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사기도 '지급정지' 절실…초범 양형은 엄격하게[코인사기공화국]

황윤주 2024. 7. 1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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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기획 <코인사기공화국-그들은 치밀했다>
④-⑴무법지대 코인범죄 막기 위해서는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재개정 시급
코인 사기 계좌 지급정지 적용해야
개인 소유 코인, 비밀번호 모르면 몰수 불가
초범 양형 상향 고려해볼만

가상자산(코인) 사기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연내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통신사기피해환급법)' 재개정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인 사기를 인지한 즉시 관련 계좌에서 출금을 정지해야 피해 규모를 줄일 수 있어서다. 현재 은행은 '보이스피싱' 사기에 관련된 계좌만 '지급정지'를 결정하고 있다. 코인 사기의 경우 돈이 인출되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보고만 있어야 한다.

이와 함께 코인 사기 초범에 대해 양형 기준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9일부터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되는 것과 별개로 코인 사기에 대해서는 형법상 사기죄를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사기죄의 형량은 낮지 않다. 특히 부당이득액에 따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돼 최대 무기징역도 가능하다. 문제는 양형이다. 코인 사기 특성상 피해자가 많고 피해 금액 규모도 크기 때문에 양형을 상향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코인 사기 해당 없는 '통신사기피해환급법'…범죄 자금 몰수 사실상 불가능

법조계는 지난 2월 통과된 통신사기피해환급법 개정안을 두고 '반쪽짜리 개정안'이라고 평가한다. '보이스피싱'에 한해 은행들이 관련 계좌를 지급정지할 수 있도록 명시했기 때문이다. 보이스피싱을 당한 피해자의 계좌에서 돈이 출금되는 것을 막을 수 있지만 코인 사기는 해당 사항이 없다.

법 조문(제2조)에서 '전기통신금융사기'를 제한적으로 규정한 영향이다. 개정안은 전기통신금융사기를 '전기통신을 이용해 타인을 속임으로써 자금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하거나 제삼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하게 하는 행위'로 정의했다. 즉 전화, 메신저 등으로 피해자에게 접근해 금융기관, 수사기관(정부)을 사칭해 돈을 갈취하는 보이스피싱만 전기통신금융사기에 해당한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법에서 '재화의 공급 또는 용역의 제공 등을 가장한 행위'는 전기통신금융사기에서 제외했다. 코인 리딩방이나 코인 프라이빗 세일 등으로 사기 행위를 저지른 경우는 재화 공급 또는 용역 제공을 가장한 행위에 해당한다. 계좌 출금정지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경찰이 은행에 공문을 보내 지급정지를 요청하면 관련 계좌를 지급정지할 수 있다.

한상준 법무법인 대건 변호사는 "문제는 경찰이 지급정지를 요청해도 강제성이 없고 은행이 거부하면 방법이 없다"며 "코인 사기에 이용된 계좌에 지급정지 요청을 한 적이 있는데, 승인까지 15일이 소요돼 결국 피해자는 계좌의 돈을 모두 잃었다"고 말했다.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재개정이 시급한 이유는 코인 사기 관련 범죄 수익금 몰수에 한계가 있어서다. 형법상 몰수 규정은 유체물 및 기타 자연력(물건)만 적용된다. 코인은 법적으로 물건이 아니다. 원칙적으로 코인을 몰수할 근거가 없다. 비트코인에 대해 몰수 대상이 된다는 대법원의 판례가 나왔지만 대부분의 코인 사기 소송에서는 여전히 법리 다툼을 벌여야 한다.

최근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범죄수익은닉규제법)'을 적용해 자금세탁이나 중대범죄 행위의 보수로 얻은 경우 코인도 몰수하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문제는 피해자의 돈이 여러 계좌를 거쳐 개인 전자지갑으로 넘어간 경우다. 범죄자가 비밀번호를 자백해야 코인을 몰수할 수 있다.

한 변호사는 "개인의 경우 당사자가 전자지갑의 비밀번호 키를 말하지 않으면 몰수가 불가능하다"며 "범죄자가 전자지갑을 외부에서 복사한 뒤 코인을 인출한 사례가 나오는 등 몰수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범죄수익을 동결하는 방법은 돈의 흐름 앞단에 있는 관련 계좌의 지급정지뿐"이라고 강조했다.

