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관련 기관장 임명 늦어지는 이유[양낙규의 Defence Club]

양낙규 2024. 7. 18.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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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기관장 예비역 군장성 후보군 합류
일각선 대선캠프 출신 인사 등 부담감 작용

국방 관련 정부 기관장 임명이 늦어지고 있다. 남북 간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임명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예비역 장성들을 주요 보직에 임명하는 것에 신중을 기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18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방위사업청 산하 국방기술품질원 원장의 임기는 이미 지났다. 현 허건영 원장은 2021년 4월에 취임해 임기 3년을 모두 채웠다. 현재 후보직으로 내부 출신인 최중환 수석연구원, 이창우 국방기술품질원 본부장이, 외부 인물로는 신상범 예비역 육군 소장(육사 41기)이 거론되고 있다. 이달 내로 후임 원장을 내정한다는 방침이지만 군 출신은 배제되는 분위기다.

방산 관련 정부 기관장 경력 무관에 자질 논란

군 출신을 배제하려는 이유는 그동안 임명됐던 예비역 장성들에 대해 이런저런 말이 많기 때문이다. 올해 2월엔 방사청장에 석종건 청장(육사 45기)이 임명됐다. 방사청장에 군 출신이 임명된 것은 두 번째다. 이명박 정부 시절 5대 장수만 청장부터 문재인 정부 11대 강은호 청장까지는 군인 출신이 아닌 고위 관료 출신이 임명됐다. 박근혜 정부의 8대 장명진 청장도 국방과학연구소(ADD) 전문과학자 출신이었다. 석 청장은 5월 방위산업 기업을 계열사로 둔 그룹 오너들과 개별 면담에 나서려다 취소하기도 했다.

이건완 소장(공사 32기)도 올해 4월 ADD 소장으로 취임했지만, 방산업계에서 거는 기대는 크지 않다. 이 소장은 제11전투비행단장, 공군 북부전투사령관, 공사 교장, 공군 참모차장, 공군 작전사령관을 지냈다. 방산기술 경력과는 무관하다. 다만, 대통령 소속 국방혁신위원회 위원 출신이어서 보은인사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물러나면서 공석 상태인 호주 대사 임명도 늦어지고 있다. 심승섭 전 해군 참모총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지만, 임명은 미뤄지고 있다. 그동안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당시 캠프에 참여한 군 출신들이 외교가에 꾸준히 진출하면서 부담감이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외교가 대선캠프 출신 군 인사 줄줄이 임명

주나이지리아대사로 임명된 김판규 전 해군 참모차장(예비역 중장)은 윤석열 대선 캠프 ‘미래국방혁신 4.0 특별위원회’에서 부위원장을 역임했다. 윤 대통령의 취임사 필진으로 참여한 류제승 전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예비역 중장)은 주아랍에미리트 대사로 발탁됐다. 대선 캠프에서 국방 공약 수립에 관여한 이왕근 전 공군 참모총장(예비역 대장)은 주콜롬비아 대사에, 최병혁 전 한미연합사(예비역 대장) 부사령관은 주사우디아라비아 대사로 임명됐다. 이 밖에도 신만택 전 육군 부사관학교장은 주동티모르 대사로 발탁됐고, 이서영 전 주미 국방무관은 주호놀룰루 총영사로, 김진형 전 해군 군수사령관은 주피지 대사로 임명됐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은 지난해 7월 감신 이사장이 물러난 후 1년째 공석으로 남아 있다. 4·10 총선이 끝난 만큼 당내 경선에서 패배해 공천받지 못했거나 본선에서 낙마한 예비역 군 출신들이 내려오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19대 총선 낙천한 김옥의 전 의원이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이사장에 임명되기도 했다. 김 전 의원은 육군 여군단장을 지낸 예비역 육군 대령이다.

일부 기관 수개월씩 공백…인사 결정 못 해

국방부 산하 한국국방연구원(KIDA)도 2월 7일 김윤태 원장이 퇴임한 이후 원장 자리가 3개월 넘게 공백인 상태다. 당초 김태우 한국군사문제연구원(KIMA) 핵안보연구실장, 김황록 전 국방정보본부장(육사 40기·예비역 중장), 배달형 전 KIDA 부원장(육사 40기·예비역 대령) 등 3명으로 좁혀졌다. 하지만 총선 이후 기류가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3명의 후보 중 새 원장으로서의 ‘적격자’가 없다는 이유로 임명이 미뤄졌다. 결국 KIDA는 사실상 올 상반기 내내 수장 없이 지내왔다. 일각에서는 사실상 군 출신인 김정수 전 육군사관학교장(예비역 육군 중장)이 내정됐다는 후문이다. 김 전 교장은 지난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후보로 거론됐으나 낙마했다.

카이 연이어 낙하산 인사에 ‘경영 낙제점’

방산업계도 마찬가지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이하 KAI)의 강구영 사장이 대표적이다. 강 사장은 취임하자마자 대폭적인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3개월 사이 20여명의 임원이 집으로 돌아갔다. 빈 공백은 공군 출신과 자신이 몸담았던 단체의 인물들로 채웠다. 채용된 예비역 공군은 갑질 의혹에 지역 노동지청에서 조사받았다. 강 사장 취임 이후 방위산업 기술 보호 통합실태조사에서 턱없이 낮은 점수를 받기도 했다. 이어 인도네시아 직원이 이동형 저장장치(USB)를 유출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사내 낙하산 인사와 경영실태를 담은 지라시(미확인 내용을 담은 정보지)가 방산업계에 돌기도 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대선캠프에 있었다는 이유로 능력과 상관없이 연달아 기관장 등에 임명되면서 현 정부의 정책 추진력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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