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없는 집, 이렇게 적막할 줄 몰랐습니다

곽규현 2024. 7. 18.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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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기 사라지고 외로움만 가득... 부부애 나누며 후회 없는 삶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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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규현 기자]

 아들딸이 사는 서울 수서행 열차를 타기 위해 아내가 부산역으로 가는 지하철을 탑승하러 가고 있다.
ⓒ 곽규현
 
가족이 없는 집에서 혼자 지낸 지 일주일이 넘었다. 결혼을 한 이후 33년을 살아오면서 아내를 비롯하여 가족 모두가 없는 집에서 홀로 지내는 것은 처음이다. 아들딸은 몇 년 전에 각자의 살길을 찾아 독립해서 나갔고, 아내는 얼마 전에 집안 사정이 있어서 아들딸이 살고 있는 서울로 떠났다.

지금까지 나 혼자만 집에 남겨진 경우는 없었는데, 어쩌다가 이런 상황이 되고 보니 여러 가지로 기분이 착잡해진다. 아들딸이 집을 떠날 때도 '어느새 자식들이 성장해서 부모 품을 떠나는가' 싶어 심란했지만, 그때는 세월의 흐름에 따른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받아들였다. 당분간이긴 하지만 아내마저 집을 비우니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복잡 미묘한 감정이 든다.

홀로 지내는 집, 자유로움보다 외로움이 크다

우선 혼자라서 주변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자유로움이 있긴 하다. 가끔 아내와 의견 충돌이 있거나 무엇인가에 깊이 몰두할 때는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을 더러 할 때도 있었다. 누군가에게 방해받지 않고 나만의 공간에서 나만의 시간을 갖고자 하는 속마음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막상 혼자서 지내고 보니 자유로움보다는 아내가 곁에 없는 공허함이 가슴 가득 밀려온다. 아내가 잠시 외출할 때와는 전혀 다른 썰렁함과 허전함이 온 집안을 엄습하여 아내의 빈 자리가 너무 크게 느껴진다.

부부의 연을 맺어 인생의 희로애락을 같이하면서 인생길을 함께 걸어온 아내의 부재는 나를 깊은 상념에 빠지게 한다. '나는 아내 없이 혼자 살아갈 수 있을까?' 이전에는 한 번도 깊이 고민한 적이 없었다. 지금까지는 바쁜 일상에 쫓겨 그런 생각을 할 여유도 없었거니와 아내가 이렇게 상당 기간 집을 떠난 적도 없어서 그런 생각을 할 계기도 없었다.

아내가 내 곁을 떠나리라는 것은 상상 밖의 일이었다. 이혼을 안 하면 헤어질 일도 없을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기에 아내 없는 세상을 생각할 필요도 없었던 거 같다. 아내는 항상 나와 함께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생각으로만 살아왔다.
 
 아내가 잡곡밥을 덩어리로 뭉쳐 냉동시켜서 편하게 데워 먹을 수 있게 해 놓았다.
ⓒ 곽규현
   
그런데 세상은 낙관적인 뜻대로만 흘러가는 게 아니지 않는가. 이번에도 아내와 함께 서울에 갈 예정이었으나 여러 가지 사정상 나만 홀로 부산의 집에 남게 됐다. 아내는 혼자 남게 되는 남편이 걱정됐는지 먹거리를 잔뜩 장만하여 냉장고에 채워 놓았다.

밑반찬은 물론이고 국과 찌개에다 밥까지 일주일은 거뜬하게 먹을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 놓고 갔다. 특히 잡곡밥을 주먹밥처럼 한 덩어리씩 뭉쳐 비닐 팩으로 싸서 냉동시켜 놓았다. 끼니마다 편하게 한 덩어리씩 데워서 먹도록 한 아내의 기발한 정성이 콧날을 시큰하게 한다.

아내와 함께하는 건강한 삶 지속하며 미래 대비해야

지난 일주일은 아내가 준비해 놓은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했다. 아내의 부재가 길어지면서 얼마간은 내가 직접 밥을 하거나 요리를 해 먹어야 할 처지가 되었다. '진작에 요리를 좀 배워 둘 걸'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여의찮으면 마트나 음식점을 이용하면 될 듯하다. 집안 청소를 하거나 빨래를 세탁하는 것은 은퇴 이후에 평소 아내와 같이 했던 일이라 익숙하다.

문제는 정서적인 공백, 마음속 공허감은 쉽게 채워지지 않는다. 아내가 없으니 집에서 대화를 나눌 사람이 없어 적적하기 이를 데가 없다. 이래서 노년에 홀로 지내는 고독감을 견뎌내기 힘든 건가. 아내와 가끔 티격태격하면서도 오순도순 정다웠던 일상들이 그 어느 때보다 소중하게 가슴에 와닿는다.

그래도 지금은 아내가 집으로 돌아오면 허전한 마음과 썰렁한 집안 분위기도 다시 원래의 평온한 모습을 되찾게 될 것이다. 아내와 함께 건강하게 백년해로를 하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다. 하지만 앞으로 다가올 인생살이를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어렵다. 나이가 들수록 예상하지 못하고 원하지 않는 상황이 언제든지 올 수가 있는 것이다. 언젠가는 돌아올 수 없는 먼 길을 떠나는 날도 오게 되리라.

떠나기도 싫고 홀로 남겨지기도 싫지만, 그런 상황이 온다면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지금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렵다. 다가오지 않은 앞날을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도외시할 수도 없는 노년이 가까워지고 있다. 어느 정도는 염두에 두면서 아내와 사이좋게 하루하루 건강한 삶을 사는 게 최선이 아닐까 싶다. 부부애를 나누면서 후회 없는 나날을 살다 보면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감당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길 것이라고 믿어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블로그에도 실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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