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맞은 트럼프, 딴 사람 됐다?…"죽다 살면, 몇초만에 변할 수도"

임선영 2024. 7. 18.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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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가족과 측근들이 그가 피격 사건을 겪은 후 "딴사람이 됐다"고 16일(현지시간) 전했다. 매사 공격적이던 성향이 암살 미수 사건을 겪고 난 뒤 변했다는 설명이다. 이를 두고 미 현지 매체들은 "트럼프처럼 죽을 뻔한 경험을 한 사람은 몇 초 만에 가치관과 태도가 완전히 변할 수 있다"(정치전문매체 더힐)는 전문가의 분석을 소개하기도 했다. 총격 사건이 트럼프의 '편 가르기'식 정치 스타일까지 변화시킬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미 위스콘신주 밀워키 공화당 전당대회에 참석해 미소 짓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이날 미 언론 악시오스가 주최한 대담에서 "아버지는 피격 사건 후 달라졌다"며 "아버지의 변화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아버지는 강해야 할 때 강할 것이며 '파이터(싸움꾼)'란 점은 변하지 않을 것이지만, 필요할 때 온건한 입장을 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트럼프가 피격 사건 후 첫 언론 인터뷰에서 내놓은 메시지는 "통합"이었다. 아울러 그는 공화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인 18일 선보일 후보 수락 연설문도 "통합을 위해 완전히 새로 썼다"고 했다.

이와 관련 트럼프 주니어는 "원래 아버지가 준비한 연설문은 강렬했지만, 총격 사건 이후 원고 내용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전했다. 당초 조 바이든 대통령 비난에 초점을 맞춰 지지층을 자극하려던 연설 내용을 통합 메시지로 수정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16일 전당대회에서 둘째 며느리 라라 트럼프가 연설을 하는 동안 입술을 내미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오른쪽엔 부통령 후보로 지목된 J D 밴스 공화당 상원의원. AFP=연합뉴스


공화당 하원의원 마리아 엘비라 살라자르도 이날 외신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들에 따르면 트럼프는 신이 자신에게 다시 한번 (삶의) 기회를 준 것이라고 믿고 있다"며 "사람이 달라졌다고 한다"고 말했다.

실제 15~16일 미 위스콘신주 밀워키 공화당 전당대회에 등장한 트럼프의 표정은 자신만만하던 평소와 달리 온화하고, 감회가 새로워 보인다는 평이 나왔다. 15일 전당대회에 참석한 목사가 연단에서 기도하는 내내 트럼프가 두 눈을 감고 기도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친트럼프 성향의 전 폭스뉴스 앵커 터커 칼슨은 "트럼프의 변화는 진짜인 것 같다. 얼굴에 총을 맞으면 사람이 달라진다"고 했다.

악시오스는 "트럼프는 전당대회 연설자들이 이번 피격 사건에 대한 분노 발언을 자제하도록 자신의 보좌진에게 지시했다"며 "이전까지 자신의 방식, 어조, 메시지를 좀처럼 바꾸지 않던 트럼프의 변화"라고 평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16일 전당대회에서 며느리 라라 트럼프가 연설하는 동안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의 정치학자 샤디 하미드는 이날 워싱턴포스트에 "트럼프의 마음이 바뀐다고 해서, 그의 정책이 확연히 달라지진 않겠지만 이런 변화는 그가 재집권할 경우 이전보단 덜 권위주의적인 방식으로 통치하겠다는 것을 시사할 수 있다"는 내용의 글을 실었다.

미 정치학자 오스틴 사라트도 더힐에 게재된 기고문에서 "죽을 뻔했다가 살아난 사람들은 깊고, 지속적으로 이전과 달라질 수 있다는 상당한 근거가 있다"고 했다. 그는 미국의 저명한 정신과 의사인 브루스 그레인스 박사의 과거 설명을 인용해 "그와 같은 경험은 불과 몇 초 만에도 그 사람의 태도와 가치관, 신념과 행동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런 변화는 시간이 지나도 잘 변하지 않는다"며 "일반적으로 사람을 이전보다 더 인정 많고, 배려심 있게 만든다"고도 했다.

16일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지지자들의 환호 속에 트럼프가 참석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사라트는 트럼프가 통합을 외쳐 미국 사회가 통합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생긴 건 긍정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트럼프가 사건 이후 통합을 외치는 건 중도층을 끌어안아 기반을 넓히기 위한 정치적 계산일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트럼프의 통합 외침은 진심일까, 아니면 정치적 속셈일까"란 의문을 던진 뒤 "그가 재집권하기 위해 이번 기회를 이용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진정성 있게 달라진 것인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할 일"이라고 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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