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미 애비 없는 선생이네" 초등생이 이런 말 한다, 요즘 학교 [서이초 1주기]
" 애미 애비 없는 선생이네. 판정 개같이 하네. "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5학년 교사인 A씨는 지난 3월 반 대항 피구 경기에서 옆 반 학생인 B군에게 욕설과 함께 이런 말을 들었다. B군은 이후에도 A교사의 이름을 붙인 저주 인형을 만들어 날카로운 것으로 찌르는 등 이상 행동을 했다. 결국 A씨는 B군을 교권보호위원회에 신고했고, 한 달 넘게 걸린 심의 결과 B군에게 내려진 처분은 ‘교내봉사(1호)’ 였다.
사건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1호 처분이라도 안 나왔으면 오히려 아동 학대로 교사가 보복성 신고를 당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교사들은 여전히 교권이 바닥에 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끊이지 않는 교권침해, 아동학대 신고
서이초 사건 이후 교권침해는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다. 교권보호위원회 개최 건수는 2019년 2662건에서 2023년 5050건으로 늘었다. 교보위가 학교에서 지역교육청 관할로 옮겨진 올해는 3월부터 6월까지 1364건의 교보위가 개최됐다. 교사를 향한 아동학대 신고도 계속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부터 올해 6월까지 교원 대상 아동학대 신고는 총 553건이 접수됐다.
교권을 침해하는 방법은 더 치밀해지고 있다. 원주현 중등교사노조 위원장은 “서이초 사건 이후 발생한 여러 교권침해 사례를 보며 학생과 학부모가 ‘이렇게 하면 교사를 괴롭힐 수 있다’는 것을 학습한 듯하다”고 말했다.
가해자들이 가장 강력한 무기로 내세우는 것 중 하나는 아동학대 신고다. 원 위원장은 “상담 사례 중 일관된 진술만 있으면 교사를 정서적 학대로 몰아붙일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학생들이 없는 사실을 지어내 무고로 교사를 코너에 모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교권보호위원회 역시 “처분 속도가 느리고, 처벌 수위도 약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교보위가 학교에서 교육청 개최로 바뀐 올해 이후 교보위 최고 처벌에 해당하는 전학·퇴학 조치를 당한 경우는 103건(9.1%)으로 지난해 대비 2.9%포인트 줄었다. 반면, 가장 낮은 수위인 학교·사회 봉사는 536건(46.9%)으로 전년보다 22.4%포인트 늘었다. 학부모 처분 역시 낮은 수위인 서면 사과는 62건(56.4%)인 반면 고소·고발은 한 건도 없었다.
지난 6월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는 여자 화장실에서 교사 몰카를 촬영한 2학년 학생이 출석정지 10일 처분을 받았다. 서울시교육청에서 교권보호 등의 업무를 담당했던 전수민 변호사는 “원래라면 출석정지가 아니라 강제전학이 이뤄졌을 일”이라고 말했다.
“학교는 만인의 투쟁의 장으로”
학부모도 불만이 없지 않다. 최근 한 초등학생의 아동학대 신고 건을 대리하고 있는 변호사 C씨는 “한 학생을 하루에 서너번씩 불러서 같은 훈계하는 등 교사 역시 지나친 행동을 하기도 한다”며 “학부모가 민원을 넣으면 바로 교사들도 교권침해라며 민감하게 반응하다 보니 일이 커지는 사례도 더러 있다”고 말했다.
교육계에서는 “교사에 한해서는 아동학대 신고에서 제외하는 방안이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교권보호 5법 개정 시 이런 내용의 아동학대법 개정이 추진됐으나 보건복지부 등의 반대로 무산됐다. 특정 직군만 아동학대에서 제외하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원 위원장은 “서이초 사건 이후 교육부와 각 교육청은 교권 침해 가해 학생에 대한 분리 조치, 학부모에 대한 과태료 부과 등 불이익을 주기로 했지만 이런 조치도 교사가 아동학대로 신고당하는 순간 전부 소용이 없어진다”고 말했다. 전 변호사는 “학부모 입장에서도 교사에 대한 불만을 표출할 수단은 민원 혹은 신고밖에 없다”며 “결국 학교가 학생, 교사, 학부모 등 만인의 투쟁의 장이 된 상태인데 이를 막기 위한 중간 단계의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민지·서지원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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