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농사 엎어진" 방축마을 찾은 이재명, '특별재난지역' 힘 실었다

복건우 2024. 7. 18.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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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15분 작업 후 15분 브리핑 "기후위기 대책 강구... 채 상병 특검도 관철해야"

[복건우 기자]

 더불어민주당 8·18 전당대회에 출마한 당대표 후보와 최고위원 후보들이 18일 전북 익산시 망성면 방축마을에서 수해복구 지원 활동에 나섰다.
ⓒ 복건우
 
"십날(7월 10일) 비닐하우스가 폭삭 들어가부렸잖아."

지난주 집중호우로 올해 수박 농사를 망친 방축마을(전북 익산시 망성면 내촌리) 주민 배정길(64)씨의 말이었다. 수해가 마을을 할퀴고 간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농가의 피해 상황은 복구되지 않았고 농민들의 가슴은 갈라지고 있었다.

18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당대표와 최고위원 후보들이 방축마을 농민들의 복구작업을 도왔다. 이날 오전 첫 당대표 후보 토론회를 마치고 채 상병 추모 시민 분향소를 들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오후께 마을을 잠시 찾아 익산 지역의 특별재난지역 지정을 촉구했다.

지난해 7월 집중호우 현장에서 실종자 수색 중 숨진 해병대 채 상병 사망 1주기를 하루 앞둔 이날 <오마이뉴스>는 이재명 후보에게 채 상병 특검법 재의결 전략이 무엇인지 물었다.

오전 토론회에서 '특검법 제3자 추천안'에 선을 그었던 이 후보는 "민주당이 힘을 모아 특검법 관철을 위해 노력할 것으로 믿는다"라고 답했다. 현재 재의결을 앞두고 있는 특검법안을 고수하겠단 입장을 재확인한 것인데, 다만 재의결에 필요한 여당 이탈표와 여론을 끌어모을 구체적 방법은 언급하지 않았다.

"양수기 뿜어대도 안 돼"... 방축마을 농민의 호소
  
 18일 전북 익산시 망성면 방축마을에서 40년째 수박 농사를 짓는 배정길씨가 지난 10일 집중호우 당시 비닐하우스 일대 물살이 불어난 사진을 기자에게 보여주고 있다.
ⓒ 복건우
 
방축마을 피해복구 작업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이어졌다. 익산역에서 마을이 있는 망성면으로 향하는 찻길(익산시 낭산면 인근)부터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기습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이날 오전 익산시 일대에는 호우 특보가 내려진 상태였다. 기자를 태운 택시 기사는 "앞이 안 보이네. 낮부터 이렇게 비가 온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고속도로에서 진짜 위험하겠네요"라며 속도를 줄였다. 빗물이 차체에 다닥다닥 부딪치는 소리가 쉴 새 없이 귀에 꽂혔다.

방축마을 입구와 마을회관(전북 익산시 방축길) 앞 집결 부스에는 민주당 의원들의 수해복구 작업을 환영하는 마을 주민들의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정헌율 익산시장과 이개호·전현희·한준호 등 민주당 의원들, 그리고 파란 조끼를 입은 당원 수십 명이 비닐 우비를 뒤집어쓰고 조를 나눠 오전부터 복구작업에 착수했다. 천막 부스가 흔들릴 정도로 비바람이 몰아칠 때마다 마을 한가운데를 통과하는 내천으로 황토색 흙탕물이 쓸려 내려갔다.

지난주 방축마을에서 이 흙탕물은 인도를 범람해 농가 비닐하우스를 뒤덮었다. 이곳에서 40년째 수박 농사를 짓는 배정길씨 부부는 "비닐하우스가 폭삭 들어가부렸잖아"라며 일주일 전(7월 10일) 폭우가 내리던 당시 사진들을 보여주었다. 3600평 규모 농가에서 5000알 넘는 수박이 수확 당일 흙탕물과 흙더미에 묻혀 쪼개지고 버려졌다. 배씨는 "양수기로 물을 뿜어대도 안 돼. 비가 비닐하우스 가운데까지 찼는데 농민들은 누구한테 하소연하냐 이거야"라며 한숨을 지었다.

