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 없는 의회, 반성하십소" 75세 군의원이 분개한 이유
[박성우 기자]
▲ 한 시간이 넘도록 단문의 대답만 하던 조천희 음성군의원이 목에 핏대를 세우며 고성을 높였다. 조 의원의 손에는 군의원 여덟 명의 이름이 적힌 종이가 들려 있었다. 음성군의회를 수 차례 방청했지만 이만큼 군의원의 음성이 커진 것은 처음 보았다. 무엇 때문에 일흔이 훌쩍 넘긴 군의원은 이토록 분개했을까. |
ⓒ 음성군의회 누리집 갈무리 |
한 시간이 넘도록 단문의 대답만 하던 조천희 음성군의원이 목에 핏대를 세우며 고성을 높였다. 조 의원의 손에는 군의원 여덟 명의 이름이 적힌 종이가 들려 있었다. 음성군의회를 수차례 방청했지만 이만큼 군의원의 음성이 커진 것은 처음 보았다. 무엇 때문에 일흔을 훌쩍 넘긴 군의원은 이토록 분개했을까.
전국 최초로 주민이 생활임금조례 발안한 음성군... 기대는 컸지만
18일 열린 음성군의회 제369회 제1차 본회의는 총 12개의 안건이 상정되었다. 이 중 단연 주목을 받은 안건은 '음성군 생활임금 조례안'이었다.
지난 2023년 6월, 2300명이 넘는 음성군민이 생활임금조례 제정을 위한 주민조례 청구안에 서명해 음성군의회에 제출했고, 전국 최초로 주민조례발안제도를 통해 생활임금조례를 촉구했다. 이날 본회의에는 필자를 포함한 음성군민들이 방청을 신청해 생활임금조례의 통과를 고대하고 있던 차였다.
앞선 11개의 안건에 대해 군의원들은 전원 찬성했다. 안건에 대한 질의응답 또한 정례의원간담회를 통해 사전에 다 마쳤다며 단 한 번의 질의응답도 없이 무사통과됐다. 마지막 안건은 생활임금 조례안. 청구인 대표로 박윤준 음성노동인권센터 상담실장이 연단에 올라 생활임금조례의 주민 청구 취지에 대해 군의원들에게 설명했다.
이어 김정묵 음성군 경제산업국장이 생활임금조례에 대한 음성군의 입장을 밝혔다. 김 국장은 "군민 생활 안정을 위해 조례의 필요성을 공감한다. 다만 생활임금조례 도입시 군 재정상 문제가 있기에 적용대상을 점진적으로 확장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조례 시행 자체에는 비교적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군의회가 가결만 한다면 음성군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주민이 발안해 생활임금조례가 실행되는 지역이 되는 터라, 방청하는 군민들의 기대는 커졌다.
▲ 하지만 더욱 놀라운 사실은 여덟 명의 군의원 모두가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려놓고도 네 명의 군의원이 반대에 표결한 것이다. 반대한 의원은 김영호, 박흥식, 송춘홍, 안해성 군의원으로 모두 국민의힘 소속이다. 찬성한 의원은 서효석, 유창원, 조천희, 최용락 군의원으로 국민의힘 소속인 유창원 의원을 제외하면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
ⓒ 박성우 |
하지만 군의회는 그러한 기대를 저버렸다.
먼저 군의원들은 군민들이 발의한 원안을 대신해 수정안을 발의했다. 수정안은 군민들이 발의한 원안에 비하면 공공근로, 지역공동체사업 등 임시채용 노동자를 생활임금조례에서 제외하는 등 후퇴한 내용이 많아 군민의 뜻을 온전히 담은 것이라고 보기 힘들다.
