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시니어 비즈니스’를 해야만 하는가?[시니어비즈 인사이트]

박유진 2024. 7. 18.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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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근 강남대 실버산업학과 교수

필자는 지난주 건강증진형 주야간보호센터 모델개발이라는 연구과제 수행을 위해 일본을 방문했다.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들에게 돌봄과 여가활동을 제공하는 차원의 주야간보호센터가 아닌, 건강 상태가 나아지고 노후 삶의 질이 향상되는 새로운 형태의 주야간보호센터 모델을 찾아보기 위해서였다. 세계 최고령국가인 일본은 이미 2010년 초고령사회(65세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에 진입했다. 그 후 약 15년 동안 일본 주야간보호센터는 어떻게 변화했을지에 대한 호기심도 컸다. 또한 일본이 잘한 것이 있으면 본받아 배우고, 못한 것이 있으면 ‘우리는 저렇게 하지 말아야지’라는 교훈을 얻고 싶었다.

필자가 방문한 일본의 주야간보호센터는 우리나라의 주야간보호센터와 아주 달랐다. 책상과 의자 대신 운동기구가 있었다. 모니터에는 이름과 운동기구 번호가 보였다. 자신의 몸 상태에 맞게 지정된 운동기구 앞에서 운동하고 있었다. 보행 보조기를 사용해 지정된 운동기구로 이동하는 어르신, 센터를 중심으로 큰 원을 그리며 걷고 있는 어르신도 있었다. 어떤 어르신은 직원과 함께 진공청소기를 가지고 바닥을 청소하고 있었다. 내가 주야간보호센터에 와 있는 것인지, 피트니스센터에 와 있는 것인지 혼동이 될 정도였다.

이곳 운영자는 일본 노인들의 욕구 변화에 주목했다고 한다. 일본에도 요양과 돌봄을 제공하는 주야간보호센터는 너무 많지만 노인들의 잔존능력을 활성화해 일상생활 복귀를 지원하는 주야간보호센터는 부족했다고 한다. 이곳은 개호보험 대상자인 노인들이 자신의 집에서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하도록 자립 지원을 위한 생활기능 유지 및 향상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었다. 혼자서 화장실에 갈 수 있도록, 집이나 야외에서 걸을 수 있도록, 혼자서 청소하고 빨래를 널 수 있도록 근력과 균형을 단련시켰다. 혼자서 진공청소기를 사용했던 어르신은 직원과 함께 집 청소를 위해 필요한 근력운동 후 실제 청소 방법을 배우고 있었다. 일상생활 장면을 상정한 다양한 실천 프로그램을 통해 개호보험 대상자들이 병약자이고 의존적 존재가 아니라 독립적이며, 자율적이고, 건강한 존재로 살아갈 수 있도록 건강증진형 주간보호센터가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운동하고 신체 능력을 증진하는 프로그램 때문인지 이곳에는 남자도 많았다.

우리나라도 요즘 많은 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시니어 비즈니스에 관심이 많다. 2020년 우리나라 베이비부머 세대의 65세 진입이 시작되면서 인구 고령화가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그래서 ‘어떻게’ 그리고 ‘무엇을’ 가지고 시니어 비즈니스를 해야 성공할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많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아직 ‘왜’ 시니어 비즈니스를 해야만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은 듯하다. 당연히 경제적 안정을 위해서지만, 시니어 비즈니스를 해야만 하는 근본적 목적에 대한 답이 있어야 한다. 이 질문에 대한 최선의 답을 만들어내는 것이 ‘시니어 비즈니스’의 경쟁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에게도 자신의 사업 아이디어로 시니어 비즈니스 기회를 찾기 위한 방법을 묻는 분들이 종종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기술 관련 상품을 활용해 시니어 비즈니스에 진입하고자 하는 분이 많다. 하지만 아쉽게도 디지털 기술 관련 상품 중에는 노인들의 기술의존도를 증대시켜 오히려 노인의 잔존능력을 약화하거나 지역사회와 관계를 단절시키는 경우도 있다. 자동화와 로봇화로 노인들이 움직이지 않고도 식사할 수 있고, 이동할 수 있는 세상은 오히려 노인들의 신체적, 정신적, 인지적 기능을 약화해 노후 삶의 질을 악화시키고 건강수명 및 기대수명을 단축할 수 있다. 해외에서는 최근 고령자의 스마트폰 중독에 대한 연구들도 많아지고 있다. 늦은 밤까지 스마트폰을 사용한 동영상 시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용 등이 오히려 사람들과의 대면 관계를 축소하고, 수면의 질을 저하해 우울증 및 치매 위험성을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왜’ 시니어 비즈니스를 해야만 하는가에 대한 최선의 답변을 준비할 수 있어야 한다. 최선의 답변이 곧 시니어 비즈니스의 경쟁력이 되고 우리가 말하는 소위 ‘사업 성공’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 답변은 각자의 몫이지만, 기존의 많은 연구와 전문가들은 크게 2가지로 시니어 비즈니스가 이루고자 하는 목적, 신념의 방향을 요약하고 있다.

첫째, 시니어 비즈니스는 고령자들이 독립적인 생활을 유지하여 혼자서도 일상생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 데 목적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의 최근 건강증진형 주간보호센터가 노인들의 일상생활 지원과 자립 지원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것처럼 시니어 비즈니스는 나이가 들어도 가능한 한 오래 자기가 원하는 곳에서 독립적 일상생활이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 나이가 들어도 누구나 의존적인 삶을 살지 않고, 자신의 자존감을 지키고, 매일의 삶을 독립적으로 보낼 수 있도록 ‘시니어 비즈니스’가 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둘째, 시니어 비즈니스는 고령자가 단절이 아닌 지역사회 내에서 다양한 세대와 지속적 연대를 유지·발전시키도록 해야 한다. ‘외로움이 담배를 매일 15개비 피우는 것만큼 건강에 해롭다’는 국제보건기구(WHO)의 발표처럼 누구나 사람들과의 만남과 교류는 필수적이어야 한다. 특히 나이가 들면 사회적 교류가 감소하기 때문에 시니어 비즈니스가 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웃과 친구, 젊은 세대들과 지역사회에서 만날 수 있고 소통할 수 있는 방법들을 시니어 비즈니스가 만들어가야 한다. 예를 들면 치매 노인 그룹홈인 일본의 아오이케어(AOI care)는 치매 노인들이 지역사회주민들과 교류할 수 있는 사랑방과 카페를 만들었고, 미국의 대학기반 은퇴자 마을(University Based Retirement Community)은 은퇴자가 젊은 대학생들과 함께 수업도 듣고 교류할 수 있는 새로운 노인 주거모델을 만들었다. 혼자 멋지게 사는 것보다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고 사회적 관계를 만들어 가는 시니어 비즈니스 모델이 성공하는 이유를 진지하게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6개월 후면 2025년, 우리나라도 초고령사회, 노인인구 1000만명 시대에 진입한다. 과거와는 다른 형태의 시니어 비즈니스를 고민해야 할 시기다. 단순히 증가하는 고령인구 규모만 볼 것이 아니라 나이듦이 개인의 삶에 가져다주는 가치와 의미를 우리 사회가 함께 만들어가는 것도 필요하다. 나이 드는 것이 행복한 사회란 ‘태어나길 참 잘했다’는 고백을 모든 연령층이 할 수 있는 사회이다. 최근 저출산이 심각한데, 나이듦이 불행하면 저출산도 해결할 수 없다.

김정근 강남대 실버산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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