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킴, 슈머, 펠로시까지 민주당 지도부 일제히 바이든 사퇴 요구

전웅빈 2024. 7. 18.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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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조 바이든 대통령이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로부터 재선 출마를 고집하면 의회 권력 전체를 공화당에 넘겨줄 수 있다는 경고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도 바이든 대통령에게 대선에서 이길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만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이길 수 있다며 이를 거절했지만, 민주당 지도부급 인사들마저 등을 돌리면서 리더십이 흔들리게 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17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당 지도부로부터 ‘후보직 고수가 상하원을 장악하려는 당의 바람을 손상할 수 있고, 민주당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경고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제프리스 원내대표와 슈머 원내대표는 각각 지난 11일과 13일 백악관과 델라웨어 레호보스 비치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민주당 지도부는 11월 선거 때 대선은 물론 상·하원 선거까지 참패해 공화당이 입법권을 차지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수 있다는 의원들 우려를 전달했다고 한다. 이들 중 한 명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후보직에서 내려오는 것이 유산을 보존하고 국가를 구할 유일한 방법”이라고 직접 경고했다고 WP는 설명했다.

ABC방송도 슈머 원내대표가 지난주 바이든 대통령과 면담에서 “후보직에서 자진 사퇴하는 편이 국가와 민주당을 위해 더 공헌하는 것”이라는 취지로 설득했다고 보도했다.

CNN은 “펠로시 전 의장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여론조사는 당신이 대선에서 이길 수 없다고 한다’고 개인적으로 말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민주당은 현재 기류에서 공화당의 하원 과반을 저지할 동력이 없고, 대선에서 지면 상원 주도권마저 빼앗길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러나 대선 TV토론 이후에도 가상 양자 대결 지지율 변화가 없다는 여론조사를 거론하며 이를 반박한 것으로 전해진다.

악시오스는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중도파 민주당 의원들과의 화상회의에서 “군 통수권자로서 지도력에 대한 유권자 확신이 떨어지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그따위 말은 듣고 싶지 않다. 능력이 없다고 말한 외국 정상 이름을 한 명이라도 대봐라”고 화를 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아무런 이유도 없이 고함을 질렀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그러나 당의 기류는 더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WP는 “제프리스와 슈머 원내대표의 비공개 경고는 놀라운 메시지”라며 “많은 민주당원이 보고 있는 암울한 전망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덤 시프 하원의원은 이날 “사퇴 결정은 바이든 몫이지만, 나는 그가 횃불을 넘길 때라고 믿는다”며 “그렇게 함으로써 다가오는 대선에서 트럼프에 승리하고 지도자로서 그의 유산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하원에서는 바이든 대통령 후보 선출을 반대하는 연명 서한도 추진 중이다. TV토론 이후 현재까지 20명가량의 의원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후보직을 내려놓을 것을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흑인 연예 전문 케이블방송인 BET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완주 의사를 재고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만약 나에게 의학적 상황이 발생해 의사들이 나에게 이런저런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면”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믿을 이유는 없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5일 ABC방송 인터뷰에서 “전능하신 주님이 관두라고 하면 그러겠다”며 후보 사퇴 가능성을 배제했다. 그러나 이날 발언에선 어느 정도 뉘앙스가 달라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알다시피 나는 ‘거쳐 가는 후보’가 되고자 했고, 대통령직을 다른 사람에게 물려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일이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았고, 솔직히 말하자면 나이는 지혜만을 가져왔다”며 “할 일이 아직 남아 있어서 물러나기 꺼려진다”고 말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코로나19에 재감염돼 유세 행사를 취소했다, 그는 이날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라틴계 미국인 행사에서 발언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참석하지 못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이 델라웨어 사저로 돌아가 자체 격리한 상태에서 직무를 수행할 계획”이라며 대통령 증상이 가볍다고 설명했다.

밀워키=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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