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재야' 장기표, 말기암 투병 고백…"나라 꼴 보면 자괴감"
‘영원한 재야’로 불리는 장기표(78) 신문명정책연구원 원장이 말기암 투병 소식을 알렸다.
장 원장은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담낭암 말기’로 투병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오늘 저는 말씀드리기 대단히 어려운 일을 말씀드리려 한다”며 “며칠 전에 건강상태가 안 좋아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은 결과 담낭암이 다른 장기에까지 전이되어 치료가 어렵다는 판정을 받았다”고 적었다.
이어 “당혹스럽지만 살 만큼 살았고, 한 만큼 했으며, 또 이룰 만큼 이루었으니 아무 미련 없이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한다”고 했다. 그는 “자연의 순환질서 곧 자연의 이법에 따른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해온 사람이기에 자연의 이법에 따른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했다.
장 원장은 그러면서 “요즘 대한민국이 돌아가는 꼴을 보노라면 이런 나라 만들려고 그토록 열심히 노력해왔나 싶어 자괴감이 들지 않을 수 없다”며 “무지의 광란이라 불러 마땅할 팬덤정치가 횡행하여 이러다가 나라가 망하는 게 아닐까 하는 우려마저 든다”고 했다.
그는 “저의 뜻을 존중해서 여러 어려운 사정에서도 물심양면의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에게 기대에 부응하기는커녕 갑자기 죽음이 임박했다는 소식을 전하게 되어 정말 죄송하다”고 마무리했다.
장 원장은 50년이 넘는 긴 기간 학생운동, 노동운동, 재야민주화운동의 한가운데서 운동의 방향을 제시하면서 온몸으로 투쟁해온 한국 민주화운동의 상징적 인물이다. 민중당 등 여러 정당 창당에 관여하고 1992년부터 7차례 국회의원 선거에 도전헸지만 국회에 진입하지 못해 ‘영원한 재야’로 불린다.
경남 밀양군 상남면에서 태어나 김해군이북면 장방리에서 어린시절을 보낸 그는 서울대학교 법대 재학시절인 1970년 11월 노동운동가 전태일의 분신자살 소식을 접하고 서울대학교 학생장으로 치르겠다고 가족에게 제의하며 세간에 이름을 알렸다.
이후 유신체제와 군부독재에 대항하는 민주화운동을 계속한 그는 1972년 서울대생 내란음모 사건을 시작으로 1970-80년대에 수차례 복역하기도 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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