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크렘린 샴페인 터질 것"…트럼프에 밴스까지, 머리아픈 유럽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러닝메이트로 JD 밴스 연방 상원의원(오하이오주)을 낙점하자, 유럽 각국에선 트럼프 2기에 대한 두려움이 고조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특히 안보와 경제 분야에서 미국과의 연대가 약화되고 무역 마찰이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증폭되는 분위기다.
16일(현지시간) BBC 방송과 EU 전문매체 유락티브 등은 그간 ‘트럼프 2기’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안을 마련해온 유럽의 정치인과 외교관들이 밴스의 등장에 ‘예상보다 더 큰 폭풍’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밴스가 그동안 ‘이스라엘에 대한 강한 지지,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규모 지원 반대’ 입장을 취해왔다는 점을 들어,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서방의 단일대오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커지고 있다. 독일 집권 사회민주당(SPD)의 외교정책 대변인 닐스 슈미트는 밴스에 대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군사 지원을 전면 중단하기 바란다는 점에서, 밴스는 트럼프보다 더 급진적”이라고 평가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우크라엔 한정된 지원" 강조
실제로 밴스는 올 초 미국 연방상원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한 600억 달러(약 83조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지원안 통과를 막기 위해 선봉에 섰다. 지난 2월엔 폴리티코와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에는 ‘한정된’ 자원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슷한 시기 열린 뮌헨 안보회의에선 “미국은 동유럽에서 벌어지는 지상전(우크라이나 전쟁)을 무한정 지원할 수 있는 방산 제조 역량이 없다”며 “자국민에게 이를 분명하게 설명하는 것이 지도자의 의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그는 뮌헨 안보회의 기간,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드미트로 쿨레바 외무장관과의 회의도 건너뛰었다고 유로뉴스는 지적했다. 기 베르호프스타트 전 벨기에 총리는 밴스가 부통령 후보로 지목된 뒤 자신의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크렘린에서 더 많은 샴페인이 터질 것”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유럽과 방위비·무역 갈등 가능성도
밴스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유럽 회원국들이 방위비 분담에 적극적이지 않다고 공개 비판한 적도 있다. 지난 4월 상원에서 “3년 전 유럽인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유럽에 실존적 위협이 되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제대로 대응하는 데는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영국 국방부의 전직 고위 관료인 롭 존슨은 “트럼프가 당선되고 밴스의 정책이 실행된다면, 나토 폐지나 나토 내 미국 리더십 철회가 발표될지도 모르다”고 FT에 전했다. 그는 “이는 러시아에는 힘을 되살려 나토는 더 압박할 수 있는 신호가 될 것”이라며 “우리는 정말 어두운 시기로 들어서고 있다”고 전했다.
밴스 역시 트럼프처럼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다는 점에서, 트럼프 2기가 도래하면 미국과 EU의 무역 관계에 갈등이 증폭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트럼프 1기 시절, EU에서 생산된 강철과 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했고 이는 바이든 행정부에서 중단한 바 있다. BBC는 “미국과의 경제적 대립이 재개될 경우, 대다수 유럽 국가에 재앙적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미 미국과 유럽 간 균열의 신호가 보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BBC는 “밴스는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약속한 우크라이나 지원에 반대하고, 유럽이 미국에 과잉의존하고 있다고 비판해 영·미 관계가 경색될 수 있다”고 전했다. 앞서 밴스는 지난 8~10일 워싱턴DC에서 열린 국가보수주의회의에서 연설하면서 “핵무기를 가진 첫번째 이슬람 국가는 아마도 노동당이 집권을 시작한 영국이 될지도 모르겠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한편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는 15일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장 인근에서 트럼프와 만나 거의 한 시간 동안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논의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전했다. 존슨 총리는 “나는 트럼프가 침략으로부터 민주주의를 보호하는 데 필요한 강하고 단호한 리더십을 발휘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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