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장한 조정석, 치마 입고 쩍벌…"7㎏ 빼고 여성복 100벌 입었다"
나원정 2024. 7. 18. 17:04
영화 ‘파일럿’ 주연 배우 조정석
"뮤지컬 '헤드윅' 덕에 여장 익숙,
하이힐 신고 뛸 때 제일 고생했죠"
"뮤지컬 '헤드윅' 덕에 여장 익숙,
하이힐 신고 뛸 때 제일 고생했죠"
올여름 배우 조정석(43)이 뜨겁다. 지난달까지 공연한 뮤지컬 ‘헤드윅’, 사극 드라마 ‘세작, 매혹된 자들’(tvN)에 이어 주연 코미디 영화 ‘파일럿’(31일 개봉), 10‧26 사태를 다룬 법정물 ‘행복의 나라’(8월 14일 개봉)가 여름 대목 극장가에 출격한다. 코미디 재난 영화 ‘엑시트’(2019)로 942만 흥행을 터뜨린 지 5년 만의 스크린 복귀다.
‘파일럿’에서 여장 남자 파일럿 연기로 웃음 사냥에 나선 조정석을 18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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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젠더 '뽀드윅' 5번…'파일럿'은 하이힐 질주
‘헤드윅’ 세 번째 시즌(2006)부터 올해 14번째 무대까지 총 5시즌째, 실패한 트랜스젠더 록커 역을 맡은 그다. 헤드윅 역할을 거친 배우 중 유독 뽀얀 피부 덕에 ‘뽀드윅’이란 애칭까지 얻었다. 하이힐 신고 춤추고 노래하는 여장 연기에 잔뼈가 굵은 그도, ‘파일럿’은 또 다른 도전이었다.
“‘헤드윅’은 무대 공연이다 보니 의상‧가발‧눈썹 분장까지 모든 게 크고 파격적이었다면 ‘파일럿’의 ‘한정미’는 자연스러워야 했죠.”
국내 1위 항공사의 스타 파일럿 한정우(조정석)가 말 실수로 하루아침에 실직하자, 여자 파일럿을 찾는 타 항공사 취직을 위해 여동생 정미(한선화) 신분을 사칭하며 ‘여장 출근룩’에 도전한다.
“‘헤드윅’은 무대 공연이다 보니 의상‧가발‧눈썹 분장까지 모든 게 크고 파격적이었다면 ‘파일럿’의 ‘한정미’는 자연스러워야 했죠.”
국내 1위 항공사의 스타 파일럿 한정우(조정석)가 말 실수로 하루아침에 실직하자, 여자 파일럿을 찾는 타 항공사 취직을 위해 여동생 정미(한선화) 신분을 사칭하며 ‘여장 출근룩’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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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장하려 7㎏ 감량, 여성복 100벌 갈아입었죠
조정석은 이 역할을 위해 식이요법‧마사지로 체중을 7㎏나 감량했다. 사흘간 하루 5~6시간씩 100벌 넘는 의상을 테스트했다. 영화를 연출한 김한결 감독이 분장‧의상팀과 ‘조정석 여자 만들기’에 머리를 맞댔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는 제가 봐도 ‘탈락’감이었죠. 원래 ‘무쌍’(홑꺼풀)인데 진하게 쌍꺼풀을 만드는 버전도 쌍꺼풀 테이프가 자꾸 떨어져서 탈락했어요.”(조정석)
이런 시행착오 끝에, 출근할 땐 머리를 동그랗게 말아 올린 정복 차림, 퇴근하면 과감하게 짧은 원피스를 입고 클럽 댄스를 즐기는 지금의 모습이 완성됐다.
“‘헤드윅’ 덕에 여장이 생경하진 않았다”는 그는 “목소리에서 높은 음역을 최대한 사용했다. 몸짓‧걸음걸이는 의상을 입고 구두를 신는 순간 자연히 그렇게 되더라”고 했다.
“하이힐 신고 뛰는 장면은 겨울에 셔츠 한 장 걸치고 찍었어요. 육교도 오르고 계단도 뛰고, 하도 뛰어 햄스트링(다리 뒤쪽 근육)이 올라와서 고생했습니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는 제가 봐도 ‘탈락’감이었죠. 원래 ‘무쌍’(홑꺼풀)인데 진하게 쌍꺼풀을 만드는 버전도 쌍꺼풀 테이프가 자꾸 떨어져서 탈락했어요.”(조정석)
이런 시행착오 끝에, 출근할 땐 머리를 동그랗게 말아 올린 정복 차림, 퇴근하면 과감하게 짧은 원피스를 입고 클럽 댄스를 즐기는 지금의 모습이 완성됐다.
“‘헤드윅’ 덕에 여장이 생경하진 않았다”는 그는 “목소리에서 높은 음역을 최대한 사용했다. 몸짓‧걸음걸이는 의상을 입고 구두를 신는 순간 자연히 그렇게 되더라”고 했다.
“하이힐 신고 뛰는 장면은 겨울에 셔츠 한 장 걸치고 찍었어요. 육교도 오르고 계단도 뛰고, 하도 뛰어 햄스트링(다리 뒤쪽 근육)이 올라와서 고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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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호칭 조정석, 생리통 약 광고까지
익숙치 않은 치마 아래 ‘쩍벌’ 다리로 주변을 놀라게 하고, 여자 파일럿 신분으로 승객들을 구한 영웅이 되면서 패션 화보, 생리통 광고까지 찍는 소동이 웃음을 자아낸다. 홀어머니(오민애)의 칠순 잔치에서 본모습과 여장을 오가며, ‘언니‧동생’ 하게 된 파일럿 슬기(이주명)와 가족들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애쓰는 장면 등은 배우 로빈 윌리엄스의 할리우드 코미디 ‘미세스 다웃파이어’(1993)도 참고했다.
