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중부지방 '극한 호우'에 2명 실종…침수·붕괴·대피 속출
경기도 안성 낚시터에서 배 전복돼 2명 실종…수색작업 중
충남 서산서는 쏟아진 토사에 90대 매몰됐다 극적 구조
전날에 이어 18일에도 수도권과 충청권 등 중부지방에 폭우가 집중되면서 곳곳에서 비 피해가 속출했다. 하루 사이 누적 강수량이 300㎜ 넘은 곳이 잇따른 가운데 시간당 강수량이 72㎜가 넘는 '극한 호우'가 퍼부은 지역의 경우 피해가 특히 심했다. 경기도 파주시의 경우 이틀간 634㎜의 비가 내려 연간 강수량의 절반이 이틀 사이에 집중되기도 했다.
이번 비로 도심지나 주요 시설이 침수되는 사태가 벌어지지는 않았으나 곳곳에서 도로가 통제되고 열차 운행 중단까지 겹쳐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 파주 하루 새 380㎜ 쏟아져…전날까지 합치면 634㎜
이날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후 3시부터 24시간 누적 강수량은 파주 380.1㎜, 강화 367.2㎜, 연천 군남 300.5㎜, 서울 은평 161㎜(이상 수도권), 철원 동송 255㎜, 화천 광덕산 186㎜(이상 강원권), 당진 176㎜, 서산 155.8㎜, 태안 안도 136.5㎜(이상 충청권) 등을 기록했다.
시간당 강수량은 평택 현덕 88.5㎜(오전 9~10시), 평택 포승 71.5㎜(오전 9~10시), 파주 문산 69.8㎜(오전 2~3시), 화성 향남 65.5㎜(오전 7~8시), 연천 군남 58.5㎜(오전 3~4시), 안성 보개 56㎜(오전 10~11시), 인천 강화 55.4㎜(0~오전 1시) 등 극한호우가 내린 곳도 여럿 있었다.
특히 이틀 동안 파주·연천 등 경기북부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최대 600㎜가 넘는 강수량을 기록하며 그야말로 '물폭탄'이 떨어졌다.
전날인 17일 오전 0시부터 이날 오후 4시까지 내린 비의 양을 보면 파주 판문점 634.5㎜, 파주 도라산 595.5㎜, 연천 백학면 501.5㎜, 연천 장남 482.5㎜, 동두천 상패 436.5㎜, 인천 강화 391.4㎜ 등이다.
삽시간에 쏟아진 '물폭탄'으로 인해 실종은 물론, 매몰 후 극적 구조, 고립 등의 사례가 잇따랐다.
이날 오전 10시 46분 경기 안성시 고삼면 고삼저수지의 낚시터에서는 폭우 속에 배가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해 2명이 실종됐다. 실종자들의 생사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오전 10시 4분 충남 서산시 운산면 수평리에서는 경사면에서 무너져내린 흙더미가 90대 노인을 덮쳐 매몰됐으나 간신히 구조돼 목숨을 건졌다.
앞서 오전 10시에는 파주시 월롱면의 컨테이너 제작 공장에서 외국인 근로자 5명이 고립돼 있다가 보트를 동원한 소방당국에 의해 구조됐다.
새벽 시간대였던 오전 4시 50분께 역시 파주시 월롱면에서 차량 4대가 도로 침수로 차 문이 열리지 않아 운전자와 탑승자 등 5명이 고립돼있다가 자력으로 탈출하는 일도 있었다.
오전 2시 25분 양주시 백석읍 공사장에서는 블록이 무너져 내리며 민가를 덮쳐 4명이 대피했고, 오전 3시 40분 파주시 적성면에서는 80대 노인이 집 안에 고립돼 있다가 경찰의 도움으로 대피하기도 했다.
낮 12시 41분 서울시 종로구 부암동에서는 주택 축대가 무너져 차량 1대가 파손되는 사고가 있었다.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 하천 범람 위험에 주민 대피령…학교는 휴교·단축수업
하천의 범람과 저지대 침수 우려로 인해 주민 대피 명령이 내려진 곳도 많았다. 경기 오산시는 이날 오전 9시 20분 안전 안내문자를 통해 오산천 인근 주민들에게 "인근 매홀초등학교 대피소로 대피하라"고 안내했다. 한강홍수통제소는 앞서 오전 8시 50분을 기해 오산천 탑동 지점에 홍수경보를 발령했다.
평택시 또한 오전 10시 40분 안전 안내문자로 "통복천 범람 위험으로 저지대 주민들에게 기계공고 산학 협력관으로 대피하기 바란다"고 알렸다.
