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금융사]트럼프와 가상화폐의 미래
실물 화폐 자원낭비 여론 많아
트럼프, 가상화폐 지지로 선회
규율없는 화폐 논란 거세질 듯
유세장에서 총격을 당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피격 직후 피를 흘린 채 주먹을 불끈 쥐고 선 사진 한 장으로 곧 다가올 미국 대선에 유력한 후보로 등극했다. 트럼프가 다시 그려 갈 미국의 미래에 대해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그중에서도 특히 ‘가상화폐’를 지지하는 트럼프의 미래 화폐 정책이 주목받고 있다.
그는 애초에 가상화폐에 대해 다소 부정적이었지만, 돈에 민감한 그였기에 입장을 바꾸었다. 트럼프가 그려 갈 달러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우선, 미국 달러의 역사를 살펴보자. 미국 헌법은 애초에 연방 정부가 지폐가 아닌 동전만을 발행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헌법 제1조는 연방 정부에 ‘돈을 주조’하고 ‘돈의 가치를 규제’하는 유일한 권한을 부여했다. 그렇지만 지폐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는 건국의 아버지들이 미국 혁명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대륙 의회가 발행한 지폐가 전쟁이 끝날 무렵 사실상 가치가 없어지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남부 연합은 남북전쟁 중에 약 10억달러 상당의 지폐를 발행했고, 이는 미국에서 유통된 금액의 두 배 이상이었다. 그야말로 돈을 찍어내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을 초래한 남부의 정책으로 남부는 북부에 패배할 수밖에 없었다.
대륙화의 붕괴는 지폐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렸지만 헌법 회의 대의원들은 이 문제에 대해 침묵을 지키기로 결정했다. 따라서 남북전쟁 이전 미국의 첫 70년 동안은 은행들이 지폐를 발행했다. 금과 은으로 교환할 수 있는 주 인가 은행에서 인쇄한 지폐가 가장 일반적인 형태의 화폐였다. 미국 건국부터 국가 은행법이 통과될 때까지 약 8000개의 다른 기관이 통화를 발행했다. 이로 인해 통화 공급은 통제하기 어려웠고, 위조가 용이했다. 국가 은행법이 통과되면서, 주가 아닌 연방 정부가 인가한 은행 시스템을 만들 수 있었다. 전국적으로 유통되는 엄청난 종류의 지폐를 폐기했다.
국가 통화를 창설한 것은 새롭게 독립한 경제를 안정시키고 수립하기 위한 첫걸음 중 하나였다. 전쟁 전에 영국은 식민지에 충분한 양의 펜스와 실링 동전을 공급하지 않았다. 또한 식민지가 자체 동전 통화를 만드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래서 식민지 주민들은 종종 스페인, 프랑스, 포르투갈을 포함한 다른 유럽 국가의 동전을 사용하거나 담배와 같은 물건을 사용하여 물물교환했다.
매사추세츠주는 영국의 규칙을 피하기 위해 1690년에 자체 지폐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다른 식민지도 매사추세츠의 선례를 따라 지폐를 생산했고, 이는 해당 주 또는 식민지 내에서 상품을 교환하는 데 사용되었다. 무엇보다도 신용장이라 불리는 이러한 지폐는 모기지 대출로 발행되어, 자신의 땅을 담보로 제공했다. 지폐 발행은 동전 부족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그렇지만 유통 중인 다양한 지폐와 동전은 통화의 실제 가치를 판단하기 어려워 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물론 위조도 급증했다. 전쟁이 끝난 후, 신생국가 미국은 경제를 안정시키려고 노력했다. 1785년에 널리 쓰이던 스페인 은 달러를 기반으로 미국의 새로운 화폐 단위로 달러를 제정했다. 현재 미국의 달러 기호는 페소의 스페인계 미국 기호에서 따왔다.
외국 동전은 한때 미국에서 허용되는 법정 통화였다 1800년대 중반까지 미국은 동전을 주조할 충분한 양의 귀금속이 부족해 스페인 달러와 다른 외국 동전이 미국 통화 시스템의 일부가 될 수 있었다. 외국 동전은 1857년까지 법정 통화로 사용했다.
한편 역사상 가장 높은 액면가의 지폐는 1934년 미국 조폐국이 발행한 10만달러짜리 금 증서였다. 이 지폐는 앞면에는 우드로 윌슨 대통령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었다. 이 지폐는 대중에 유통되지는 않았으며 연방준비은행 간의 거래에만 사용되었다. 대중에 발행된 역대 최고 액면가 지폐에는 대통령이 등장하지 않았다. 1만달러 지폐는 연방 정부가 유통한 가장 높은 액면가이다. 그 가치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초상화가 아닌 국가 은행법이 통과될 당시 재무 장관이었던 살몬 체이스의 초상화로 장식되어 있었다. 연방 정부는 1969년에 1만달러 지폐와 함께 액수가 큰 지폐 발행을 중단했다.
달러 지폐가 유통에서 제외되거나 마모되면 연방준비은행에서 분쇄한다. 어떤 경우에는 연방 정부가 분쇄된 통화를 재활용하여 지붕널이나 단열재와 같은 건축 자재 생산에 사용하는 회사에 판매하기도 했다. 특히 5달러 지폐는 모든 종류의 지폐 중에서 수명이 가장 짧다. 연방준비제도에 따르면 5달러 지폐의 추정 수명은 4.7년이다. 10달러와 1달러 지폐의 추정 수명은 각각 5.3년과 6.6년이다. 가장 추정 수명이 긴 것은 100달러 지폐로 약 23년이다. 이렇듯 전통적인 실물 화폐 발행은 자원이 낭비되는 지루한 과정임이 틀림없다. 그에 비해 가상화폐는 자유롭고 효율적일 수 있다. 그렇지만 인간의 욕망은 정의로울 수도, 효율적일 수도 없다. 규율 없는 가상화폐가 과연 가능할까?
백영란 역사저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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