조정석의 장기를 총망라한 캐릭터다. 이런 ‘맞춤형 캐스팅’ 뒤엔 영화 ‘뺑반’(2019)을 함께한 한준희 감독이 있었다. ‘파일럿’ 기획자로 참여한 그는 출연 제안 이유를 ‘인간 조정석’에서 찾았다. “수년 간 알고 지내면서 작품도 삶도 열심히 살아가는 형이 ‘파일럿’에 어울린다고 생각했다”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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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 부적절 희롱…"내 딸 당하면? 용납 못하죠"
조정석도 “‘파일럿’ 대본을 처음 읽을 때부터 저 자신이 잘 대입됐다”고 했다. “일단, 한정우처럼 저도 가장이고(조정석은 2018년 가수 거미와 결혼해 2020년 딸을 얻었다), 2004년 뮤지컬 ‘호두까기 인형’으로 데뷔해 쉴 새 없이 달려오며 영화 속 정우 같은 순간들이 저에게도 존재했죠.”
‘파일럿’엔 딸을 둔 아빠로서 심경이 복잡해지는 장면도 있다. 한정우가 ‘한정미’로 변장한 동안 남자 파일럿에게 외모 품평을 당하고, 원치 않은 연애 수작에 시달리는 대목이다. 애초 한정우의 해직 사유가 된 말 실수가 회식 자리에서 여성 승무원들의 외모를 품평한 발언이었다. 자기 딴엔 나쁜 의도가 없었던 ‘칭찬’이 사회적 물의를 빚자, 불만을 품었던 한정우는 여자로서 일하며 그전엔 몰랐던 사회생활 고충에 부딪힌다.
“제 딸이 그런 일을 당한다면? 용납할 수 없을 정도로 화가 날 것 같다”고 밝힌 조정석은 “한정우가 갈등을 헤쳐나가고 잘못을 뉘우치는 과정 그 자체가 성장이라 생각하며 연기했다”고 말했다.
‘파일럿’엔 딸을 둔 아빠로서 심경이 복잡해지는 장면도 있다. 한정우가 ‘한정미’로 변장한 동안 남자 파일럿에게 외모 품평을 당하고, 원치 않은 연애 수작에 시달리는 대목이다. 애초 한정우의 해직 사유가 된 말 실수가 회식 자리에서 여성 승무원들의 외모를 품평한 발언이었다. 자기 딴엔 나쁜 의도가 없었던 ‘칭찬’이 사회적 물의를 빚자, 불만을 품었던 한정우는 여자로서 일하며 그전엔 몰랐던 사회생활 고충에 부딪힌다.
“제 딸이 그런 일을 당한다면? 용납할 수 없을 정도로 화가 날 것 같다”고 밝힌 조정석은 “한정우가 갈등을 헤쳐나가고 잘못을 뉘우치는 과정 그 자체가 성장이라 생각하며 연기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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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는 인성과 비례"…하반기엔 가수 데뷔 도전
“집에 가면 (딸을 위해) 해파리가 되고, 곰돌이도 돼야 한다”고 웃는 그는 “가족은 나만의 안식처다. 중‧고등학교 때까진 화목한 가정을 꾸려 퇴근 길에 통닭 한 마리 사오는 평범한 회사원이 꿈이었다”라고 했다.
그는 "사춘기 때 내성적인 아이였음에도 마치 ‘신병이 난 것처럼’ 타고난 끼를 주체 못 해 배우가 됐다"고 말했다. 좋은 배우의 자질에 대해선 “성공과 실패를 규정 짓지 않고 도전하는 것”이라며 무엇보다 인성을 들었다.
“연기는 인성과 비례하죠. 똑같이 연기를 시작해도, 인성 좋은 쪽이 잘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해요. 주변에 좋은 사람도 많고 관계를 통해 배워갈 테니까요.”
조정석의 도전은 분야를 넓혀 계속된다. 올 하반기 넷플릭스 예능 ‘신인가수 조정석’을 통해 싱어송라이터 가수로도 데뷔할 예정이다. 뮤지컬 ‘헤드윅’에 대한 애착도 밝혔다.
“20대 때 처음 ‘헤드윅’을 하며 빨리 40대가 되고 싶었어요. 극중 파란만장한 삶을 산 40대 헤드윅을 실제 40대에 연기하면 어떨지 궁금했거든요. 올해 공연하며 20대 때 저와의 약속을 지킨 것 같아서 기뻤습니다.”
그는 "사춘기 때 내성적인 아이였음에도 마치 ‘신병이 난 것처럼’ 타고난 끼를 주체 못 해 배우가 됐다"고 말했다. 좋은 배우의 자질에 대해선 “성공과 실패를 규정 짓지 않고 도전하는 것”이라며 무엇보다 인성을 들었다.
“연기는 인성과 비례하죠. 똑같이 연기를 시작해도, 인성 좋은 쪽이 잘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해요. 주변에 좋은 사람도 많고 관계를 통해 배워갈 테니까요.”
조정석의 도전은 분야를 넓혀 계속된다. 올 하반기 넷플릭스 예능 ‘신인가수 조정석’을 통해 싱어송라이터 가수로도 데뷔할 예정이다. 뮤지컬 ‘헤드윅’에 대한 애착도 밝혔다.
“20대 때 처음 ‘헤드윅’을 하며 빨리 40대가 되고 싶었어요. 극중 파란만장한 삶을 산 40대 헤드윅을 실제 40대에 연기하면 어떨지 궁금했거든요. 올해 공연하며 20대 때 저와의 약속을 지킨 것 같아서 기뻤습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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