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혁의 마켓 나우] 인덱스 투자는 이제 보수적 투자가 아니다
2023년은 펀드 업계에서 역사적인 해이다. 미국에서 인덱스 펀드가 탄생한 1976년 이후 처음으로 운용자산 규모에서 인덱스 펀드가 액티브 펀드를 앞섰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에 걸쳐 투자 성과와 비용 측면에서 인덱스 투자의 우월함이 입증된 결과다. 인덱스 투자의 또 다른 장점으로 ‘분산 투자 효과’를 꼽을 수 있다. 주가 지수에 속한 모든 기업에 골고루 투자함으로써 개별 주가 움직임으로 인한 수익 변동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분산 투자로 수익의 변동을 줄이는 대신, 시장 평균 수준의 수익을 추구하는 보수적 투자를 지향한다.
최근 주요 주가지수의 구성 변화는 인덱스 투자의 분산 투자 효과에 의문을 품게 한다. 소수 종목에서 쏠림 현상이 계속되면서 특정 업종과 종목이 인덱스 투자에 미치는 영향이 커졌다. 2022년 말부터 본격화된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은 주식시장의 ‘집중도’를 가속했다. 엔비디아를 필두로 AI 대표 주자로 꼽히는 마이크로소프트·메타·아마존·구글 등 빅테크 주식의 시가 총액이 크게 늘면서 이 종목들이 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급증한 것이다.
S&P500 지수에서 시총 순위 10대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4년 6월 말 기준 37%로 198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업종별 비중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나타난다. 최대 업종인 IT가 전체의 32%를 차지하고, 여기에 2위 업종인 금융을 더하면 그 비중이 44%다. 결국 지금의 S&P500 인덱스 투자는 AI로 대표되는 IT 업종과 금융 업종에 대한 투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승자 독식의 강세장은 인덱스 투자에 양날의 칼로 작용할 수 있다. 일부 대형 종목의 선전으로 기대 이상의 수익을 거둘 수 있지만, 분산 투자 효과는 제대로 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가지수의 집중도가 높아질수록 ‘시장의 되돌림’이 초래할 수 있는 잠재적 손실에 대한 부담도 커진다.
높은 시장 집중도는 IT 업종을 중심으로 시장의 높은 기대가 반영된 결과다. 기업의 미래 성장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나타내는 주가순이익비율(PER)이 장기 평균 수준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2024년 6월 말 기준 IT 업종의 PER은 30배로 지난 20년 평균인 18배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이고, 그 영향으로 S&P500 지수의 PER도 21배로 20년 평균인 15배를 크게 웃돈다.
장기 투자에서 주식 시장의 승자 독식을 즐기는 최선의 전략이 인덱스 투자라는 필자의 생각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시장의 움직임에는 항상 주기가 있다. 지금의 시장 상황은 자산수익률은 장기 평균으로 돌아가는 경향이 있다는 ‘평균 회귀’를 떠올리게 한다.
최정혁 한양사이버대 경제금융자산관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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