앞서 새벽과 오전 사이에는 김포시 월곶면과 양촌읍에서도 호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주민 대피 명령이 떨어졌다.
충남 당진에서도 대피사태가 벌어졌다. 당진시는 남원천의 제방 붕괴가 우려된다며 주민 대피령을 내렸고 채운동 탑동초등학교와 당진정보고등학교 운동장이 침수돼 학생과 교직원 1900명이 일시 고립되는 일도 있었다.
이날 오후 4시를 기해 비가 소강상태를 보이며 호우경보는 해제됐지만 워낙 내린 비의 양이 많아 여전히 하천 범람 위험은 남아 있다.
한강홍수통제소에 따르면 서울·경기 지역 10개 하천에 홍수특보가 내려진 상태이다. 경기 동두천시 신천과 파주시 문산천은 홍수주의보가 '홍수경보'로 격상됐고, 서울 도림천과 목감천, 경기 고양시 공릉천·파주시 임진강·한탄강·포천천·차탄천·조종천에는 '홍수주의보'가 발령됐다.
산림청은 서울, 경기, 인천, 강원에 산사태 위기 경보 수준을 '심각' 단계로 상향했다. 대전, 세종, 전북 지역의 위기 경보 수준은 '경계' 단계로 높였다. 다른 지역은 '주의' 단계 유지 중이다. 산사태 위기 경보는 관심, 주의, 경계, 심각 등 네 단계다.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임시 휴교하거나 단축수업을 진행한 학교도 속출했다. 교육부는 오전 10시 기준 경기와 인천 지역에서 32개 학교가 학사 일정을 조정했다고 밝혔다. 이 중 임시로 재량 휴업을 한 학교는 의정부의 경의초등학교이다. 다른 학교는 등교 시간을 조정하는 등 조치를 했다.
◇ 도로 통제에 전철 1호선 도봉산~연천 구간 운행도 중단…앞으로도 150㎜ 더 내려
한강 수위 상승으로 서울 시내 도로 곳곳이 통제되고 있다. 서울시는 오전 2시 55분부터 서울 올림픽대로 양방향 여의상류 IC를 통제했다. 또 오후 2시 15분부터는 잠수교 수위가 상승해 차량 통행이 전면 통제됐다.
앞서 서울시는 하천 29곳과 동부간선도로 양방향을 비롯한 도로 8곳을 통제했다. 4시부터 호우경보가 해제되며 일부 구간만 통행이 재개된 상태이다.
이밖에 오전 8시 24분에는 경기 용인시 처인구 포곡읍 수도권제2순환고속도로 봉담 방면 금어2교 부근 2차로 위로 도로 옆 경사면의 토사가 흘러내리면서 도로가 2시간가량 통제됐다. 이어 오전 11시 10분에는 강원도 춘천시 사북면 월평리 국도 5호선 오월피암터널 인근에서 도로 일부가 절벽 아래 춘천호 방향으로 내려앉았다.
전철 운행 또한 일시 중단돼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코레일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22분부터 11시 59분까지 경부선 세마역∼평택지제역 상·하행선 일반 열차와 전동차, 일부 KTX가 운행을 멈췄다. 수원역에 정차하는 열차도 비 때문에 잠시 운행이 정지됐다.
경기 이천시 중부내륙선 부발역∼아미역 구간 열차 운행은 오전 11시부터 약 40분간 멈췄다.
코레일 관계자는 "시간당 강우량이 65㎜ 이상이거나 연속 강우량이 150㎜에서 320㎜ 이하일 경우 등 안전상 규정에 의해 열차 운행을 대기할 수 있다"며 "안전 점검을 마친 뒤 경부선과 중부내륙선 열차 운행을 재개했다"고 했다.
수도권 전철 1호선 도봉산~연천 구간도 집중호우로 인해 낮 12시 55분을 기해 운행이 중단됐다. 운행 재개 시점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기상청은 19일까지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최대 150㎜의 비가 더 내리겠다고 예보했다. 19일까지 예상 강수량은 수도권·강원내륙·강원산지·충청·호남 30~100㎜(수도권과 전북 최대 150㎜ 이상, 강원내륙·강원산지·대전·세종·충남·충북북부·광주·전남 최대 120㎜ 이상), 경북북부·대구·경북남부·부산·울산·경남 30~80㎜(경북북부 최대 120㎜ 이상), 서해5도·강원동해안·울릉도·독도 20~60㎜, 제주 5~40㎜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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