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패트 논란 하루만에 사과…與 내부 “선 넘었다” 비판 쇄도

이창훈 2024. 7. 18.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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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책임당원 투표(19~20일)를 하루 앞둔 18일 한동훈 후보가 패스트트랙 공소 취소와 관련된 자신의 발언을 사과했다. 지난해 12월 정치 입문 이후 자신의 발언에 대한 첫 직접 사과였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책임당원 투표를 하루 앞둔 18일 여의도당사에서 열린 서울시당 여성위원회 대회에서 후보들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나경원(왼쪽부터)·원희룡·윤상현·한동훈 후보. 연합뉴스


한 후보는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으로 고생하는 분들을 폄훼하려는 생각이 아니었다”며 “사전에 준비되지 않은 말이었다. 신중하지 못했던 점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적었다. 한 후보는 전날 오전 방송토론회 중 “(나경원 후보가) 패스트트랙 사건의 공소 취소를 요청했다”는 사실을 공개해 논란을 자초했다. 한 후보는 1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법무부 장관은 공소 취소할 권한이 없다. 구체적인 사건 수사에 관여할 수 없다는 걸 설명하는 과정에서 말씀드렸다”며 “저도 말하고 ‘아차’ 했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패스트트랙 사건은 2019년 4월 국회에서 벌어진 물리적 충돌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법안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을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이려 하자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이 이를 막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당시 자유한국당은 민주당의 법안 강행 처리를 막기 위해 국회사무처 의안과 사무실을 점거하고 회의장 앞을 막는 등 물리력을 동원했고, 해산 과정에서 망치와 빠루(쇠 지렛대) 등 연장까지 등장했다. 당시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등 자유한국당 지도부와 전·현직 의원 23명, 민주당 전·현직 의원 5명이 국회법 위반과 공동폭행 등의 혐의로 각각 기소됐다. 현재 국민의힘 현역 중에선 나경원·윤한홍·이만희·이철규·김정재·송언석 의원이 재판을 받고 있다.

공식 사과 전까지 경쟁 후보들은 한 후보를 맹공했다. 나 후보는 18일 오전 한 포럼 행사에서 “민주당의 의회 폭주는 말도 안 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을 패스트트랙에 태우면서 시작됐다”며 “우리가 맨몸으로 막았고, 결국 다 재판받고 있다. 문재인 정권의 야당 탄압 기소였다”고 지적했다. 원희룡 후보도 “동지 의식이 없다. 누구든 궁지로 몰아서 나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윤상현 후보는 “선을 넘는 발언”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당 대표 후보가 18일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시의회 의원간담회에 참석하기에 앞서 '패스트트랙 투쟁 폄훼 한동훈 후보 당대표 자격 없다'가 적힌 피켓을 든 이희원 서울시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른 의원도 들끓었다. 윤한홍 의원은 이날 오전 9시쯤 여당 의원이 모인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에 “당의 총력 투쟁이었고 정권 교체되면 자연스럽게 공소 취소가 될 것으로 믿었다”며 “당 대표가 되겠다는 사람이 한 말씀이 맞는지 믿을 수 없다”고 글을 올렸다. 그러자 이철규 의원은 1시간 뒤 “27번 피고인이다. 그 시절 치열한 투쟁과 희생이 있어서 정권이 교체됐다”며 “잘못된 기소는 취소되는 게 맞다”고 호응했다. “처절한 투쟁이 비아냥 소재로 전락하는 건 원하지 않는다”(김정재), “정치적 기소를 개인의 민원으로 치부해 우리의 투쟁을 희화화했다”(송언석)는 성토도 잇따랐다. 이양수 의원도 이날 오전 SBS 라디오에 출연해 “한 후보가 전략상 실점했다. 감정선을 건드린 것”이라고 했다.

광역단체장도 가세했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입법 폭주에 맞선 전·현직 의원과 당원에게 상처를 준 한 후보에게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했고, 김태흠 충남지사는 “보수 공동체에 대한 책임감에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당내 비판이 확대되자 전날까지 “사실을 말씀드렸고 덧붙일 말 없다”며 완강한 입장을 고수했던 한 후보도 입장을 선회할 수밖에 없었다. 김건희 여사 ‘문자 읽씹’ 논란, 여론조성팀 의혹 등 각종 공세에 굽히지 않던 한 후보가 전당대회 국면에서 처음으로 한 발 물러선 것이다. 중립을 지키던 일부 의원들이 한 후보에게 “투쟁에 나섰던 의원·보좌진의 헌신을 존중해야 한다”, “당 대표가 되더라도 아무도 야당과 싸우려 하지 않을 것” 등의 우려를 전달하자 사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당원 투표를 하루 앞두고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는 걸 막아 표를 단속하는 동시에 자칫 전당대회 기간 내내 공세를 받았던 ‘정체성 시비’가 다시 불붙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패스트트랙 충돌과 관련한 공소 취소는 21대 국회에서도 여야 간 물밑 대화로 오갔던 만큼 한 후보의 경험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김진표 전 국회의장 주재로 정치적으로 해결하자는 이야기를 여야가 함께 나눴지만, 민주당에서 공소 취소에 대한 당론을 정하지 못해 결국 불발됐다”고 말했다. 이양수 의원은 “민주당이 이재명 전 대표 소 취하도 요구했다”고 했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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