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대충격' 아르헨 대통령 "인종차별 메시가 사과해야" 주장한 체육부장관 즉각 경질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아르헨티나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2024 코파 아메리카에서 우승한 뒤 인종차별적인 노래를 집단으로 부르며 자축한 것이 논란이 된 가운데, 사과를 주장한 아르헨티나 체육부 장관이 전격 경질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다.
아르헨티나 대통령실은 18일(한국시간) SNS를 통해 "대통령실은 어떤 정부도 세계챔피언이자 남미챔피언인 아르헨티나 대표팀에 어떤 의견, 어떤 생각, 어떤 행동도 강요할 수 없음을 통보한다"며 "이런 이유로 체육부 장관인 훌리오 가로는 더 이상 체육부장관으로 근무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린다"고 했다.
가로 장관을 해임한 것이다.
가로 장관은 아르헨티나 대표팀 선수들의 인종차별적인 노래 파문을 두고 부끄러움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17일 한 자국 방송에 출연한 뒤 "아르헨티나축구협회 회장과 대표팀 주장(리오넬 메시)이 프랑스축구협회에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해 전세계적 지지를 받았으나 아르헨티나에선 '제국주의적 사고'라며 큰 비판을 받았다.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도 "팩트를 노래했는데 메시가 제국주의자들에게 사과해야 하나? 동의할 수 없다"며 격분했는데 자신의 발언 불과 몇 시간 뒤 직접 경질하는 초강수를 뒀다.
사건은 아르헨티나가 지난 16일 미국에서 열린 코파 아메리카 결승에서 콜롬비아를 연장 혈투 끝에 1-0으로 이기고 대회 2연패, 월드컵 포함 메이저대회 3연패를 차지한 뒤 일어났다.
선수들이 우승 후 선수단 버스에서 부른 노래의 가사에 인종차별적이고 성전환자를 혐오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브라질 매체 'UOL'은 "아르헨티나 대표팀 선수들은 호텔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인종차별적이고 성전환자를 조롱하는 노래를 불렀다"며 "이 순간을 (미드필더)엔소 페르난데스가 인스타그램 라이브로 녹화했고 관련 가사가 나오자 촬영을 중단했다"고 전했다.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노래의 일부엔 "그들은 프랑스에서 뛰지만 모두 앙골라에서 왔다. 그들은 정말로 아름답게 달린다. 킬리안 음바페처럼 성전환자와 관계를 맺는다. 그들의 엄마는 나이지리아인이고 아빠는 카메룬이지만 서류상 국적은 프랑스인이다" 등의 내용이 있었다.
이 노래는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당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아르헨티나는 월드컵 결승에서 프랑스와 승부차기 혈투 끝에 이기고 정상에 올랐는데 우승 후 선수단과 팬들이 이 노래를 불러 논란이 됐다.
이번엔 프랑스가 코파 아메리카에 참가하지 않았고, 당시 전세계적으로 야단을 맞았음에도 이번 우승 뒤 버젓이 다시 부른 것이다.
비판의 중심에는 SNS 라이브 방송을 켠 엔소가 있다. 그가 뛰는 첼시의 프랑스 출신 선수들은 모두 그와 SNS에서 팔로우를 끊었다.
글로벌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의 첼시 전담 기자 리암 투메이는 SNS를 통해 "첼시의 1군 스쿼드에 있는 6명의 프랑스 선수 중 누구도 인스타그램에서 엔소를 팔로우하지 않고 있다"며 선수들 사이의 관계도 좋지 않아졌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출신 첼시 센터백인 웨슬리 포파나는 엔소가 노래 부르는 영상을 SNS에 올리며 "2024년 축구 : 억제되지 않는 인종차별"이라며 인종차별이 멈추지 않는 축구계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첼시 구단도 조사에 들어갔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첼시는 미드필더 엔소가 SNS에 게시한 영상을 조사하고 있다"며 "첼시가 해당 사건을 조사하고 심각하게 다루고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축구협회(FFF)도 성명문을 발표했다. FFF는 "펠리페 디알로 회장은 아르헨티나 대표팀의 승리 후 선수들과 팬들이 부른 노래의 맥락에서 프랑스 대표팀 선수들에 대해 용납할 수 없는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한 것을 강력하게 규탄했다"고 입장을 전했다.
이어 법적 조치도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FFF는 "스포츠와 인권의 가치에 어긋나는 이러한 충격적인 발언의 심각성에 직면한 FFF 회장은 아르헨티나 측과 FIFA(국제축구연맹)에 직접 도전하고 인종차별적 성격의 모욕적인 발언에 대해 법적 고소를 제기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엔소도 사과문을 게시했다. 엔소는 17일 SNS를 통해 "국가대표 축사 때 인스타그램 채널에 올라온 영상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싶다"며 "이 노래는 매우 모욕적인 표현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런 말에 대해 변명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는 모든 형태의 차별에 반대하며 우리의 코파 아메리카 축하 행사의 여운에 사로잡힌 것을 사과한다"며 "그 영상, 그 순간, 그 말은 내 신념이나 성격을 반영하지 않는다. 정말 미안하다"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
여기에 가로 장관이 축구협회장과 메시의 정중한 사과를 통해 사태를 해결하려 했으나 정작 아르헨티나 혹은 남미의 정서는 달랐다. 프랑스를 제국주의자들로 지칭하며 정당한 사실을 말했는데 아르헨티나가 왜 사과를 하느냐며 대통령이 직접 자른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SNS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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