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원전 날개 달았는데…'고준위특별법' 늦어지면 유럽 수출길 발목
한국이 체코 원자력발전기 건설 사업 수주에 성공하면서 윤석열 정부가 내건 ‘2030년 원전 10기 수출’ 목표도 현실화되고 있다. 하지만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사용후핵연료) 처리 특별법이 여전히 국회에서 공회전하는 탓에 향후 수출 확대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사장은 지난 2월 기자간담회를 통해 “유럽연합(EU) 택소노미(녹색분류체계)는 2050년까지 고준위 방폐장(방사성폐기물 처리장) 확보에 관한 제도를 갖춰야 한다고 규정한다”며 “고준위 방폐장을 마련하지 못하면 유럽 원전 수출에 장애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EU는 2022년 친환경 투자 기준인 택소노미에 원전 산업을 추가하며 ‘2050년까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처리하는 처분장 마련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EU의 대출 지원 등 해외 금융 측면에서 한국 입지가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한수원 관계자는 “이번 체코 수주의 경우 금융지원을 체코에서 전담했기 때문에 EU 택소노미에 따른 영향은 없었다”며 “다만 향후 다른 EU 국가에 수출할 때 개별 상황에 따라 걸림돌로 작용할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은 고준위 방폐장을 설치할 근거를 담은 고준위 특별법이 여야 대치로 수년째 국회 문턱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21대 국회에서도 3건의 고준위 특별법안 등이 발의됐지만, 저장시설 용량을 놓고 야당이 반대하면서 공회전했다. 회기 막바지에 가서야 여야가 극적으로 합의했지만, 시간이 부족해 끝내 임기만료 폐기됐다. 이번 22대 국회에서도 여당에서 4건의 법안이 발의됐지만, 채상병 특검법 등 정쟁에 휘말려 제대로 된 논의도 시작하지 못한 상태다. 황 사장은 “원전 상위 10개국 중 (방폐장) 부지 선정에 착수하지 못한 국가는 한국과 인도뿐”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금은 미봉책으로 사용후핵연료 처리를 원전 내 임시저장시설에 두고 있는데, 2030년부턴 한빛 원전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포화 상태가 된다. 이러면 원전 출력을 줄이거나 운영을 아예 중단할 수밖에 없다. 고준위 방폐장은 당장 건설을 시작한다 해도 완공까지 37년이 소요되는 만큼 국내 전력 수급 불안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윤종일 카이스트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는 “한국 원전 체계가 EU 기준과 맞지 않는다면 향후 유럽 은행이나 금융권으로부터 파이낸싱을 얻고자 할 때 상당히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이미 21대 국회에서 여야 합의가 됐던 만큼 고준위 특별법을 서둘러 통과시켜 국가적인 산업이 불이익을 받는 상황을 만들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세종=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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