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초 1주기]교권침해 사망 1년… 교육 현장, 어떻게 바뀌었나
'교권 보호 5법' 시행 10개월째
서울 교사 84.1% "현장 변화 없어"
아동복지법 개정 등 추가 조치 필요
지난해 7월 18일,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1학년 담임 교사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교사들 사이에서 추모 행렬과 함께 학부모 민원 등 교권 침해 사례가 심각하다는 공감대가 전국적으로 확산했다.
지난 1년간 정부와 국회에서 '교권 보호법'과 관련 시행령 등 제도 개선이 이뤄졌지만, 현장의 교사들은 아직까지 큰 변화를 체감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서울시교육청과 교원단체에서는 추가적인 법 개정과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지원이 더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국서 추모 물결
18일 오후 4시 서울시교육청과 6개 교원단체(교사노동조합연맹, 새로운학교네트워크, 실천교육교사모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좋은교사운동,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교사유가족협의회는 서울시교육청에서 공동 추모식을 열고 고인을 추모하는 시간을 갖는다. 같은 날 교원단체들은 서울교대, 서이초 정문 등 곳곳에서 추모식을 열 계획이다.
이날 오전 교육부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울산 타니베이 호텔에서 추념식과 함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공동 선언문'을 채택한다. 선언문을 통해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를 강화하고, 악성민원으로부터 안전한 학교를 만들 것 등을 약속한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교권 보호와 회복에 대한 전 사회의 염원을 잊지 않고, 현장과 지속해서 소통하며 강화된 교육활동 보호제도의 현장 안착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교육청에서는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현장의 정책 체감도는 높지 않은 상황"이라며 '교권 보호 3법'의 추가 제·개정을 제안했다. 그는 현행 아동복지법, 학교안전법 개정과 학생맞춤통합지원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교원단체들도 일제히 추모의 메시지를 전했다. 전교조는 "교사 유가족에게 입증 책임을 모두 떠넘기는 현재의 순직 인정 제도를 전면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천교육교사모임도 "1주기를 맞이하여 학교는 조금의 변화도 감지되지 않고 있다"며 "말뿐이 아닌 제도의 개혁을 요구하며, 선생님이 제대로 교육할 수 있는 학교 환경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1년간 제도 얼마나 바뀌었나
지난해 7월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같은 해 9월 '교권 보호 5법(교원지위법, 교육기본법,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아동학대처벌법)'이 개정돼 시행 10개월을 맞았다. 교육청 단위에서는 ▲교육감 의견 제출 제도 도입 ▲학교별 민원대응팀 설치 ▲교육활동보호센터 상담 제공 ▲교원배상책임보험 제공 등이 이뤄졌다.
교육부는 법 개정으로 교권보호위원회를 학교에서 교육지원청으로 이관하면서 교육활동 침해 대응이 강화됐다는 입장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교권보호위원회 이관 이후 약 3개월간 1364건의 위원회가 개최됐다. 교보위 개최 건수는 2022학년도 3035건, 2023학년도 5050건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교육활동 침해 보호자에 대한 조치가 법제화되면서 지난해 대비 '조치 없음'의 비율은 49%에서 10% 수준으로 감소했다. 또 교원 대상 아동학대 신고 553건 중 384건(70%)에 대해 '정당한 생활지도'로 의견을 제출했으며, 제도 도입 전과 비교해 불기소 비율이 17.9%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학교별 민원 대응팀 구성으로 기관 단위로 민원에 응대하는 체계가 구축됐다고 교육부는 설명했다. 교육부 집계에 따르면 올해 6월 30일 기준 17개 시도교육청에서 학교민원응대와 관련해 ▲학교 민원대응팀(99.8%, 1만4115교) ▲통화녹음 전화기(95.8%, 1만3545교) ▲통화연결음(90.5%, 1만2788교) ▲민원상담실(90.7%, 1만2818교) ▲교육청 통합민원팀(100%, 196개)이 마련됐다. 교육활동에 헌신하다 고인이 된 교원의 순직 인정 확대를 위한 제도 개선도 추진됐다.
현장 교사들 "아직 멀었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날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이 6개 교원단체와 함께 발표한 '교권보호 정책 실효성 평가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5980명의 교사 중 52.6%가 학교에 조직된 학교 민원대응팀을 ‘모른다’고 응답했다. 또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별도 인원 없이 담임 또는 개별 교사가 이 일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서울교사노조가 지난달 7~9일 한길리서치를 통해 서울 교사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서도 84.1%는 서이초 교사 사망 후 교권 보호 법안이 개정됐지만 현장 변화가 없다고 답했다.
교육활동 침해로 인한 고통이 커지면서 피해 교원의 병가·휴직은 증가하는 추세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2020~2023년 교권 침해 피해 교원 조치 현황'을 보면 교육활동 침해로 연가·특별 휴가·병가·전보·휴직 처리된 교원은 지난해 2965명으로, 2020년(415명)의 7.1배에 달한다. 특히 이 가운데 병가 처리 교사는 91명에서 761명으로 8.4배, 휴직 처리 교원은 3명에서 168명으로 56배 늘었다.
이 때문에 교원단체들은 아동복지법 개정을 통해 교원의 정당한 생활 지도를 아동학대로 규정하지 않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국회에서도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이 해당 개정안을 발의했으며, 백 의원도 '서이초 특별법'을 발의해 정서적 학대 요건을 명확화하고, 교육활동 방해 학생에 대해 물리적 제재 및 분리를 법제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장의 요구에 대해 "현장에서 더 전달하려고 노력해야겠지만, 교사 한명 한명까지 정책 효과를 느끼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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