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사장 밝힌 합병 스토리 "지금이 적기, 분할상장은 없다"

박해리 2024. 7. 18.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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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 서린빌딩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7.18/뉴스1

SK이노베이션과 SK E&S이 합병을 결정하면서 자산 100조원의 ‘에너지 공룡’ 기업 탄생이 임박한 가운데,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에너지 시장이 급변하고 고객이 토털 에너지 솔루션을 요구하는 지금이 (합병의) 적기”라고 밝혔다. "SK E&S의 분할상장은 지금 전혀 계획이 없다"고도 했다. 이번 합병은 SK그룹의 사업 리밸런싱(구조조정)이 첫 관문을 넘어선 것으로 풀이된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 서린사옥에서 합병을 설명하는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양사는 전날 이사회를 열고 합병안을 의결했다. 박 사장은 “이번 합병은 5~10년을 내다보고 추진했다”라며 “합병 시너지를 구체화하기 위해 공동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함께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추형욱 SK E&S 사장은 “합병 이후에도 SK E&S의 수익력과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존에 하던 사업 운영 체제, 의사 결정 구조를 큰 변화 없이 할 수 있는 책임 경영을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사 CEO가 밝힌 합병 스토리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왼쪽)과 추형욱 SK E&S 사장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 서린빌딩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 관련 기자간담회에 착석해 있다. 2024.7.18/뉴스1

합병은 SK그룹 전체 리밸런싱에 대한 고민과 에너지 계열사들이 마주한 현실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이뤄진 결정이다. 박 사장은 “전기차 시장의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현상)뿐 아니라 포트폴리오의 캐즘이 생겼다. 지주사인 SK(주)도 지배구조를 어떻게 가져갈지 고민이 많았다”라며 “배터리와 석유화학 사업을 연결해 줄 다리 역할이 필요하단 생각에 따라 결정됐다”고 말했다. 석유화학 기업 성장은 한계에 직면한 반면, 인공지능(AI)시대를 맞아 전력 수요는 급상승하며 글로벌 IT 기업들은 솔루션 형태의 에너지 서비스를 점차 원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두 기업의 합병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합병이 성사되면 SK이노베이션은 자산 기준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민간 에너지 기업 중 1위로 도약하게 된다. 국영 에너지 기업을 포함하면 아태 지역 9위다. SK E&S가 가진 전기 관련 역량과 SK이노베이션이 가진 연구개발(R&D) 역량을 합해 성장을 가속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양사의 합병 비율은 1대 1.1917417로 정해졌다. 박 사장은 이에 대해 “합병 가치가 SK이노베이션은 10조8000억원, SK E&S가 6조2000억원으로 평가됐다”며 “양사가 가진 수익력, 미래 성장 등을 감안하면 적정 수준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의 현 주가가 저평가된 점을 고려해서 합병가액이 시가가 아닌 자산가치로 계산될 수도 있을 거란 관측도 있었다. 이에 대해 강동수 SK이노베이션 재무부문장은 “자산가치를 적용할 만한 특별한 이유가 없다고 외부전문기관의 조언을 받았고, 원칙에 따랐다”고 말했다.

양사는 ‘한 지붕 두 가족’ 체제로 운영될 전망이다. 박 사장은 “SK E&S 기존의 결집력과 역량이 훼손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라며 “흔히 얘기하는 화학적 결합은 어렵고 현재 체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시너지를 찾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비상장사인 SK E&S의 분할 상장 계획에 대해서는 “지금 전혀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박경민 기자

합병법인 출발까지 남은 과제

합병 법인은 내달 예정된 주주총회 통과 후 11월 중 출범 예정이다. 당초 시장 기대보다 SK E&S의 가치가 저평가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만큼 3조원 규모의 상장전환우선주(RCPS)를 가진 글로벌 사모펀드 KKR를 설득하는 작업도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이에 대해 추 사장은 “지금과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서건기 SK E&S 재무부문장도 “기존 발행 취지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투자자인 KKR과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협의 중”이라며 “합병 법인에 부담이 되지 않는다고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은 소액주주들을 설득하는 작업도 남았다. 박 사장은 “(합병)시너지가 구체화하고 SK온 상황이 업턴으로 돌아서면 주주환원 정책도 더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경민 기자

SK 리밸런싱 본격 스타트

향후 SK그룹의 리밸런싱에 대해 박 사장은 “여러 얘기가 나온다”면서도 “SK이노베이션은 적어도 상당 기간 동안에는 안정화하는 것이 중요해 추가변화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지분 매각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 관해서는 “장기적인 경쟁력 차원에서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 다양한 옵션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번 합병안이 그룹 차원 리밸런싱 구상의 핵심이었던 만큼, 다른 계열사의 합병과 지분 매각 등이 더욱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온과 SK트레이딩인터내셔녈, SK엔텀 역시 합병을 결정했다. 이석희 SK온 CEO는 이날 구성원 대상으로 합병 관련 설명회를 열고 “시너지를 공동 창출해서 미래 성장가치를 향유하는 구조로 합병하는 것”이라며 “3사 간 합병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해 원소재 공급 경쟁력을 갖추고 트레이딩과 스토리지 사업을 통해 안정적인 재원을 확보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SK에코플랜트도 이날 이사회를 열고 SK㈜의 손자회사인 반도체 가공·유통업체 에센코어와 SK머티리얼즈의 자회사인 산업용 가스회사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를 자회사로 편입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오른쪽 첫번째)과 추형욱 SK E&S 사장(오른쪽 두번째)이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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