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항 선생 친필 '종오소호' 편액···일본서 고향 영광 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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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대 유학자 수은(睡隱) 강항(姜沆) 선생이 400여 년 전 직접 쓴 편액이 이낙연 전 국무총리를 거쳐 일본에서 29년 만에 고향인 영광 내산서원 품으로 돌아왔다.
일본의 강항 연구가 무라카미 쓰네오 씨에게 편액을 기증받은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사토 신치로 수은강항선생 일본연구회장, 김동진 강항선생기념사업회장(광주대 총장), 강재원 내산서원보존회장 등이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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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항 일본연구가 '무라카미 쓰네오' 씨 기증
논어 술이편 "내가 좋아하는 바를 따르겠다"
조선 시대 유학자 수은(睡隱) 강항(姜沆) 선생이 400여 년 전 직접 쓴 편액이 이낙연 전 국무총리를 거쳐 일본에서 29년 만에 고향인 영광 내산서원 품으로 돌아왔다.
강항 선생의 종오소호 편액 기증식은 17일 오후 3시 전남 영광군 불갑면에 자리한 내산서원에서 열렸다. 내산서원은 강항 선생을 모신 곳이다. 편액(扁額)은 건물이나 문루 중앙 윗부분에 거는 액자다.
이날 기증식에는 400여 년 전, 선생이 남긴 뜻을 기렸다. 강항문화제·영광내산서원보존회가 주최, 광주대가 주관했다.
일본의 강항 연구가 무라카미 쓰네오 씨에게 편액을 기증받은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사토 신치로 수은강항선생 일본연구회장, 김동진 강항선생기념사업회장(광주대 총장), 강재원 내산서원보존회장 등이 함께했다. 광주향교와 영광향교, 이흥서원 등 지역 유림과 영광지역 초·중·고생도 자리했다.
반환된 편액은 길이 1m 50㎝, 너비 55㎝로 무게가 27㎏에 이른다. 강항 선생이 1597~1600년 일본억류를 마치고 귀국해, 1618년까지 영광에 살며 강씨 문중 누군가에게 써 준 것으로 알려졌다.
편액을 받은 이가 문중 사당 정면에 걸어 대대로 보관해 왔는데, 1950년께 사당이 낡아 무너져 편액도 파손됐다. 이후 수집상에 의해 일본으로 유출된 것으로 추정되나 그 과정의 전언은 분분하다.
일본의 강항 연구가이자 전 오즈시청 공무원인 무라카미 쓰네오(村上恒夫, 90세) 씨가 1995년 8월에 이 편액을 전달받아 수리·보관해 왔다. 무라카미 씨는 지난 5월 23일 본인의 건강 상태 등을 고려, 보관해 오던 편액을 이낙연 전 총리에게 기증했다. 편액은 6월 27일 인천세관을 거쳐 한국으로 돌아왔다.
강항 선생은 전남 영광 출신 유학자이자 의병장으로, 정유재란 당시 일본에 끌려가 오즈와 교토 지역에서 유학을 전파한 인물로 '일본 주자학의 아버지'로 불린다.
편액에 쓰인 종오소호(從吾所好)는 논어 술이편 '자기가 좋아하는 데로 좇아서 한다'는 공자의 말씀이다. "부를 추구할 만하다면 비록 말채찍을 잡는 사내가 되더라도 나 또한 그렇게 하겠지만, 만약 추구할 만하지 않다면 내가 좋아하는 바를 따르겠다"는 뜻이다.
글귀는 "생각과 마음이 이르고 몸이 흔쾌히 따르는 일로 활동하는 게 가치 있다"라고도 풀이돼, 현대사회 지향점을 일러준다.
이낙연 전 총리는 "고향 품으로 돌아온 편액이 강항 선생을 기리는 국내·외 학문 연구에 이바지하고, 후학들에게 큰 가르침을 줄 것"이라며 "한일 양국 간 문화적 교류에도 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호남취재본부 김건완 기자 yach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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