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 가서 홈런 쾅쾅… LG 문보경
이제 '미래의 4번 타자'가 아니다. LG 트윈스 문보경(24)이 4번 타자에 배치된 뒤 홈런포를 쏘아올리고 있다.
지난 10일 잠실 KIA 타이거즈전을 앞두고 염경엽 LG 감독은 타순을 대폭 변경했다. 타격감이 좋지 않았던 김현수를 내리고, 오스틴 딘과 문보경을 3·4번으로 전진 배치했다. 염경엽 감독은 "홍창기·문성주가 출루율이 높은 걸 살리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2022년 7경기, 2023년 2경기에서 4번으로 나선 적이 있지만 고정된 건 처음이다. 결과는 대성공이다. 4번으로 나선 최근 6경기 성적은 타율 0.318(22타수 7안타), 3홈런 8타점. 영양가도 만점이다. 팀이 연패에 빠져있던 13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선 3타수 3안타(1홈런)로 승리를 이끌었다. 17일 잠실 SSG 랜더스전에서도 1회 좌익수 키를 넘기는 2루타, 4회에는 우측 담장을 넘기는 홈런으로 장타력을 마음껏 뽐냈다.
문보경은 신일고 시절 정확도와 장타력을 겸비한 유망주였다. 손목 힘이 뛰어나 밀어쳐서 목동구장 밖으로 타구를 날려보내곤 했다. 2019년 LG에 입단한 뒤 2021년 1군에 데뷔해 3루수에 안착했다. 꾸준히 홈런 숫자를 8개, 9개, 10개로 늘린 문보경은 올해 13개(17일 기준)를 때려내며 잠실구장에서 통하는 중장거리 타자란 걸 입증했다. 지난해엔 항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특례까지 받았다.
문보경은 올 시즌을 앞두고 타석에서의 생각을 바꿨다. "삼진 당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내 스윙을 가져가려고 했다"고 했다. 실제로 타율(0.301→0.290)은 지난해보다 약간 떨어졌지만, 홈런(10개→13개)과 장타율(0.448→0.479)이 올라가면서 전체적인 기록은 더 좋아졌다.
LG는 전통적으로 파워히터가 부족한 팀이었다. 외국인 타자들을 주로 4번에 배치했지만, 롱런한 선수는 없었다. 김현수가 영입된 이후 갈증이 다소 해결됐으나, 지난해부터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그러나 문보경이 그 자리를 대신하면서 타선의 짜임새가 좋아졌다.
염경엽 감독은 "심각한 슬럼프에 빠지지 않는 이상 문보경을 계속 4번으로 쓰겠다"고 했다. 이어 "LG에서 4번으로 성장해야 할 선수가 누구냐고 생각하면 문보경이 답이었다"고 덧붙였다. 문보경은 "그저 네 번째 타순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부담되지 않는다. 좋은 타자들이 많은데 4번을 쳐서 재밌다"고 덤덤하게 받아들였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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