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나 박세은 “출산은 내 인생의 전환점…즐기며 춤추게 됐다”

장지영 2024. 7. 18.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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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했을 때 가장 두려웠던 것은 춤을 추지 못한다는 거였어요. 하지만 딸을 출산하고 6개월 만에 복귀한 이후 예전보다 더 즐겁게 춤을 추고 있습니다."

'발레의 종가' 파리오페라발레단(POB)의 첫 동양인 에투알(수석무용수) 박세은이 2년 만에 국내 무대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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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일 예술의전당에서 ‘파리오페라발레 에투알 갈라’ 출연… 2년 만의 한국 무대
파리오페라발레 에투알(수석무용수)인 박세은이 1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파리오페라발레 에투알 갈라 2024’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뉴시스

“임신했을 때 가장 두려웠던 것은 춤을 추지 못한다는 거였어요. 하지만 딸을 출산하고 6개월 만에 복귀한 이후 예전보다 더 즐겁게 춤을 추고 있습니다.”

‘발레의 종가’ 파리오페라발레단(POB)의 첫 동양인 에투알(수석무용수) 박세은이 2년 만에 국내 무대에 오른다. 오는 20~24일 POB의 동료 무용수들과 함께 ‘파리오페라발레 에투알 갈라 2024’에 출연하는 것. 출산 이후 처음으로 국내 관객과 만나는 자리다. 박세은은 지난해 3월 30년 만에 내한한 POB의 ‘지젤’ 공연에는 출산한 지 2개월밖에 안 됐을 때라 출연하지 못했다.

17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박세은은 “임신 3개월까지 무대에 올랐다. 의사들이 배 근육이 두꺼워서 춤춰도 괜찮다고 했다. 이후 무대에 서지 않더라도 만삭 때까지 토슈즈를 신고 스트레칭을 하는 등 꾸준히 연습했다”면서 “출산 이후 6주 지나서 의사의 허락 아래 조금씩 연습을 시작했다. 얼마 안 가 예전의 몸 상태로 돌아온 덕분에 6개월 만에 무대에 설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원래 고민이 많은 편인데, 아이를 낳고 나니 육아에 피곤해서인지 고민할 시간이 없어졌다. 그리고 예전보다 더 즐기면서 춤을 추게 됐다. 발레리나로서 내 전환점은 출산인 것 같다”고 웃었다.

이번 갈라 공연은 박세은이 출연자 캐스팅과 프로그램 구성을 전담했다. 박세은과 발랑틴 콜라상트, 폴 마르크 등 6명의 에투알을 포함해 POB 단원 10명이 출연한다. 지난해 POB의 ‘지젤’ 내한공연 당시 이례적으로 에투알 승급이 발표돼 화제에 올랐던 무용수 기욤 디오프도 출연하다. 그리고 POB의 핵심 레퍼토리 18개가 A, B 프로그램으로 나뉘어 이틀씩 선보인다.

파리오페라발레 에투알(수석무용수)인 발랑틴 콜라상트(왼쪽부터), 박세은, 폴 마르크가 1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파리오페라발레 에투알 갈라 2024’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뉴시스

박세은은 “POB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레퍼토리를 가진 발레단이다. 어떤 작품을 한국 관객에게 보여드려야 할지 결정하는 게 힘들었다”면서 “‘최고의 작품’ 하나를 꼽을 수 없을 만큼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 하나하나가 보석 같다”면서 “프로그램을 둘로 나눈 것도 관객이 공연을 두 번 보시길 바라기 때문”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박세은은 2011년 POB에 준단원으로 입단해 10년 만인 2021년 6월 에투알이 됐다. 2018년엔 ‘발레계의 아카데미’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당스 상을 받기도 했다. 박세은은 “나 자신에 대해 늘 부족하다고 느끼는 편이다. 그런데, 에투알이란 타이틀이 생기면서 자신감을 가지게 된 것 같다. ‘넘어져도 에투알은 에투알이지’라고 생각하게 됐다”고 웃었다. 커리어를 성공적으로 이어온 비결에 대해 그는 “내가 특별하게 잘해서라기보다는 포기하지 않으면서 인내하다 보니 좋은 기회를 얻은 덕분이다. 결국, 타이밍의 문제인 것 같다”며 “후배들에게도 ‘너만의 타이밍이 올 테니까 조급해하지 말고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해라’라고 말하곤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공연 기간에 박세은은 동료 폴 마르크와 함께 한국의 발레 유망주들을 위한 워크숍에 강사로 참여한다. 파리오페라발레에서 보낸 13년의 경험을 들려주면서 프랑스 발레 스타일을 알려줄 예정이다. 박세은은 “프랑스 발레 스타일은 동작보다 감정이 먼저 나오는 것이 특징이다. 테크닉도 중요하지만 과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춤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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