또, 여덟 명의 군의원 모두가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려놓고도 네 명의 군의원이 반대에 표결했다. 반대한 의원은 김영호, 박흥식, 송춘홍, 안해성 군의원으로 모두 국민의힘 소속이다. 찬성한 의원은 서효석, 유창원, 조천희, 최용락 군의원으로 국민의힘 소속인 유창원 의원을 제외하면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표결 직후 생활임금조례 수정안을 대표발의한 조 의원이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했다. 조 의원은 "우리 음성군민은 군의원들이 법령을 준수하고 군민의 삶의 질 향상을 향상하고 군민의 행복지수 상승을 위해 열심히 일하라고 군의회에 보내주신 것"이라며 "음성군의회 회의규칙에 따르면 수정안은 재적의원 1/4 이상의 찬성자가 연서해 미리 의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이번 수정안은 8명 의원 모두가 찬성 연서했다"라고 운을 뗐다.
조 의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찬성 연서를 한 것에 아랑곳없이 반대 표결을 행한 의원들의 모습은 참으로 안타깝다. 이런 어처구니 일은 처음"이라면서 "이러면서 의원들이 어떻게 행정부에 원칙과 상식, 그리고 법을 지키라고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라고 목소리 높였다.
이어 조 의원은 "모든 의원이 찬성하기로 합의했음에도 수정안에 대해 반대를 하는 모습에 과연 군의원으로서 군민에 봉사하고 군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위치가 되는가, 다시 한 번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의 기회를 가져주길 당부드린다"며 "이렇게 원칙과 상식이 없는 이런 음성군의회, 앞으로 거듭 태어나야 한다는 말씀을 드린다. 반성하십소"라고 질책했다.
마찬가지로 수정안에 찬성표를 던진 서효석 의원은 "생활임금조례안은 주민 발의를 통해 1년 동안 검토 및 수정하고 보완했고 행정부 또한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며 "이번 달의 의원간담회를 통해 수정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다뤄지는 쪽으로 합의가 돼 수정안이 상정된 것인데 이렇게 부결이 돼 몹시 실망스럽다"고 지적했다.
▲ 이에 조 의원이 재차 의사진행발언에 나섰다. 조 의원은 "제가 이 수정안을 여러분들에게 동의를 구하는 과정에서 찬반이 갈렸다면 별 얘기를 하지 않겠다. 그렇다면 여러분들의 의사는 존중돼야 한다"라면서 "하지만 여러분들께서 생활임금조례 수정안에 대해서, 보이지 않나 8명이 다 찬성하지 않았나, 다 찬성을 해놓고 여기(본회의)에서 반대를 하나? 이게 말이 되나"라며 박 의원에 반박했다. |
ⓒ 박성우 |
그러자 반대표를 던진 박흥식 의원이 "음성군 지역사회에서 생활임금은 사회통합에 방해요소가 된다", "상대적 박탈감을 증대시킬 우려가 있다"며 생활임금조례안에 반대한 까닭을 설명했다.
이에 조 의원이 재차 의사진행발언에 나섰다. 조 의원은 "제가 이 수정안을 여러분들에게 동의를 구하는 과정에서 찬반이 갈렸다면 별 얘기를 하지 않겠다. 그렇다면 여러분들의 의사는 존중돼야 한다"라면서 "하지만 여러분들께서 생활임금조례 수정안에 대해서, 보이지 않나 8명이 다 찬성하지 않았나, 다 찬성을 해놓고 여기(본회의)에서 반대를 하나? 이게 말이 되나"라며 박 의원에 반박했다.
이어 조 의원은 "수정안에 대한 자기 의사가 있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이건 사람을, 같은 동료 의원을 우롱하는 것이 아닌가. 같은 동료 의원끼리 수정안대로 찬성하기로 의원 8명 모두 서명해주지 않았나"라며 "그런데 본회의에서 찬반 의결을 하는데 반대를 하나? 그럼 왜 애초에 발의 서명을 했나? 이건 너무 배타적이고 사람을 우롱하는 짓이다. 원칙과 상식에 벗어나는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발언을 마쳤다.
덧붙이는 글 | 기사를 쓴 박성우 기자는 음성노동인권센터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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