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병원, 전공의 7648명 사직 처리…서울대병원 등은 정부에 '반기'
전국 수련병원들이 사직 처리한 전공의 규모가 7648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병원은 하반기 전공의 모집(9월 수련)에서 7707명을 모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대병원과 지역 대학병원 등은 하반기 충원을 최소화하거나 전공의 사직 처리를 보류하면서 정부 방침과 충돌하는 모양새다.
보건복지부는 17일까지 전국 수련병원에서 제출된 하반기 전공의 모집 관련 결원 규모 및 모집 인원을 취합한 결과를 18일 공개했다. 전공의를 채용한 151개 병원 중 110개 병원에서 사직 처리 결과를 제출했다. 이에 따르면 올해 3월 임용대상자 1만3531명 중 7648명(56.5%)이 사직(임용 포기 포함) 처리됐다. 인턴은 96.2%, 레지던트는 44.9%가 사직했다. 특히 '빅5' 병원의 전공의 사직률은 약 92%로 집계됐다.
이를 바탕으로 수련병원들은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서 7707명을 뽑겠다고 신청했다. 인턴은 2557명, 레지던트는 5150명이다. 모집 신청 규모는 총 정원에서 결원을 제외한 것으로, 사직자 수보다 많을 수 있다. 복지부는 19일까지 이러한 모집 인원에 대한 검증 절차를 거친 뒤, 22일에 모집 공고를 낸다는 계획이다.
빅5 등 주요 병원은 고민 끝에 미응답자에 대한 일괄 사직 처리 등을 완료하고, 결원 규모도 보고했다. 하지만 일부 병원은 미응답 전공의들의 사직 처리를 않거나 하반기 모집 인원을 줄이는 식으로 정부에 '반기'를 들었다. 실제로 41곳이 전공의 사직 결과를 아예 내지 않았다.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18일 "전공의 결원을 하반기 모집으로 갈라치기 하려는 정부 꼼수는 지역·필수의료 몰락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가져올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서울대병원은 소속 전공의 806명 중 739명이 사직했다. 하지만 하반기 모집 신청 인원은 191명에 그쳤다. 상당수 전공의의 빈자리를 그대로 두는 셈이다. 이는 병원 교수들과 전공의 반발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익명을 요청한 서울대병원 교수는 "전공의들이 나중에라도 돌아올 수 있는 상황이 됐을 때, 그들 자리를 다시 돌려주고 싶은 교수들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대병원과 울산대병원, 전남대병원 등은 미복귀 전공의들에 대한 사직을 보류했다.
사직자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모집 인원을 신청한 병원은 전북대병원(30.4%), 서울대병원(25.8%), 전남대병원(24.5%), 분당서울대병원(4.3%), 부산대병원(1.6%) 등이었다. 특히 부산대병원은 하반기 충원 인원으로 단 1명만 신청했다. 한 국립대병원 관계자는 "각 진료과에서 (충원) 요청이 없는데 병원 차원에서 뽑겠다고 할 수가 없었다"면서 "서울대병원이 정부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은 것도 영향을 미친 거로 보인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들 병원에 대해 내년 전공의 정원 감축 등 '페널티' 적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국일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대본 브리핑에서 "(미제출 병원은) 전공의 감원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고, 감원 규모는 사정을 고려해서 판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공의 공백이 내년 초까지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정부로선 더 내놓을 카드가 마땅치 않은 편이다. 정부는 '수련 특례'를 내세워 사직 전공의의 9월 수련 재응시를 적극 독려한다는 계획이다. 지원 시 지역 제한도 안 걸기로 했다. 하지만 사직·복귀 여부도 밝히지 않은 전공의가 대부분인 만큼 지원자가 적을 거란 관측이 많다.
정부는 전공의 의존도가 높은 대형병원을 전문의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하겠다는 목표다. 진료 지원(PA) 인력 등도 늘린다는 계획이지만, 전공의가 당장 복귀하지 않으면 경증·중등도 환자 등의 진료 문턱은 높아질 전망이다. 김국일 정책관은 "상급종합병원이 중증·응급환자 중심으로 돌아가도록 개편을 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종훈ㆍ남수현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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