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MVP] "6월 점수는 95점" 무더위에 강한 삼성과 어울리는 투수, 보배가 된 이승현
윤승재 2024. 7. 18. 07:04
"더우면 강해지나 봐요."
섭씨 30도에 가까운 무더위가 시작된 6월, 대부분의 선발 투수들이 지쳤다. 그러나 삼성 라이온즈 왼손 선발 투수 이승현(22)은 달랐다. 한 달 동안 그는 5경기 3승 무패 평균자책점(ERA) 1.29라는 놀라운 성적을 냈다.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도 세 차례 있었다.
조아제약과 본지는 6월 최우수선수(MVP)로 이승현을 선정했다. 이승현은 "월간 MVP는 처음이다. 영광이다. 팀원들이 많이 도와준 덕분에 좋은 상을 받았다"라며 수상 소감을 전했다.
여름에 더 강해지는 삼성의 팀컬러에 어울리는 활약이었다. 이승현은 "첫 선발승을 거뒀던 지난 4월 18일(두산 베어스전)에도 엄청 더웠던 걸로 기억한다. 더우면 강해지는 것 같다"라며 활짝 웃었다. 그는 "지난겨울 호주에서부터 정말 열심히 몸을 만들었다. 지금까지 잘 버티게 해준 원동력"이라고 덧붙였다.
6월에 1점대 ERA를 기록한 투수는 KBO리그에서 단 두 명. 4경기에서 ERA 1.80을 기록한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7·한화 이글스)과 이승현뿐이었다. 이승현은 류현진보다 한 경기를 더 던지고 더 낮은 ERA를 기록했다. 평소 자신을 향한 평가가 유독 박했던 이승현도 6월 한 달은 "95점을 주고 싶다"라고 말할 정도로 최고의 한 달을 보냈다.
사실 이승현은 삼성의 '아픈 손가락'이었다. 2021년 삼성의 1차 지명 신인으로 입단한 그는 묵직한 구위와 담대한 피칭으로 '제2의 오승환'이 될 기대주로 평가받았다. 3년 동안 필승조 역할을 했고, 부진한 오승환을 대신해 '임시 마무리' 보직도 맡은 적도 있다. 그런 부담감이 그를 짓눌렀다. 갈수록 구속이 떨어졌고, 제구는 흔들렸다. 그는 매해 4점대 이상의 ERA를 기록하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승현은 2024년 시작과 함께 큰 결정을 내렸다. 선발 보직에 도전한 것이다. 짧은 이닝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을 내려놓고, 선발 투수로서 긴 이닝을 소화하며 자신의 구위를 찾고 싶었다. 마침 삼성 구단은 지난겨울 호주야구리그로 선수들을 파견해 유망주들의 성장을 꾀했다. 이승현도 부담 없이 테스트 무대에 올랐다.
이승현은 삼성에 돌아와서도 선발 준비를 이어간 끝에 로테이션에 안착했다. 4월 3경기에서 2승 1패 ERA 1.80으로 박진만 삼성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다. 5월(4경기 ERA 6.86)에는 주춤했지만, 박 감독은 "이승현의 구위는 문제가 없다. 수비의 도움을 받지 못한 것"이라고 그를 감쌌다.
이승현은 6월 한 달을 '자신의 달'로 만들었다. 박진만 감독은 "우리 선발진의 보배"라고 찬사를 보냈다. 이종열 삼성 단장도 "(6월엔) 그가 토종 에이스였다"라고 극찬했다. 이승현은 구단에서 선정한 월간 MVP에 이어 조아제약에서 수상하는 월간 MVP도 휩쓸었다.
프로 데뷔 전부터 이승현의 꿈은 '제2의 류현진'이었다. 입단 후에도 구단 유튜브를 통해 '제2의 류현진' 혹은 '왼손 원태인'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야구를 처음 시작했을 때 류현진 선배를 동경했다. 그리고 지금 내가 이 자리에 있게 해주신 건 (늘 응원해 주는) 오승환 선배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승현이 진짜 '제2의 류현진'이라는 수식어를 얻기엔 갈 길이 멀다. 그는 "올 시즌 끝까지 잘하고 싶다. 지금의 분위기라면 팀이 1위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프지 않고 포스트시즌까지 가서 팀이 우승하도록 열심히 던지겠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윤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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