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서이초 교사 떠난 지 1년, 무엇이 달라졌나
부푼 꿈을 안고 교단에 선 서울 서이초 선생님이 지난해 여름 이 무렵에 학생들의 곁을 떠났다. 그 소식을 들었을 때 우리 사회는 사람이 만나는 자리마다 떠난 이에 대한 안타까움과 교육 활동을 보호할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그날을 시작으로 이전에는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교원을 포함한 많은 국민이 교육활동 보호를 위해 치열하게 노력했다. 그 결과 지난해 8월 ‘교권 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 방안’을 마련했다.
국회·정부·시도교육감 협의체의 노력으로 지난해 9월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교원지위법을 비롯한 초중등교육법·유아교육법·교육기본법이 1호 안건으로 통과됐다. 곧이어 아동학대처벌법까지 개정되면서 교원의 교육 활동을 보호하는 기반이 마련됐다.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곁에 함께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큰 힘이 된다.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는 선생님이 더는 홀로 어려움과 마주하지 않도록 함께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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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었지만 ‘교권 보호 5법’ 등 개정
일선 교원 체감하려면 시간 걸려
제도 안착 위해 현장과 소통해야
」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는 아동학대로 보지 않고, 아동학대 신고 때는 조사·수사기관이 교육감이 제출한 의견을 참고하도록 의무화했다. 교원에 대한 아동학대 신고의 불기소 비율이 약 86%라는 통계를 보면 ‘교권 보호 5법’ 개정을 계기로 교원을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보호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교육활동 침해자(학부모)에 대한 조치 비율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서면 사과, 재발 금지 서약, 특별 교육 등 교육활동 침해자에 대한 조치 비율이 2022년 33%에서 최근 79%로 2배 이상 증가했다. 교육활동 침해자 등을 교육청에서 고소·고발하는 건수도 늘고 있다. 모두 교육활동 침해자에 대한 조치의 법제화에 따른 것이다.
교원에게 교육활동 관련 분쟁이나 아동학대 신고가 발생하는 경우 교원을 두텁게 보호하기 위해 교원보호공제사업을 통해 법률적·재정적으로 지원도 하고 있다. 분쟁 초기부터 전문가가 사안 조정 등 분쟁 처리를 담당하고, 민사·형사 소송 비용, 손해배상 책임, 심리치료 비용 등을 지원해 교원이 홀로 맞서지 않도록 함과 동시에 마음까지 회복할 수 있도록 했다.
교육지원청 단위에 교권보호위원회를 설치해 학교 단위에서 교육활동 침해가 은폐·축소되지 않도록 하고, 더 전문적인 심의·조치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교원이 홀로 악성 민원에 응대하지 않도록 99.8%의 학교에 민원대응팀을 설치하고, 모든 교육지원청에 통합지원팀을 설치했다. 90% 이상의 학교에 민원상담실을 조성·지정해 안전한 환경에서 상담을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이후 정부는 다양한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 이를 체감하기까지는 분명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소비자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수많은 광고를 접하지만, 많은 광고 중에서 자기에게 필요한 것을 잘 기억한 뒤 구매 행위로 이어진다.
이처럼 아무리 좋은 제도도 정작 현장에 있는 교원들이 제대로 알지 못하면 정부가 의도한 정책 목적을 구현하기 어려울 수 있다. 개선된 제도들이 현장에 안착하도록 더 적극적으로 알리고, 교육 현장과 끊임없이 소통해야 한다. 좋은 사례를 널리 공유하는 것이 지금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와 국회가 지난 1년간 교권 보호 5법 등 다수의 법을 개정하고 제도를 개선한 것은 분명 괄목할 만한 성과다. 하지만 정서적 아동학대의 개념을 구체화하는 등 추가적인 법 개정 노력도 지속해야 할 것이다. 교원이 교육활동 침해 문제를 혼자 참고 넘기지 말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지원받도록 해야 한다. 교권보호위원회는 신속히 개최돼야 할 것이다.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를 위해 각계가 애쓴 지난 1년간 무엇이 달라졌을까. 숨을 들이쉬기 위해서는 내쉬어야 하듯이 지금까지의 정책을 차분히 되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교육활동 보호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잘 형성됐는지, 교육 공동체가 신뢰와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잘 회복되고 있는지, 그 속에 긍정적인 신호들이 잘 나타나는지 살펴봐야 한다.
우리 모두 학생들이 행복한 학교, 학생·교원·학부모가 함께 행복한 학교를 희망한다. 이를 위해 달라진 것은 무엇일까. 앞으로 남은 것은 무엇일지 함께 고민하면 좋겠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성열 경남대 명예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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