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초 1주기]"선생님의 아픔 잊지 않겠다"…서이초 교사 공동 추모식
교사, 교대생 등 시민 발길 이어진 분향소
"함께 걸어가겠다" 교육계, 정치권 200여명
유가족대표 "유족들 여전히 힘든 나날"
서이초 교사 사망 1주기인 18일 오후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공동추모식에서는 정치인, 교사, 시민단체 등 수백여명이 모여 고인을 기억했다. 이들은 "잊지 않겠다"고 한목소리로 다짐하며 학교 현장을 변화시킬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서울시교육청 앞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오후 내내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분향소 벽면에는 '동료교사로서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겠다', '선생님의 아픔이 헛되지 않도록, 잊혀지지 않도록 새기겠다'는 다짐과 애도의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분향소를 방문한 김모씨(31·익명)는 "공립 유치원 교사인데 고인과 비슷한 일을 겪고 일을 쉰지 1년 정도 됐다"며 "고인의 죽음이 잊혀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 한 명이라도 더 참여했으면 좋겠어서 분향소에 오게 됐다"고 밝혔다.
교대에 재학중인 이소영씨(20)는 "지난해 대학 입시를 준비하면서 서이초 사건이 일어나서 혼란스럽고 대학 진학에 고민이 많았다"며 "혼란스러움을 갖고 대학에 입학했는데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동료와 함께라면 이제 뭔가를 더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여러명이 함께 목소리를 내면 언젠가는 변하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전국교육대학생연합은 이날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예비교사 1200명을 대상으로 지난 7일부터 일주일간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교대생 64.5%가 ‘교권 보호 5법이 통과됐지만 현장은 바뀌지 않았다’고 느끼고 있다"며 "교대생들이 교사가 될 수 있도록, 되고 나서도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교육현장이 바뀌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오후 4시 서울시교육청 대강당에서 서울시교육청과 6개 교원단체 주관으로 열린 공동 추모식에는 200여명의 참석자가 모였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을 비롯해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여야 국회의원 20여명, 서울시의회 여야 의원, 6개 교원단체(교사노동조합연맹, 새로운학교네트워크 실천교육교사모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좋은교사운동,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4개 교육 시민단체(서울시교육청 학생참여위원회, 서울혁신교육학부모네트워크,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서울지부,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서울지부)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조 교육감은 이날 추도사에서 "오늘은 선생님의 1주기 기일"이라며 "진심을 담아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이어 "사랑하는 선생님과 이별한 뒤에야 그 소중함을 절절히 깨닫는 어리석음에 대해 교육감인 저부터 깊이 반성한다"며 "교실을 지키는 선생님들과 맞잡은 손을 더욱 단단히 잡겠다"고 했다.
이 부총리도 "이 순간에도 마음 아파하실 유가족과 고인의 빈자리 보면서 그리워할 동료 교사들에게 진심으로 위로를 표한다"며 "선생님들이 홀로 어려움과 마주하지 않도록 교육부가 함께 걸어가겠다"고 약속했다.
최호정 서울시의회 의장은 "지금 우리는 슬프지만, 이제부터 시작이다"라며 "변화가 더디지만 교육현장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의회가 노력하겠다. 학생, 보호자, 교원 교육공동체가 협력할 수 있는 교육현장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추도식에 참석한 정치인들도 고인을 향해 추모의 의사를 전했다. 초등교사 출신의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한해 30만 교사, 누적 80만 교사가 거리로 나와 뜨겁게 외쳤다"며 "4년간 혼신의 힘을 다해 서이초 특별법을 통과시키고 추가 입법해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한국교직원총연합회 회장 출신의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도 "별이 되어 저희에게 주신 간절한 염원이 꺼지지 않도록 포기하지 않겠다, 잊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도 "선생님의 순직을 결코 헛되지 않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박두용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아직도 수많은 유가족들이 여전히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며 "유가족에 대한 자살 예방, 철저한 지원을 통해 이들의 마음도 헤아려주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공무원들은 유가족을 치료해 사회로 돌려보내는 시스템이 잘 돼 있다"며 "유가족들이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강조했다.
이날 서울시교육청과 6개 교원단체, 4개 학부모 단체는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선언을 통해 ▲학생은 배움의 주체로서 학교 교육활동에 적극 참여하며, 교복 입은 민주시민으로서 자율적이고 책임감 있는 학교 생활을 위해 노력한다 ▲학부모는 학교의 모든 구성원이 존중되는 교육공동체 회복을 위해 협력하고, 어린이·청소년이 민주시민으로 행복한 성장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교원은 교육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힘쓰고, 상호 존중하고 함께 성장하는 교육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적극 노력한다고 약속했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가수 벤 "아이 낳고 6개월만에 이혼 결심…거짓말에 신뢰 무너져" - 아시아경제
- 버거킹이 광고했던 34일…와퍼는 실제 어떻게 변했나 - 아시아경제
- 100명에 알렸는데 달랑 5명 참석…결혼식하다 인생 되돌아본 부부 - 아시아경제
- 장난감 사진에 알몸 비쳐…최현욱, SNS 올렸다가 '화들짝' - 아시아경제
- "황정음처럼 헤어지면 큰일"…이혼전문 변호사 뜯어 말리는 이유 - 아시아경제
- "언니들 이러려고 돈 벌었다"…동덕여대 졸업생들, 트럭 시위 동참 - 아시아경제
- "번호 몰라도 근처에 있으면 단톡방 초대"…카톡 신기능 뭐지? - 아시아경제
- "'김 시장' 불렀다고 욕 하다니"…의왕시장에 뿔난 시의원들 - 아시아경제
- "평일 1000만원 매출에도 나가는 돈에 먹튀도 많아"…정준하 웃픈 사연 - 아시아경제
- '초가공식품' 패푸·탄산음료…애한테 이만큼 위험하다니 -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