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정남면 방아못 전설이 주는 교훈

화성시민신문 김명수 2024. 7. 18.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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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에 대한 경고... 아리셀 참사를 보며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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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시민신문 김명수]

화성시 정남면에는 '방아못 전설'이라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근처 향남지역의 부처내라는 곳에도 비슷한 유형의 전설이 있는데,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이는 우리나라에 널리 퍼져 있는 '장자못 전설'의 한 유형으로, 전국 각지에서 발견되는 광포전설이다.

전형적인 장자못 전설의 줄거리는 이렇다. 인색한 부자가 시주를 청하는 스님을 박대하고, 며느리가 몰래 시주를 한다. 스님은 며느리에게 마을을 떠나라고 하며 뒤돌아보지 말라고 당부한다. 며느리가 뒤돌아보는 순간 마을은 물에 잠기고 못이 되며, 며느리는 돌이 된다. 이 전설은 각 지역의 특성에 맞게 조금씩 변형되어 전해진다.

화성시 정남면의 방아못 전설도 이러한 구조를 따른다. 정남면의 어느 마을에 부유하지만 인색한 장자가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스님이 시주를 청하러 왔지만, 장자는 스님의 바가지에 쇠똥을 담아주었다. 이를 본 며느리는 부끄러워하며 몰래 스님을 따라가 쌀을 시주했다. 스님은 고마워하며 며느리에게 뒤돌아보지 말고 따라오라고 했다. 얼마를 걸어가던 중 갑자기 큰 소리가 났고, 며느리는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그 순간 며느리는 돌이 되고 말았고, 장자의 집은 물에 잠겨 큰 못이 되었다. 이 못을 사람들은 '방아못'이라 부르게 되었다.

이 전설은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에 대한 경고와 함께, 선행과 덕행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또한 신비로운 힘을 가진 존재가 악행을 벌하고 선행을 돕는다는 점에서, 우리의 도덕적 가치관을 반영한다. 우리 설화 속 부자에 대한 인식은 부의 축적이 개인의 노력만이 아닌 명당이나 혈과 같은 운의 요소도 작용한다는 믿음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부자는 그 부를 나누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 설화의 세계관이다.

"100만 화성시에 방아못 전설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생각해 보면 화성시가 100만 도시가 되고 부자 도시가 된 것도 이와 다르지 않다. 물론 노력한 시민들과 선배들이 있었겠지만, 현재의 화성이 순전히 시민들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을까?

최근 화성시 아리셀 공장에서 발생한 참사는 방아못 전설의 교훈을 떠올리게 한다. 이 사건을 통해 우리사회와 그 일원인 화성시가 여전히 전설 속 부자의 모습을 닮아있음을 깨닫게 된다. 경제적 성장에만 집중한 채 노동자의 안전과 권리를 소홀히 해온 것이다.

화성시는 외국인 노동자의 비중이 매우 큰 도시다. 경기도 노동국 노동통계자료에 따르면 화성시의 외국인 노동자 수는 전국 1위로, 2021년 6월 기준 화성시 E9비자 외국인은 1만7583명으로 집계됐다. 외국인 주민 또한 2024년 2월 기준으로 보면, 100만 화성시 인구 중 약 6.7%인 5만9942명이 외국인 주민이다. 이는 10년 전에 비해 두 배 증가한 수치다.

아리셀 공장 참사로 23명의 소중한 생명이 사라졌고, 그 중 대부분이 외국인 노동자였다. 이들은 우리가 꺼리는 일자리를 묵묵히 채워왔지만, 우리는 그들에게 안전한 일터를 제공하지 못했다. 외국 언론의 "한국인 꺼리면 중국인 쓰면 그만?"이라는 기사 제목은 우리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화성시가 100만 인구의 대도시로 성장하는 지금, 우리는 방아못 전설의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과거의 잘못된 관행에 미련을 두는 대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안전한 일터, 평등한 노동권, 그리고 모든 시민이 존중받는 도시가 되지 않으면 100만 화성은 언제든지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사실 우리는 그간 살인사건이나 대형참사로 대표되는 화성시의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이제 우리에게 새로운 숙제가 생긴 것이다.

화성시민들은 이제 선택해야 한다. 뒤돌아보아 돌이 되느냐, 아니면 미련 없이 앞으로 나아가느냐. 우리의 선택이 화성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김명수 경기도문화원연합회 연구원
ⓒ 화성시민신문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화성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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