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 진짜! 좋은 사람" 쿠에바스가 본 이강철은?…"한국의 페드로 마르티네스" [현장 인터뷰]
(엑스포츠뉴스 고척, 최원영 기자) 훈훈한 사제지간이다.
KT 위즈 우완투수 윌리엄 쿠에바스는 1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6이닝 3피안타 4볼넷 5탈삼진 1실점(비자책점), 투구 수 107개로 쾌투를 펼쳤다.
시즌 13번째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와 더불어 5승째(8패)를 수확했다. KBO리그서 개인 통산 50승(31패)도 완성했다. 팀의 9-2 완승과 4연승, 위닝시리즈에 공을 세웠다.
몇 차례 눈에 띄는 장면이 있었다. 이강철 KT 감독과 함께였다. 쿠에바스는 2019년부터 6년째 KT와 인연을 맺고 있고, 이 감독과도 6년 동안 동행 중이다.
우선 5회말 무사 1루, 이 감독이 직접 마운드에 방문했다. 쿠에바스는 자신을 교체하는 줄 알고 깜짝 놀라 전광판을 확인했다. 이 감독은 쿠에바스와 잠시 웃으며 대화를 나눈 뒤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어떤 대화가 오갔을까. 쿠에바스는 "내가 뒤돌아보는 걸 보시고는 '너 바꾸려고 온 거 아니다. 그냥 조금 조급한 모습이 보여 한 템포 쉬게 해주고 싶어 왔다'고 말씀하셨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투수 교체 없이 6회까지 온전히 쿠에바스에게 맡겼다.
이후 쿠에바스가 투구를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들어왔다. 이 감독은 장난과 애정을 담아 쿠에바스의 엉덩이에 발을 갖다 댔다. 쿠에바스는 "베이스 커버 때문이다. 타구가 파울이 돼 나간 줄 알고 베이스 커버를 안 했는데 내 잘못이다"며 "항상 타구가 그 방향으로 가면 내가 (1루로) 뛰어가야 한다. 내가 실수해 감독님과 그런 장난을 쳤다"고 미소 지었다.
6회말 2사 2, 3루서 임병욱의 1루 땅볼에 문상철이 포구 실책을 범했다. 문상철이 다시 공을 주워 1루로 송구하려 했지만 쿠에바스가 베이스 커버하러 들어오지 않아 그대로 임병욱에게 1루 출루를 허용했다.
이 감독과 쿠에바스는 꾸준히 '케미스트리'를 자랑하고 있다.
쿠에바스는 "감독님이 항상 진중한 얼굴이어서 다른 분들은 어떻게 보실지 모르겠지만, 내부에선 우리를 가족같이 생각해 주신다. 나는 물론 다른 선수들과도 엄청 장난을 많이 치신다. 물론 어린 선수들은 조금 어려워할 수도 있다"며 "밖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장난기 많고 좋은 분이라 생각한다. 믿기 어렵겠지만 어린 선수들과도 농담을 자주 하신다. 경기에서 지고 있을 땐 안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셔도, 좋은 면이 많다"고 힘줘 말했다.
이 감독은 KBO리그 레전드 투수 출신이다. 쿠에바스는 "감독님께서 경험 많은 투수셨기 때문에 항상 시간 날 때마다, 훈련 중이건 경기 중이건 조언을 많이 해주신다. 이번 전력분석 미팅 때도 같이 참석하셔서 조언해 주셨다"며 "감독님 말씀을 잘 따르려 한다. 한국의 '페드로 마르티네스'와 이야기한다고 생각할 정도다. 감독님 역시 대단하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르티네스는 미국 메이저리그(MLB) 명예의 전당에 오른 전설적인 투수다. 통산 476경기에 출전해 219승100패 3세이브 평균자책점 2.93을 빚었다. 이 감독은 현역 시절 통산 602경기에 등판해 152승112패 33홀드 53세이브 평균자책점 3.29를 올렸다.
이날 승리 후 이 감독은 "최근 경기에서 부진했던 쿠에바스가 본인의 기량을 회복하며 정말 좋은 피칭을 했다"고 박수를 보냈다. 쿠에바스는 지난달 8일 LG 트윈스전서 5이닝 7실점, 14일 KIA 타이거즈전서 2이닝 8실점, 지난 11일 두산 베어스전서 5이닝 5실점 등으로 고전했다.
무엇이 달라진 걸까. 쿠에바스는 "우선 잠을 많이 자려 노력했다. LG전부터 안 좋은 모습이 계속 나왔던 것 같다. 사실 그때부터 너무 힘든 상태였다"며 "KIA전은 몸이 무척 피곤해진 계기가 됐다. 쉴 때 잘 쉬고 잠을 많이 자려 했더니 이번에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KBO리그 입성 후 처음으로 피치컴을 활용하기도 했다. 피치컴은 경기 중 투수와 포수 간 사인을 교환할 수 있는 장비로 지난 15일 각 구단에 배포됐다. 지난 16일 고척 키움전서 KT 선발투수 웨스 벤자민이 리그 최초로 피치컴을 썼고, 쿠에바스도 곧바로 피치컴을 사용했다. 대신 포수가 아닌 쿠에바스가 직접 송신기를 벨트에 차고 사인을 냈다.
쿠에바스는 "LA 다저스 시절 미국 트리플A에서 피치컴을 써본 적 있다"며 "내 예상보다 훨씬 더 도움이 됐다. 내가 확신하는 구종이 있을 때마다 포수와 소통하려면 시간이 걸렸는데, 직접 사인을 전달하다 보니 생각한 대로 투구할 수 있었다. 투구 템포도 빨라져 좋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사진=고척, 김한준 최원영 기자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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