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자부 36만달러 받은 로펌 합법…3.7만달러 받은 수미 테리 기소 왜

유지혜, 정영교 2024. 7. 18.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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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미 테리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이 미 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한국 정부를 대리한 혐의로 16일(현지시간) 미 연방법원 재판에 넘겨졌다. 연합뉴스

혐의 1. 외국대리인등록법(FARA) 위반 모의
혐의 2. FARA에 따른 등록 누락

미국 연방 검찰은 중앙정보국(CIA) 분석관 출신의 한반도 안보 전문가 수미 테리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을 기소하며 적용한 혐의 두 건이다. 간첩 행위도 아니고, 금품 수수만으로 문제가 된 것도 아니다. 핵심은 자신이 ‘한국 정부의 대리인’이라는 사실을 숨긴 채 미국 정·관계에 영향력을 미치려 해 FARA를 위반한 것이다.

사실 검찰이 공소장에서 밝힌 범죄 혐의 중 한국 정부의 입장과 일치하는 언론 기고 등은 충분히 합법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학자의 연구 활동 범위 내에 있다. 펀딩 역시 테리가 운영하는 연구 프로그램에 대해 이뤄졌다.

하지만 테리는 이런 과정에서 주미 대사관에 파견된 국정원 담당 요원과 소통한 사실 등을 숨긴 게 위법으로 이어졌다. 바꿔 말하면 국정원이 절차에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어도 이런 상황까지는 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뜻도 될 수 있다.

실제 로비 활동을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미국에서 공개적으로 한국 정부를 대리하는 개인이나 기관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FARA에 따른 등록자는 웹사이트를 통해 곧바로 검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다국적 로펌 A사는 올 2월 한국 산업통상자원부와 계약한 내용을 상세하게 해당 웹사이트에 등록했다. “등록자(A사)는 미국 정부 관계자들과의 회의를 포함한 옹호 및 대외 홍보 활동에서 외국 본인(산자부)을 지원한다”고 신고했다. 신고 양식에서는 정·관계 접촉 등 정치적 행위를 하는지도 공개하도록 돼 있다. 구두가 아닌 서면 계약이 필요하고, 통상 서명이 들어간 계약서도 첨부한다.

미 외국대리인등록법(FARA)에 따라 한국 정부를 대리한다고 등록한 다국적 로펌 제출 서류. FARA 검색 웹사이트 캡처

A사는 보수와 지급 원칙도 투명하게 공개했다. “36만 달러의 선임료를 청구한다. 이는 3만 6000달러씩 10회에 나눠 지불된다” “소요 시간에 따라 특정 상세 법률 분석에 대해선 시간당 요금을 별도로 청구한다” 등이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테리가 수수한 금전은 3만 7000달러, 명품은 1만 달러 정도 된다. 적어도 금전의 경우에는 절차에 따라 한국 정부의 대리인으로 등록했다면, 불법으로 간주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 미 사법당국은 최근 FARA에 어긋나는 행위를 보다 엄정하게 처벌하는 추세다. 미 민주당 밥 메넨데스 상원의원 역시 FARA 위반과 뇌물 수수 등 혐의로 기소돼 최근 유죄 평결을 받았다. 등록하지 않은 채 이집트 정부의 대리인으로 활동했다는 혐의였다.

한 소식통은 “이는 최근 전세계적으로 가짜뉴스, 로비 등을 활용한 ‘외국 정부의 비밀스럽고 부적절한 영향력 행사’가 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며 “이런 영향력을 차단하는 게 미국 뿐 아니라 주요국 첩보기관이 가장 주력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검찰은 테리의 공소장에서도 “테리는 의회 증언 과정에서 FARA에 따른 등록자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자신을 편견 없고 독립적인 사람으로 묘사함으로써 의회와 미국 국민은 그가 ‘한국 정부의 대리인’으로서 증언한 것이라는 점을 평가할 수 없었다”고 기소 이유를 설명했다.

이와 관련, 한국에도 비슷한 법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제라도 선진적인 정보활동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서다. 지난해 중국 식당 동방명주 사건 때만 하더라도 정보 당국은 중국 정부의 ‘비밀 경찰서’ 역할을 의심했지만, 적용할 법령이 없어 업주를 식품위생법 위반 등으로 기소했을 뿐이다.

21대 국회에서 최재형 전 국민의힘 의원은 ‘국내에서 외국 당사자를 위해 활동하는 외국대리인의 등록 및 업무수행 등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는 내용의 법안을 대표발의했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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