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천자]김설 작가의 '난생처음 독서 모임'<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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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우리는 언제 책을 가장 필요로 할까.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 그저 삶이 괴로운 순간, 그럴 때 사람들은 책을 찾는다.
그래서 독서모임에서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수많은 삶을 치유하는 방식을 알게 되는 일이다.
아니, 책 한 권 읽는 것도 힘들어 죽겠는데 무슨 독서 노트까지 쓰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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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우리는 언제 책을 가장 필요로 할까.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 그저 삶이 괴로운 순간, 그럴 때 사람들은 책을 찾는다. 누구나 인생에 한 번은 절망스러운 순간이 있으니, 그에 관한 공감과 위로를 주는 책이 꼭 필요하다. 책 속 이야기를 통해 삶의 지표가 되는 간접 경험을 하고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게 된다. 독서모임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사람들이 하나의 책을 두고 저마다의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그들은 모두 책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그건 사실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독서모임에서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수많은 삶을 치유하는 방식을 알게 되는 일이다. 저자의 말대로 누군가의 삶만큼 풍요로운 도서관은 없다. 글자 수 991자.
내가 독서 노트를 쓴다는 걸 아는 참여자들은 하나같이 비슷한 말을 한다. 아니, 책 한 권 읽는 것도 힘들어 죽겠는데 무슨 독서 노트까지 쓰냐고. 독서 노트를 쓰는 건 어디까지나 개인의 선택이니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그러나 밑줄 그어놓은 문장을 베껴 쓰면서 재탕하면 책을 두 번 읽는 효과가 난다는 건 말해준다. 나도 처음에는 베껴 쓰기만 했다. 그러다가 필사 노트에 내 생각을 추가했다. 그런 식으로 읽고 쓰면 글쓰기 실력이 조금씩 는다.
독서 노트가 한 권 한 권 쌓이는 가운데 독서의 깊이와 넓이가 생긴다. 시간이 지날수록 덧붙는 내용이 길어진다. 자연스럽게 한 꼭지의 글이 완성되고 그 꼭지들을 묶으면 책으로 출간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쯤 되면 누구나 야심이란 게 고개를 드는 건지, 녹음기를 틀어 놓은 것처럼 똑같은 말을 한다.
"이러다가 나도 작가가 되겠는걸?"
독서 노트를 쓰는 사람들을 지켜보면서 그들 모두가 글로 자신을 표현하길 원한다는 걸 알게 됐다. 글을 읽는 사람이 누구든 상관없고, 아무도 읽지 않아도 좋다고 생각한다. 그저 글을 쓰는 순간의 경험이 그들에게는 의미다. 글쓰기는 말하기와 완전히 다른 영역이다. 둘은 몰입 상태나 마음의 깊이에서 차이가 있다. 말을 할 때는 의식의 표면에 머물러도 얼마든지 소통이 가능하다. 하지만 글을 쓸 때는 의식의 최저층에서 출발한다. 쓰면 쓸수록 더 깊이 내려가는 작업이다. 경험이 의식을 거쳐 의미가 된 다음에야 글로 표현될 수 있다.
논리를 전개할 때만이 아니라 감정을 표현할 때도 경험한 것에 대해 최소한의 의미를 확보해야 글로 표현할 수 있다. 글을 쓴다는 것은 경험을 의식화하는 일이며 삶을 더 깊이 아는 일이다. 무엇보다 경험 속에서 자기만의 지혜를 쌓아가는 일이다. 독서모임을 하면서 스스로 깨달은 것이 있다면 목록으로 만들어두는 것이 좋다. 책에서 읽은 지식 말고, 모임에서 들은 지혜 말고, 스스로 알아차린 자기만의 통찰이 생겼다는 걸 목록을 통해 확인하는 기쁨이 크다.
-김설, <난생처음 독서 모임>, 티라미수 더북, 1만5000원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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