어까지 가슴 답답함이 이어진다. 결국 바로잡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희망 때문이다. 희망은 우리를 지치게도 하고, 힘을 주기도 한다. ‘희망 고문’이란 말이 나온 것도 그만큼 인간이 희망을 저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린 최악의 조건에서도 본능적으로 희망을 품고 그 희망을 이룰 방법을 모색한다.
당신은 “해피 엔딩은 영화에나 존재하는 것”이라고 말할지 모른다.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찾는 이유는 희망을 희망하기 때문이다. 다수가 원하는 것이라면 이뤄지지 않는 것보다 이루어지는 것이 논리적이지 않을까. 그편이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
물론 희망이 이루어지는 시점과 모습과 방식은 예측하기 어렵다. 기대했던 사람이 실망을 주기도 하고, 기대하지 않았던 사람이 도움이 되기도 한다. “포기하지 마. 계속 싸워.” 라파우가 건네는 말이다. 시간이 걸려도 괜찮다. 상처투성이더라도 괜찮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면 희망은 어느 날 우리 앞에 서 있을 것이다. 신파 같다고 해도 나는 그쪽에 걸고 싶다.
권석천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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