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특사 보내 '설득 또 설득'…체코 원전 쾌거 뒤 尹 있었다
체코 정상회담에선 "힘 실어달라" 요청
尹 마음 졸이다 결과 나오자 "됐다" 환호
외신 '韓 성과' 보도…트레비치 시장 "축하"
한국이 경쟁 상대인 프랑스를 제치고 24조원 규모의 체코 신규 원전 건설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까지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의 치열한 막후 세일즈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체코로 비밀 특사와 친서를 보내 설득하고, 막판까지 마음을 졸이며 결과를 기다렸다고 한다.
18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최근 두 달 새 두 차례 윤 대통령의 비밀 특사로 체코를 방문해 체코 정부 관계자 등을 만나면서 한국 원전의 경쟁력을 설명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현지의 다양한 기관을 만나서 우리가 어떤 경쟁력을 갖고 있고, 어떻게 이 프로젝트를 완성할 수 있는지 설명했다"고 말했다.
체코 원전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뭉친 '팀 코리아'는 체코 정부에 수만 페이지에 달하는 자료를 보냈다. 지리적으로는 체코와 가까운 프랑스가 유리하지만, 한국은 지난 수십년째 꾸준하게 원전을 건설·가동·유지하고 있는 점과 원전 수주 후에도 말을 바꾸지 않고 반드시 기간과 예산을 지키겠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 결과 200명에 가까운 체코 전문가들은 한국수력원자력이 프랑스전력공사(EDF)보다 모든 측면에서 우수하다는 결론을 내렸고, 내각회의에서도 만장일치로 한국의 손을 들어줬다. 시공 단가 경쟁력은 물론 시공 역량, 기술 이전 공약 등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한국이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사업을 맡아 성공적으로 이행한 것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윤 대통령은 외교적으로도 체코 원전 수주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한-체코 정상회담에서는 윤 대통령이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면 고맙겠다"며 도움을 요청했고, 당시 파벨 대통령은 "I can't comment"(확답할 수 없다)는 말만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체코 정부는 최종 결론을 낸 뒤에는 대외 공식 발표 전 한국 정부에 '핫라인'으로 먼저 알려줬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한국의 원전 건설 비용이 낮아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 이는 곧 '낮은 이익'을 의미한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비용이 낮다는 것을 전문용어로 경쟁력이 높다고 한다"며 "우리 경쟁력이 그만큼 높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수원이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소송이 걸려 있어 독자적 계약을 맺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체코는 한미관계 내지는 최근 미국의 협조 상황을 볼 때 그게 별로 문제가 안 되겠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밤 체코 정부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소식을 접하고 "됐다"며 환호했다고 한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오후 늦게까지 기다리다가 브리핑을 열고 "상업용 원자로를 최초로 건설한 원전의 본산, 유럽에 우리 원전을 수출하는 교두보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대통령실은 주요 외신들도 한국의 체코 신규 원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대해 '윤석열 정부의 외교성과'로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미국과 프랑스, 독일 등 주요 언론들은 체코 정부가 원전 건설 사업에서 EDF보다 한수원을 더 선호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비체슬라프 요나스 두코바니 에너지협의회장은 축하 영상을 통해 "두코바니 원전 입찰에서 보여준 노력과 헌신으로 한국이 최고로 평가받았다"며 "원전 건설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를 바라며 우리 지역과의 협력도 지속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파벨 파찰 트레비치시장도 "저희는 한국 측의 협력과 열정 그리고 항상 솔직했던 점을 높이 평가한다"며 "트레비치 시민들을 대표해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앞으로 한국과의 협력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전북 정읍 소재 JB그룹 아우름캠퍼스에서 열린 27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도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15년 만의 쾌거이고 금액도 그때보다는 비교도 안 될 만큼 크다"며 "무엇보다 우리가 원전을 유럽에 수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게 매우 의미 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원전 산업이 전반적으로 고사 직전에 몰렸었는데 탈원전 정책을 극복하고 세계적인 추세에 따라서 다시 원전 산업을 회복시켜서 우리 산업 전체, 또 우리 지역 전체가 큰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 원전 시장은 금액으로 1000조원에 이른다고 미 상무부가 추정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국제 원전 시장의 교두보를 마련해서 많은 국민들이 여기서 좋은 일자리를 갖게 되고, 우리 경제가 발전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도록 잘 관리하겠다"고 덧붙였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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