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연봉 걸고 인재 모으더니…핵심기술 빼간 中 '위장 연구소'
지난 2020년 6월 중국의 한 배터리 기업 A사는 국내에 설립된 지사를 통해 서울 소재 유명 대학교에 연구소 겸 사무실을 차렸다. 사실상 위장 연구소였다. 높은 연봉과 한국 근무라는 조건을 내건 A사는 국내 대기업으로부터 기술 전문 인력을 영입했다. 여기엔 임원급 인력도 포함됐다. 이후 연구소 전기차 배터리 기술 등 국가 핵심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됐다.
이런 정황을 포착해 수사를 벌인 서울경찰청은 기술 유출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대기업 전직 임직원 등을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혐의로 지난 1월 검찰에 넘겼다.
18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경찰이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기술이 실제 유출됐거나 유출 시도된 사건을 적발해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한 건 총 47건이다. 이 중 국내 업체 간 기술 유출 사건은 35건, 해외 기술 유출 사건은 12건으로 집계됐다.
경찰은 해외로 기술이 유출되는 사건이 늘어난 데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8건)과 비교하면 절반이 늘어난 셈이다. 해외기술 유출 사건은 2021년 9건에서 2022년 12건, 2023년 22건으로 매해 증가하는 추세다. 유출 국가로는 중국이 10건으로 가장 많았고, 미국과 이란이 각각 1건이었다.
해외 기술유출 12건 중 A사 사건과 같이 국가 핵심기술이 연관된 건 6건이었다. 국가 핵심기술이란 기술적·경제적 가치가 높아 해외로 유출될 경우 국가 안보와 경제 발전에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기술을 의미한다.
경기남부경찰청은 국내 반도체 핵심 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된 사건을 수사했다. 국내 반도체 전문기업에서 근무하던 중국 국적 30대 여성 B씨는 지난 2022년 6월 중국 기업으로 이직하는 과정에서 반도체 공정 기술이 담긴 자료를 A4 용지 3000여장 분량 출력해간 혐의로 구속 송치됐다.
경찰이 파악한 기술 유출 수법은 ▶자료 e메일 발송 13건 ▶이동식 저장장치(USB) 이용 9건 ▶외장 하드 이용 8건 등이다. 다만 경찰 관계자는 “A사 사건처럼 해외 회사가 국내에 사무실 등 거점을 차리고 인력을 영입해서 기술을 빼돌리는 등 유출 수법이 점차 진화하고 있다”고 짚었다.
기술유출 사건의 경우 피해액 산정이 어려워 범죄수익 보전이 쉽지 않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경찰은 올 상반기 적발한 기술유출 사건 중 피의자가 국가 핵심기술을 유출한 대가로 받은 급여나 수당, 해외 체류 비용 등을 특정해 약 4억 7000만원의 범죄수익을 환수했다고 전했다.
나운채 기자 na.un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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