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악천후에 또 오물풍선… '의외의 도발' 뒤에 숨은 노림수는
북한이 이틀 전 ‘새로운 방식’을 운운하며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에 대응하겠다고 한 엄포와 다르게 이번에도 오물풍선 살포라는 기존 방식의 도발을 이어갔다. 군 당국은 악천후에도 불구하고 풍선을 띄운 북한의 의도를 파악하면서 다른 추가 도발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18일 오후 “북한이 대남 오물풍선으로 추정되는 물체를 또다시 부양하고 있다”며 “현재 풍향은 서풍으로 오물풍선 추정 물체는 경기 북부 지역으로 이동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민 여러분은 적재물 낙하에 주의하고, 떨어진 풍선을 발견하면 접촉하지 말고 가까운 군부대나 경찰에 신고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북한의 오물풍선 도발은 이번이 8번째로 지난달 26일 이후 22일 만이다. 군 관계자는 “풍선 개수와 내용물 등은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며 “피해 발생 상황도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응 수위와 방식 등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군 안팎에선 이번 도발을 놓고 의외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풍선을 띄우기엔 기상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에서다. 현재 전방 지역 풍향은 서풍으로 형성된 가운데 일부 남서풍이 부는 곳도 있다. 낮에 비해 폭우가 쏟아질 확률은 낮아졌지만 약한 비가 내릴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도발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을 감수하고 행동에 나선 셈이다.
이 때문에 북한이 새로운 방식의 도발을 시사했으면서도 마땅한 선택지를 찾지 못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16일 담화를 통해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비난하며 "(전달 살포가) 계속될 경우 우리의 대응 방식의 변화가 불가피하게 제기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를 두고 정부 안팎에서는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한 대응이 오물풍선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로 읽혔다.
그러자 군 당국은 다음날인 17일 북한이 집중호우 때 지뢰를 하천에 흘려보내거나 황강댐 등 남북공유하천에 기습 방류를 감행하는 식으로 국민 피해를 유발할 가능성을 제기하며 신원식 국방부 장관 주관 긴급지휘관회의를 열었다. “새로운 방식의 도발 준비 정황을 철저히 감시하고 있다”는 뜻으로 사실상의 공개 경고를 날린 것이다.
일각에선 북한이 오물풍선으로 주의가 분산되는 틈을 타 다른 방식의 도발을 본격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군 관계자는 “복합도발 가능성을 면밀히 들여다보면서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근평·이유정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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