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폴란드서 ‘신호탄’…새 분기점 맞은 ‘K원전 르네상스’
수출 날개 펴는 한국 원전
올해 2월23일(현지시각)에는 현대건설이 불가리아의 코즐루두아 원전 건설의 시공 일감(사업비 9조원 안팎 추정)을 사실상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다.
이런 노력이 쌓이면서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원전 설비 수출액은 4조100억원으로 문 정부 때인 2017~2021년 수출액(5900억원)의 6.8배에 달했다. 원전 업계 매출은 2021년 21조6000억원 수준에서 2022년 25조4000억원으로 4조원 가까이 늘었다.
지난 17일엔 한국의 ‘팀코리아 컨소시엄’(한수원·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이 체코 원전 건설 사업(사업비 24조원 이상)을 사실상 수주(우선협상자로 선정)하면서 새로운 분기점을 맞았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총 4기) 수주 이후 15년 만에 한국이 EPC(엔지니어링·구매·시공) 전반에 걸친 대규모 원전 사업을 수주해서다.
체코 사업 수주로 원전업계의 회복을 가속하는 ‘K원전 르네상스’가 열리고 있다는 평가(노동석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원전소통지원센터장)가 나온다. 사업 자체만으로 15년가량 동안 시공, 설계, 운전, 정비 등 원전 생태계 전반에 일감을 공급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수혜 기업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전부 망라한다. 18일 중소기업중앙회은 논평을 내고 “대기업에 납품하는 수많은 원전 중소기업에도 낙수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한상공회의소도 “신규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체코 사업 수주는 앞으로 다른 유럽연합(EU) 국가 등에서 나올 대규모 원전 일감을 수주하는 데 발판 역할도 할 전망이다. 허민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정치적 영향력이 큰 유럽에서의 수주 성공은 한국 원전의 가격 경쟁력, 공사기간 준수, 원전 밸류체인 지원 능력 등이 정치적 영향력보다 우위에 설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최근 윤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 회의에 참석했을 당시 네덜란드·스웨덴·핀란드뿐만 아니라 영국 정상과의 회담에서도 원전 이야기가 나왔다”고 전했다.
향후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은 정권 교체 등에 따라 다시 문 정부 때처럼 탈원전 정책으로 회귀할 가능성이다. 에너지원 가운데 원전을 인위적으로 배제하면 국내 원전업 생태계가 수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하는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해외 여러 곳에서 ‘원전 정책이 바뀌지 않는다는 보장을 하라’는 이야기를 한다”며 “정책 환경을 안정적으로 끌고 갈 수 있도록 국회와 함께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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