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예술인, 참사 유족..."이진숙은 재앙, 스스로 돌아봐야"
[조선혜, 유성호 기자]
▲ 박성호 전 <MBC> 기자, 김미화 방송인, 이기동 대전충남민언련 운영위원, 최성진 <한겨레 >기자, 김순길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사무처장, 이정민 10.29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과 김준일 시사평론가가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언론탄압 국회 증언대회에 참석해 이 후보자의 부적격 사유를 증언하고 있다. |
ⓒ 유성호 |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방송은 공기가 아니라 흉기'라고 했습니다. 다른 누구보다 이 후보자 본인이 먼저 곱씹어봐야 할 말입니다."(최성진 한겨레 기자)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이 방송통신위원장 후보로 지명되면서 과거 정부로부터 직접 탄압을 겪은 언론인들과 세월호·이태원참사 유가족 등이 한자리에 모여 우려를 쏟아냈다. 이들은 파업 동참 언론인 해고에 앞장서고, 공영방송의 민영화를 시도한 이 후보자의 과거를 고발하면서 윤석열 정부에 지명 철회를 촉구했다.
18일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 등 주관으로 국회에서 열린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 언론탄압 국회 증언대회'에서 첫번째 증언자로 나선 박성호 전 MBC 기자회장은 지난 2012년 당시 김재철 MBC 사장 퇴진 요구 파업에 참여하며 겪은 일들을 풀어냈다.
그는 "저와 이제는 고인이 된 이용마 기자가 해고되는 과정에서 이진숙 당시 MBC 홍보국장이 앞장서 해고 논리를 생산하고, 유포했다"며 "(하지만) 김재철 사장 관련 사항은 법원에서 유죄 판결이 나왔다"고 말했다.
박 전 기자회장은 "파업 이후 1년 동안 과도기를 거치며 내부적으로 화합할 기회가 있었지만, 이진숙이 보도본부장으로 칼을 들고 돌아오면서 보복 인사를 저질렀다"며 "그가 방통위원장으로 돌아오려는 모습을 보면서 데자뷰를 느낀다. 어떤 한을 품고, 어떤 보복을 행할지 우려된다"고 했다.
그는 "이 후보자는 2012년 파업 당시 언론 자유를 외치는 기자들을 억누르고, 사장 대변자 역할을 했다. 언론 자유, 방송의 공공성 인식이 아예 없는 부적격자"라며 "또 2012년 대선 직후 MBC에 대해 자발적으로 민영화를 추진한 것이 발각됐다. 공영방송을 사영화하려는 신념을 확고히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적 중립성 부분도 아주 심각한 결격 사유다. 이 후보자가 윤석열 대통령 출마 당시 대놓고 선거운동한 것을 온 국민이 안다"라며 "편협한 사고를 가진 사람이 방통위원장이 된다면 공영 언론, 방송·언론계에 커다란 재앙이 닥쳐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 방송인 김미화가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언론탄압 국회 증언대회에 참석해 이 후보자의 부적격 사유를 증언하고 있다. |
ⓒ 유성호 |
이진숙 후보자가 MBC 홍보본부장을 지낼 당시 MBC를 민영화하려는 상황을 포착해 보도한 이후 고초를 겪은 언론인의 증언도 나왔다. 최성진 한겨레 기자는 "민영화를 추진하기 위한 (정수장학회의) 지분 매각 시도를 상세히 보도할 수 있었던 건 저와 최필립 (당시 정수장학회 이사장)과의 전화 통화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통화가 끊기지 않은 상태에서 지분 매각(논의)이 이뤄지는 걸 제가 듣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이 후보자는 제 행위가 '도청'에 해당한다며 저를 검찰에 고발한 뒤 굉장한 음해성, 허위 의혹 보도를 집중 쏟아냈다"며 "당시 1주일간 뉴스데스크에서 10여 차례 반복 보도했고, 라디오·아침뉴스 등에서도 40~50차례 (허위 내용을) 반복 보도했다"고 말했다.
▲ 김미화 "이진숙 후보자, 블랙리스트 만든 건 비판받아야" ⓒ 유성호 |
방송인 김미화씨는 "이진숙씨가 다시 블랙리스트를 만든 건 비판받아 마땅하다"며 "그간 대중예술인들의 블랙리스트 관련 고통을 뻔히 알면서, 뻔뻔스럽게 공개적인 자리에서 PPT까지 성실하게 띄워 발표할 수 있었는지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 높였다(관련기사: 정우성, 문소리도 좌파? 이진숙 '이태원참사 배후설' 이어 또 구설 https://omn.kr/29e6v).
그는 "제가 조금 더 부지런했다면, 이진숙씨는 명예훼손으로 큰 비용을 물어야 했을 것"이라며 "저는 지난 6~7년 동안 법정 다툼을 지속했고, '대중예술인들에게 함부로 종북, 좌파 딱지를 붙이지 말라'는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진숙씨가 방통위원장으로 온다면 다시 똑같은 일을 반복할 것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이진숙씨는 자기 인생만 챙기고, 대중예술인이나 방송 문화를 이끄는 젊은 후배들까지 챙기지는 말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 청문회 준비 사무실 출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8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의 한 오피스텔에 마련된 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 이정민 |
김순길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사무처장은 "MBC는 (세월호 참사 당시) 전원구조 오보에 (유가족을) 작전세력과 결탁한 깡패로 몰아붙이고 유민 아빠 사생활을 파헤치는 등 정권의 입맛대로 보도했다"라며 이진숙 당시 MBC 보도본부장을 왜곡 보도의 책임자로 거론했다.
김 사무처장은 "제가 겪고 보니 왜곡 보도가 피해자들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주는지, 진실을 알아가는 데 얼마나 엄청난 방해를 주는지 알게 됐다"며 "기자들은 정말 양심적으로 보도하려 하는데, 정권 눈치보고 이런 사람들이 방통위원장이 되면 안 된다 생각한다. 공정 언론, 국민을 지키는 길에 언제나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민 10·29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도 "언론 보도가 얼마나 많은 사람을 좌지우지하는지, 얼마나 많은 국민에게 갈등을 유발하는지 저는 절실히 느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당시 진실을 보도하며 굉장히 큰 역할을 해준 곳이 KBS인데, 사장 1명 바뀌었다고 완전히 180도 달라지는 것을 목격했다. 단 하나의 보도도 하지 않고, 그냥 없어져 버렸다"라며 "언론조차 다 떠나버리면 힘 없는 소시민들이나 사회적 약자들은 어디에 의지하고 누구에게 하소연 해야 하나"라고 호소했다.
그는 "언론을 통해 접한 이진숙 후보자는 굉장히 극우적 사고를 가지고 있는데, 이런 시각을 가진 사람이 방송을 장악하게 되면 여러 왜곡이 있지 않을까 걱정을 안 할 수 없다"라며 "이 후보자는 공감 능력이 전혀 없는 분이라 생각한다. 이런 분이 방통위원장을 맡게 되면 많은 분들에게 불행을 줄 것이라 감히 말씀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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