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구글-삼성 'AI 협력' 겨눴다....경쟁 제한 여부 업계 의견 수렴
최근 빅테크 기업을 겨냥해온 유럽연합(EU) 반(反)독점 규제 당국이 삼성전자와 구글 간 인공지능(AI) 파트너십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양측의 동맹이 AI 개발사의 시장 진입을 방해하거나 경쟁을 저해하는지 등 업계 의견을 토대로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17일(현지시간) EU 문건을 인용, EU 집행위원회가 관련 업계에 삼성전자의 갤럭시 S24에 탑재한 구글의 생성형 AI 모델 ‘제미나이 나노’를 두고, 다른 생성형 AI 시스템 양이 제한되는지 물었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첫 AI 폰을 출시하면서 자체 개발 AI인 가우스와 구글의 제미나이 나노를 함께 탑재했다.
통신은 “규제 기관이 제미나이 나노 사전 설치가 삼성 스마트폰의 다른 챗봇과 앱(어플리케이션) 간 운용을 제한하는지 알고 싶어했다”라고 전했다. EU 측은 설문 업체들에 삼성 측과 챗봇 사전 탑재 계약을 체결하려 했으나 실패한 사례가 있는지, 그랬다면 무산된 이유에 대한 설명도 요청했다고 한다.
통신은 “응답자들은 이번 주까지 8페이지 분량의 설문에 답해야 한다”라고 보도했다. 또 향후 경쟁 제한 관행이 확인된다면 구글과 삼성을 상대로 반독점법 위반 조사가 개시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앞서 EU 측은 삼성과 구글 계약을 검토하기 위해 제3자 등 시장 의견을 구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28일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수석 부집행위원장을 인용, “빅테크 기업이 소규모 AI 개발자가 사용자나 기업에 접근하는 것을 차단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라고 보도했다.
지난 3월 독점 규제 법안인 디지털시장법(DMA)이 시행됨에 따라 EU는 글로벌 빅테크를 겨냥, 시장 감시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DMA는 구글·아마존·애플·메타·마이크로소프트(MS) 등 7개 기업을 ‘게이트키퍼’(문지기)로 지정해 놓고 특별 관리하는 법이다. 이들 기업이 자사 플랫폼과 제3자 서비스간 상호 운용을 허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AI와 관련해선 챗GPT 개발사인 오픈 AI와 MS를 첫 표적으로 삼았다. 오픈AI에 18조원 가까이 투자한 MS가 경쟁사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 대응은
삼성전자는 구글과의 협력을 이어가면서도 규제 리스크에 대비해 독자적인 AI 기능 강화에 힘쓰면서 데이터 관련해서도 사용자 선택권을 넓히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최근 AI 구현에 필요한 지식 그래프 기술을 보유한 영국 스타트업 ‘옥스퍼드 시멘틱 테크놀로지스’와 인수 계약을 체결한 것도 이 같은 행보의 일환이다. 이 회사는 2017년 옥스퍼드 대학교 교수 3명이 공동으로 창업했다. 지식 그래프는 관련 정보를 연결된 그래프 형태로 표현해주는 기술로, 데이터를 사람의 지식 기억 및 회상 방식과 유사하게 저장·처리해준다. 삼성전자는 이 기술이 온디바이스(기기 내장형) AI와 결합해 민감한 개인 정보가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보호하면서도 더 나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MX 사업부장)은 지난 10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언팩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해외 규제 리스크 관련, “EU 규제에 대해 안팎으로 여러 논의를 하고 있다”라며 “관련 규제가 정해지면 따를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개인정보 보안 관련해서는 “민감 정보는 (외부 서버 연결 없이) 온디바이스에서, 심지어 우리도 활용할 수 없게끔 처리된다”라며 “소비자가 AI 기능을 온디바이스로만 이용할지 클라우드로까지 이용할지, 다 공개하고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드리는 것이 우리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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