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나경원 공소 취소 청탁 폭로…"신중하지 못했다, 죄송"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후보가 경쟁자인 나경원 후보의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 취소 청탁'을 폭로한 것을 두고 18일 "신중하지 못했던 점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한 후보는 전날 방송토론회에서 나 후보에게 "저한테 본인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 취소해달라고 부탁한 적 있으시죠"라고 말했다. 2019년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태'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이던 나 후보는 특수공무집행 방해 등 혐의로 기소돼 재판받고 있었다. 한 후보는 법무부 장관 재직 시절 나 후보로부터 이 사건의 공소를 취소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나 후보는 이날 보수 진영 최대 외곽 조직인 '새미준'(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의 정기세미나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 후보가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에 대한 분별이 없는 것 같다"며 "좌충우돌하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원희룡 후보도 "피아 구분을 못 하고 동지 의식이 전혀 없는 걸 보면 정말 더 배워야 한다"며 "동지 의식이 없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드러낸 발언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당내 친윤(친윤석열)계와 몇몇 광역 지방자치단체장들도 한 후보를 질타했다. '원조 친윤'으로 꼽히는 권성동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한 후보가 형사사건 청탁 프레임을 들고나왔다. 이것은 청탁이 아니다"라며 "당 의원 개개인의 아픔이자 당 전체의 아픔을 당내 선거에서 후벼 파서야 되겠나"라고 지적했다.
반면 한 후보 러닝메이트인 장동혁 최고위원 후보는 채널A 유튜브 채널에서 "내부 총질이나 제 살 깎아 먹기가 아니고 계속된 공격을 막는 과정에서 한 말"이라고 한 후보를 감쌌다. 박정훈 최고위원 후보도 YTN 라디오에서 "나 의원이 너무 공격을 과하게 하다 보니까 방어하는 과정에서 나온 얘기"라고 두둔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한 후보는 이날 "어제 '공소취소 부탁 거절 발언'은 '왜 법무부 장관이 이재명 대표를 구속 못 했느냐'는 반복된 질문에 아무리 법무부 장관이지만 개별사건에 개입할 수 없다는 설명을 하는 과정에서 예시로서 나온 사전에 준비되지 않은 말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은 공수처법 등 악법을 막는 과정에서 우리 당을 위해 나서다가 생긴 일이었다"며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으로 고생하는 분들을 폄훼하려는 생각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대표가 되면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 재판에 대한 법률적 지원을 강화하고, 여야의 대승적 재발 방지 약속 및 상호 처벌불원 방안도 검토해 추진하겠다"며 "당을 위해 헌신한 분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과 함께 용기 내어 싸웠던 분들의 피해가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현예슬 기자 hyeon.yes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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