지난주부터 전국 곳곳에 기습폭우가 내리면서 호남지역 농가 피해가 속출했다.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이곳 익산 망성면 일대는 400mm가 넘는 누적 강수량으로 비닐하우스가 물에 잠기는 등 198억 원 규모의 피해를 입었고, 주민들은 인근 경로당이나 초등학교로 긴급 대피했다. 그러나 익산시는 지난해와 달리 올해엔 아직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8·18 전당대회에 출마한 당대표 후보와 최고위원 후보들이 18일 전북 익산시 망성면 방축마을에서 수해복구 지원 활동에 나섰다.
ⓒ 복건우
 
민주당 의원들과 당원들은 이날 오전 내내 수박을 덮고 있던 검은 비닐과 수박 받침대를 배씨 부부와 함께 정리했다. 배씨는 "한 해 농사가 엎어졌는데 왜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안 해주냐 이거야. 작년보다 올해 비가 더 왔는데 빚은 빚대로 지고 작물은 작물대로 어떻게 하라는 거야"라며 정부의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요청했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되면 해당 지자체 주민에게 재난지원금과 공공요금 감면 등이 주어진다.

이재명 후보는 이날 오전 첫 당대표 후보자 토론회를 마치고 방축마을로 이동해 오후부터 복구작업에 합류했다. 김지수 당대표 후보와 최고위원 후보자 6명(강선우·김병주·민형배·이언주·전현희·한준호)도 함께했다. 다만 김두관 당대표 후보와 김민석·정봉주 최고위원 후보는 불참했다.

"재정 소요돼도"... 기후위기 대책 강조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8·18 전당대회에 출마한 당대표 후보와 최고위원 후보들이 18일 전북 익산시 망성면 방축마을에서 수해복구 지원 활동에 나섰다.
ⓒ 복건우
 
이날 이 후보가 복구작업에 나선 비닐하우스는 방울토마토를 생산하는 농가였다. 이곳 비닐하우스를 운영하는 농장 주인도 폭우로 물살이 불어난 지난주를 떠올리며 "대피도 대피인데 비닐하우스 때문에 걱정이었지. 내천 물살이 인도까지 흘러와 빗물이 다리까지 철렁철렁했지"라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과 호남지역 시의원들이 이 비닐하우스의 복구작업을 도왔다.

오후 2시께 농가에 도착한 이 후보는 먼저 작업 중인 의원들과 인사를 나눈 뒤 "열심히 하고 있죠"라며 웃어 보였다. 이 후보가 비닐하우스로 들어가자 취재진 십수 명이 그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이 후보가 방울토마토 덩굴 더미를 제거할 때마다 카메라 플래시들이 번쩍였다. 이 후보는 비닐하우스 끝과 끝을 두 번 왔다 갔다 하며 민형배·이성윤·전현희 의원과 함께 덩굴 더미를 수레에 실어 옮겼다. 이 후보의 복구작업은 15분 만에 끝났다.

이어지는 15분의 질의응답에서 이 후보는 '기후위기'를 수차례 언급했다. 이 후보는 "작년에 이어 동일한 곳에서 동일한 수재가 발생한 것은 기후위기에 따른 기후 불안정이 주원인"이라며 "100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강우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계속됐기 때문에 기존 방재시설로는 대응이 부족하다. 많은 재정이 소요되더라도 직면할 수밖에 없는 위기이니 근본적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익산시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데 대해서는 "제가 지금 평당원이라 당 방침에 이렇다 저렇다 말하긴 어렵지만 민생을 살펴야 하는 민주당 입장에선 국가가 가진 권능과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 국민들의 어려운 현실을 타개할 수 있어야 한다"라며 "특별재난지역은 지금도 제도상으로 가능하니 지정해야 할 것 같고 재정 지원 방안도 신속히 강구해야 할 것 같다"라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 8·18 전당대회에 출마한 당대표 후보와 최고위원 후보들이 18일 전북 익산시 망성면 방축마을에서 수해복구 지원 활동에 나선 가운데 이재명 당대표 후보가 복구작업을 마치고 나와 당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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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경북 예성천 집중호우 현장에서 실종자 수색 중 숨진 채 상병 1주기를 앞두고는 "오늘 아침 채 상병 분향소를 들렀다. 채 상병 문제는 재난을 넘어 국가가 불필요한 희생을 강요하고 그 억울한 죽음의 원인을 밝히는 데 개입하고 방해했다는 것이 의심된다. 특검을 통해 신속하게 진상을 규명하고 또 진상규명 방해 행위에 엄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당대표 후보자 토론회에서 이 후보는 '채 상병 특검법 제3안(대법원장 또는 대한변호사협회 추천)을 고려할 수 있느냐'는 사회자 질문에 반대 입장을 내놨다. 다만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특검법이 국회 재표결에서 폐기될 가능성을 고려해 상설특검을 함께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이 후보 발언은 현재안을 고수하는 대신 재표결에서 여당 이탈표를 최대한 끌어내겠단 계획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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