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위기돌파 승부수…'캐시카우'와 '미래 먹거리' 상호보완

박영국 2024. 7. 18.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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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 에너지 사업, 현금창출 능력 뛰어나지만 장기적으로 사양화 불가피
배터리‧신재생에너지사업, 수익보다 투자 수요 많지만 지속가능성 보장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이 18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주요 계열사 실적 부진으로 위기에 빠진 SK그룹이 에너지 계열사간 통합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만성 적자에 투자 수요가 많은 SK온에 대한 자금지원이 주요 목적으로 부각되고 있지만, 더 큰 그림을 보면 ‘현금 창출 능력이 뛰어나지만 장기 성장성은 희박한 사업’과 ‘당장은 돈이 안되지만 미래 성장동력이 될 사업’들을 한데 묶어 상호 보완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18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양사간 합병 계획을 공식화했다.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미래 에너지 사업의 성장기반을 만들고, 과감한 구조적 혁신을 추진하기 위해 SK E&S와의 합병을 결정했다”면서 ”향후 5~10년을 내다보고 추진했고, 양사의 역량을 결합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큰 에너지 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앞서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전날 각각 이사회를 열어 양사 간 합병 안건을 의결했다. 이번 합병은 SK그룹이 올해초부터 본원적 경쟁력 강화를 위해 추진해온 사업 포트폴리오 리밸런싱(구조조정) 방안 중 하나다.

구조조정에는 SK이노베이션 자회사인 SK온과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엔텀 등 3사가 합병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번 합병을 통해 탄생하는 자산 100조원, 매출 88조원 규모의 거대 에너지 기업 내에는 여러 사업들이 혼재돼 있다.

그 중 정유, 석유화학, LNG, 천연가스발전, 도시가스, 석유제품 트레이딩, 탱크 터미널 등은 현재의 캐시카우다. 투자가 필요한 부문에 자금을 수혈해주는 역할이다.

정유‧석유화학 사업은 시황이 좋을 때는 확실한 캐시카우 역할을 해주지만, 시황에 따라 수익 변동성이 크다. 반면, LNG, 발전, 도시가스 사업은 지속적인 수익을 안정적으로 보장해주면서 보완 역할을 한다.

회사측은 과거 10년의 세전이익 변동폭을 분석한 결과, 합병회사의 세전이익 변동폭은 215%에서 66% 수준으로 대폭 축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다만 이런 전통적 에너지 사업들은 탈탄소 흐름 속에서 언젠가는 사양화될 수밖에 없다. 전동화 전환이 본격화되면 SK이노베이션의 정유설비는 석유화학 원료 제조로 역할이 한정된다. 정유가 위축되면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의 석유제품 트레이딩 사업이나, SK엔텀의 탱크 터미널도 일감이 사라진다.

도시가스는 현재로서는 SK E&S의 주력 매출원 중 하나지만 성장 가능성은 희박하다. 오히려 점차 매출과 수익 비중이 줄고 있다. 천연가스발전 사업 역시 석탄발전 등에 비해 친환경적이라고는 하지만, 탄소연료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퇴출이 불가피하다.

반면, SK온의 배터리와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분리막, SK E&S의 재생에너지, 수소에너지 사업은 당장은 수익 창출보다 투자 수요가 더 많은 분야지만, 탈탄소 시대의 유망 사업들이다.

전통적 에너지 사업들로부터 투자를 위한 자금을 수혈받는 대신 전통적 에너지 사업이 사양화된 이후 통합 회사의 미래를 보장해주는 그림이다.

합병을 통한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 계열의 전기차 배터리, ESS, 열관리 시스템과 SK E&S 계열의 재생에너지, 구역 전기사업 등 분산전원, 수소, 충전 인프라, 에너지 솔루션 등이 결합하면 새로운 사업 모델을 만들어 시장을 개척해 나갈 수 있다.

박 사장은 “글로벌 에너지 시장은 큰 변화를 겪고 있고, 전기차 캐즘과 전력수요 급증 등 상황에서 에너지 기업들은 넷제로나 토털 솔루션을 요구받고 있다”면서 “급변하는 대내외 경영환경을 감안할 때 두 회사의 통합이 주주가치 증대와 에너지 산업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합병 회사는 석유/화학, LNG, 전력, 배터리, 에너지 솔루션, 신재생에너지에 이르는 핵심 에너지 사업들을 기반으로 현재와 미래의 대한민국 에너지 산업을 선도할 수 있도록 사명감을 갖고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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