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용성 일단 사" 번지는 '패닉 바잉' [서울 집값 어디로]①

박승욱 2024. 7. 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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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제일 싸다' 인식… 매수세 늘어
9월 스트레스 DSR 2단계도 도입
마포 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 16.25억→19.2억
잠실 리센츠 전용 84㎡, 22.25억→26억

"다른 동네에서 마포로 이사 오려는 사람들은 자기가 살던 집을 팔기도 전에 '선매수'하고 있어요.
가을부터 대출 한도 규제가 세지면 집 사기 더 힘들어지니까 "일단 사고 보자"는 거예요.
선매수자들은 지금 사는 집을 급매로 내놓더라도 앞으로 마포에서 살면서 얻을 차익이 크다고 생각하는 거죠.
석 달 전만 해도 저가 급매 물건이 꽤 있었는데, 최근에 거래가 많아지면서 이제는 씨가 말랐어요.
실거래가가 넉 달 만에 3억원 정도 뛰었다니까요."
(16일·마포구 아현동 래미안 푸르지오 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대표)

서울 아파트 '패닉바잉' 이유는

서울 일부 지역 아파트 매매시장에서 '패닉바잉'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부터 입주 물량이 줄어들기 시작했고, 2~3년 후 공급 물량을 가늠할 인허가 지표는 바닥까지 떨어지면서 실수요자들 사이에서는 '지금이 제일 싸다'는 인식이 2021년 이후 3년 만에 재등장했다. 아파트 전셋값이 치솟으면서 "이럴 바엔 집을 사겠다"며 전세 수요가 매매 수요로 전환한 것도 집값 상승의 원인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오는 9월부터 은행 대출한도가 줄어들고, 올해 하반기 금리 인하 기대감까지 퍼지자 '지금 안 사면 못 산다'는 불안감이 실수요자들을 자극하고 있다.

올해 2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서 시작한 집값 상승세는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까지 번졌다. 서울 안에서도 이곳들만 유독 오르는 이유는 따로 있다. 강남의 경우 세금 폭탄을 피하기 위해 다주택자 지위를 버리고 '똘똘한 한 채'를 선택하는 1주택자가 늘어나며 수요가 집중됐다.

마용성 상승은 '신축 아파트' 선호 현상에서 비롯됐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 전문위원은 "거래되는 물건은 주로 신축이 주도하고 있다"며 "30~40대가 전체 거래량의 50~60%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들은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 세대"라고 설명했다. 그는 "성동구와 마포구가 유독 오르는 건 신축 아파트가 많아서"라며 "직장과 가까운 곳에 살기 원하는 실수요 중심으로 거래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거래량 증가율, '마용성'이 강남 3구 앞질렀다

18일 서울시 부동산 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마용성 지역 아파트 거래량은 총 3034건이었다. 지난해 하반기(1877건)보다 61.6%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강남 3구 아파트 거래는 43.1%(3101건→4438건) 늘었는데 이를 앞지른 것이다. 특히 지난 상반기 마포구 아파트 거래량은 1232건으로 지난해 하반기(722건)보다 70.6%나 올랐다.

아시아경제가 찾은 서울 마포구 아현동 래미안 푸르지오 2단지 전용 84㎡는 지난달 15일 19억2000만원(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기준)에 거래됐다. 지난 2월24일 거래된 가격(16억2500만원)보다 약 3억원 올랐다. 호가는 19억5000만원까지 상승했다.

이 단지 근처에서 만난 공인중개사는 "대출 한도가 줄어들고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수요자들의 움직임이 더 빨라지고 있다"며 "오는 9월에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를 앞두고 은행에서 한 푼이라도 더 빌릴 수 있을 때 사려는 사람들이 문의를 많이 한다"고 했다. 스트레스 DSR은 변동금리 대출을 이용하는 차주를 대상으로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를 부과하는 것으로, 대출한도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마포 래미안 푸르지오 부동산을 찾은 매수자도 "한도가 줄어들기 전에 대출 막차를 타야 할 시점"이라며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연중 최저라고 하고, 한국은행도 곧 기준금리를 내린다고 했으니까 이 동네 아파트 가격은 더 오를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 성동구 센트라스 단지 근처의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아파트 매매가격이 20억원이 훨씬 넘는 강남 3구와 달리 마용성 아파트는 10억원대에 살 수 있다"며 "강남에는 못 가는 수요가 대신 마용성 신축으로 오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남도 상승 일변도…"급매 거의 없어"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있는 '리센츠' 단지 모습. [사진=박승욱기자]

강남 집값도 올해 들어 상승 일변도다. 한국부동산원의 주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증감률(전주 대비)을 보면 서울 안에서도 오름세가 가장 먼저 시작된 곳은 송파구로 지난 2월부터 상승 전환했다. 이후 3월부터 강남 3구와 마용성도 따라 오르기 시작했다. 이들 지역의 7월 둘째 주 증감률은 0.28~0.52% 수준이었다.

송파구 잠실동에 있는 리센츠 전용 84㎡는 지난달 8일 26억원에 거래됐다. 올해 1월5일 22억2500만원에 팔렸는데 그 사이 3억7500만원이 올랐다. 호가는 27억원 수준이다. 단지 인근 공인중개사는 "잠실 리센츠는 요즘 급매 물건도 거의 없다"며 "지금 급매 물건 나온 게 1개 있는데, 이 물건은 집주인이 급하게 병원에 들어가야 해서 나왔다. 이 같은 상황 외에는 요즘 급매를 찾기도 어렵다"고 전했다.

이날 매물을 알아보러 중개업소를 찾아온 한 수요자는 "서울 아파트 공급 물량이 줄어든다고 하니 3~4년 안에 집값이 많이 오르지 않겠냐"라며 "넋 놓고 있다가 매수 타이밍을 놓칠까 봐 무섭다"고 말했다.

박승욱 기자 ty161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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