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신정부 "성장 브레이크 푼다"...경제·친환경 둘 다 잡을까
14년 만에 정권 교체에 성공한 영국 노동당 정부가 강력한 경제성장 정책을 내놨다. 그러면서도 진보 진영의 '친환경' 의제 등을 함께 풀겠다는 의지도 감추지 않았다. 이런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의 새로운 경제 전략에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영국 정부는 런던 웨스트민스터궁에서 열린 의회 공식 개원식에서 찰스 3세 국왕의 '킹스 스피치'(King's speech·국왕 연설)를 통해 장기적인 국정 계획을 밝혔다. 개원식 국왕 연설은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할 입법안을 발표하는 것으로, 정부가 연설문을 작성한다. 이에 따라 찰스 3세는 "선도적인 산업 국가로서 영국의 입지를 강화할 것"이라며 39개 입법 계획을 발표했다.
BBC 등에 따르면 영국 정부의 청사진의 핵심은 '경제 안정과 성장'이다. 39개 법안 중 약 15개 법안이 경제 관련이다. 특히 각종 기반시설(인프라)과 주택 건설로 경기를 부양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노동당은 총선 때 5년간 주택 150만 채를 건설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연금 투자 활성화, 투자 촉진을 위한 국부펀드(NWF) 조성, 국영 청정에너지 기업 신설은 물론 철도 서비스를 재국유화하는 법안도 추진될 예정이다.
영국 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꼽히는 이민 문제에 대한 계획도 내놨다. 찰스 3세는 "국경안보부를 신설하고, 조직적인 이민 범죄 단속을 위한 대테러 권한을 강화해 망명과 이민 체계를 현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 정책과 관련해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대한 헌신, 새로운 안보 협정을 포함한 유럽연합(EU)과의 관계 재설정 등을 골자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노동당은 정부가 경제 성장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며 "인도, 브라질 등 여러 국가에서 채택한 방식으로 선진국인 영국의 실험을 주목하는 이가 많다"고 전했다.
스타머 총리 역시 국왕 연설 후 열린 첫 의회 토론에서 "성장의 잠금을 풀고, 영국의 브레이크를 해제할 것"이라며 경제 성장이 최우선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지속 가능한 항공유 생산 지원 법안' 등 친환경 의제를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도 내보였다.
유럽에서 극우 정당들이 득세하는 가운데 주요국 중 영국만이 좌파 정부가 들어선 상황도 주의를 끌고 있다. 일각에선 영국 정부의 '두 마리 토끼 잡기' 시도를 불안하게 바라본다. AP통신은 "(노동당 정부는) 친노동적이면서 친기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결국 그 누구도 만족하게 하지 못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핵심 정책인 주택 건설과 관련해서도 "지역사회의 강력한 반대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BBC)는 비판이 나왔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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