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코로나 유행시기 대면예배 금지는 적법…종교자유 침해 아냐”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종교시설의 대면 예배를 금지한 정부의 처분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18일 광주 안디옥교회가 광주광역시장을 상대로 제기한 집합금지 취소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이날 “비례의 원칙과 평등의 원칙을 위반함으로써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해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재량권 일탈·남용의 위법 여부를 판단할 때는 감염병의 특성과 확산 추이, 예방 백신이나 치료제의 개발 여부, 예방 조치를 통해 제한 또는 금지되는 행위로 인한 감염병의 전파 가능성 등 객관적 사정을 기초로 예방 조치가 행정 목적을 달성할 효과적이고 적절한 수단인지, 합리적인 대안은 없는지를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시 광주광역시에는 기존의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와 수요일·주일 예배를 제외한 소모임·단체식사 등의 활동을 금지하는 추가적인 집합제한 조치가 시행 중이었는데도, 특정 교회에서 30명의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아울러 ‘실시간 감염재생산지수’가 이 사건 처분을 전후한 18일간 1을 초과하는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집합금지로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은 일부 개인들의 법익 보호가 아니라, 국민 전체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에 대한 위협으로부터 공동체 구성원을 보호하는 것”이라며 “집합금지로 인한 종교의 자유 제한 효과가 일시적이고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점, 질병과 관련한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 팬데믹 상황의 특수성 등을 고려할 때 원고들의 종교의 자유가 이를 통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보다 중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2020년 당시 광주광역시에는 코로나19 확진자가 345명에 이르렀다. 이 가운데 54명이 8월 26∼27일에 확진됐다. 이 중 30명은 특정교회에서 발생했다. 이에 광주광역시장은 8월 27일 코로나19 예방과 지역사회의 전파를 막기 위해 9월 10일까지 관내 교회 내 대면 예배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행정명령에 따라 온라인 예배만 하고 이를 준비하기 위해 최대 9명까지만 모일 수 있었다.
하지만 광주 안디옥교회는 집합금지 명령을 어기고 6차례의 대면 예배를 강행했으며, 이후 안디옥교회 목사는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에 교회와 해당 교회 목사는 ‘집합금지 명령이 비례의 원칙, 평등의 원칙 등을 위반해 원고들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처분의 취소를 청구했다.
1·2심 모두 광주광역시의 손을 들어줬다. 1심에서는 소송 당시 이미 집합금지 처분이 소멸했기 때문에 원고들의 소송에 따른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고 판단했다. 2심에서는 광주광역시의 집합금지 처분이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남용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대법원 역시 재판관 10인의 다수의견을 통해 원고의 상고를 기각했다. 권영준 대법관은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제시했다.
김선수·이동원·김상환 대법관은 비례의 원칙과 평등의 원칙을 위반한다는 반대 의견을 남겼다.
이들은 “인원제한, 거리두기 등 대안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지 않은 채 곧바로 예매를 전면으로 금지하는 사건 처분으로 나아간 것은 침해의 최소성을 갖춘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식당이나 결혼식장 등에 대해 기존 조치는 유지하면서도 종교시설 전체에 대한 집합금지를 명한 것은 본질적으로 같은 시설을 자의적으로 다르게 취급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선택한 행정청의 전문적인 위험예측에 관한 판단에 비례의 원칙과 평등의 원칙 위반 등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사회적으로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나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을 때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대법관 모두(13명)가 참여해 선고하는 재판이다.
조문규 기자 chom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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