'통신사기피해환급법' 개정안 발의…법 통과 갈 길 멀어

'채상병 특검법'은 국회 문턱을 넘었지만 여야의 극한 대치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이 행사되면 여야는 재표결을 두고 또 한 차례 수싸움을 벌여야 한다. 5일 예정된 국회 개원식도 여당의 불참으로 무산되면서 정상적인 국회 운영은 어려워진 분위기다. 사진은 5일 먹구름으로 뒤덮힌 국회 모습.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다시 공이 국회로 넘어갔다. 지난 8일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기존에 거래 관계가 없던 사람으로부터 1000만원 이상의 자금이 입금되면 금융회사가 해당 계좌의 예금 인출을 의무적으로 일시 정지토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양부남 의원실 관계자는 "경찰청에서 먼저 개정안을 요청해 법안을 발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3월 발표한 '2023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액' 자료를 보면 피해 구제 신청 금액 중 처음 거래되는(입금) 건이 1000만원 이상인 경우가 전체 피해액의 66%이다. 피해자 수는 줄고 있으나 1인당 피해 금액은 더 늘었다. 보이스피싱이나 다단계 사기가 코인 사기로 진화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가상자산 사기와 관련된 세부 통계는 아직 공식적으로 집계된 바 없다. 대신 피해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통계가 있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실로부터 받은 '최근 5년간 가상자산 불법행위 피해 규모' 자료를 보면 2021년 3조1282억원을 기록한 이후 2022년 1조192억원, 2023년 1조415억원으로 피해 금액은 '조원' 단위를 이어가고 있다. 코인 사기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점점 커지는 셈이다.

법조계는 일부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코인 사기 피해자는 해당 사항이 없다고 지적한다.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적용 대상은 금융회사이기 때문이다. 정재욱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는 "1000만원 이상 첫 입금 거래에 모두 적용하더라도 코인 사기 계좌는 법 적용이 어렵다"며 "가상자산거래소는 금융회사가 아니므로 가상자산거래소 내 전자지갑과 연계된 계좌를 지급정지할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가상자산거래소 계좌도 지급정지할 수 있는 근거를 법률에 명시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코인 사기 10명 중 4명 징역…3년 초과 징역형은 고작 8%

처벌도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아시아경제가 최근 3년6개월간(2021~2024년 6월) 코인 다단계 사기 사건 판결을 조사한 결과 전체 피고인 297명 중 88명(39%)이 징역형 실형을 선고받았다. 나머지 138명(61%)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신선용 케이씨엘 변호사는 "다단계 코인 사기는 주범과 종범이 있는데, 이들을 다 포함해 10명 중 4명이 징역을 살았다는 의미"라며 "코인 사기 피고인의 징역형 비중(39%)은 작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양형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징역형 피고인 가운데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는 '3년 초과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24명으로 전체 피고인의 11%에 불과했다. 3년 이하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은 202명으로 전체의 89%에 달했다. 3년 이하의 징역형은 집행유예가 가능하다.

강동욱 동국대 법과대학 교수는 "한국은 재산 범죄의 형량이 다른 범죄보다 상대적으로 낮다"며 "코인 사기는 피해자가 많고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일반 사기와 달리 봐야 할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여러 범죄를 저지른 경합범의 경우 형량이 가장 높은 혐의에 대해 형량을 50% 더하는 '가중주의' 원칙을 적용한다. 우리 사법제도는 엄벌이 아닌 교화에 방점으로 두고 있어서다. 미국은 '엄벌주의'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병과주의' 원칙을 따른다. 여러 범죄를 저질렀다면 각 범죄의 형량을 모두 합산하는 방식이다.

법무법인 클라스한결의 한 변호사도 "코인 사기는 대체로 피해 금액이 많고, 조직적으로 동시에 여러 사기를 기획하는 경우가 많고, 온라인을 통해 피해자가 빠르게 늘어나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코인 사기에 대한 양형을 다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피해 변제를 위한 절차도 한계가 있다.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이 유죄를 받으면 법원이 피고인에게 피해자가 입은 직접적인 손해를 배상하라고 명령하는 '배상명령' 제도가 있다. 코인 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이 법원에 배상명령을 신청했으나 법원이 인용한 경우는 전체 신청인(244명) 중 고작 4명에 불과했다. 법원이 "배상 책임의 범위가 명백하지 않다"고 판시한 경우가 많았다.

이는 코인 사기의 특징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코인 사기는 많은 공범과 조직화한 형태로 피해자를 기망하는 경우가 많다. 또 범죄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수당이나 인센티브 지급을 하고, 코인 가격 변동성이 극심한 점 등 피해액 산정이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코인 사기 피해자 계좌에서 돈이 출금되는 것을 막는 '지급정지(통신사기피해환급법)'가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최선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가상자산 투자사기'에 대해 심층 취재 보도할 예정입니다. 코인 범죄 근절을 위한 종합 대응 방안 마련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제보(lsa@asiae.co.kr) 부탁드립니다. 끝까지 취재해 보도하겠습니다.

▲팀장 이선애 부장 △김민영 차민영 김대현 황윤주 기자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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