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찬호의 시선] 김 여사, 검찰에 공개 출두해 논란 매듭짓길

강찬호 2024. 7. 18.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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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호 논설위원

요즘 국민은 알고 싶은 게 있는데 알 수가 없고, 듣고 싶은 게 있는데 들을 수가 없으니 몹시도 답답하고 우울하다. 전자는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사건’ 진상이요, 후자는 이에 대한 여사의 진솔한 사과다. 그런데 검찰이 출석을 요구해도, 여론이 사과를 압박해도 용산은 가타부타 말을 않고 빠져나가려는 기색만 보이니 더욱 답답하다.

국민은 명품백 수수 뉴스에 경악했지만, 몰카를 동원한 공작임이 드러나며 사건을 냉정한 시각으로 보게 됐다. 불행 중 다행을 살려 여사 스스로가 논란을 이른 시일 안에 매듭지어야 한다는 게 국민 여론일 것이다.

「 용산, 김 여사 출석요구에 함구
전 정권 수사 동력 상실할 수도
역풍 피하려면 대통령이 결단을

검찰은 이미 김 여사 수행 행정관 3명을 소환했고, 문제의 백도 제출받기 직전이다. 남은 것은 여사가 조사받는 일뿐이다. 일반인과 똑같이 검찰에 출두해 조사받으면서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하는 게 정도일 것이다. 한데 용산의 대응을 보면 거꾸로다. 김 여사 행정관이 검찰에서 “여사가 백을 돌려주라고 하셨는데 깜빡 잊었다”고 진술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건망증도 정도가 있다. 사실이었다면 여사에게 엄청난 곤경을 안긴 이 행정관은 이미 해고됐어야 정상이지 않나. 또 김 여사 변호인은 “처벌 규정이 없어 각하될 사건이고, 여사 소환도 부적절하다”고 했다. 그는 용산 법무 비서실 행정관 출신이다. 용산이 검찰에 “각하하라”고 ‘가이드라인’을 줬다는 오해를 사기 충분하다. 검사 시절 ‘가이드라인’을 극혐하며 항거한 이가 누구인가. 바로 윤석열 대통령 아닌가. 그 스스로도 기자회견에서 “오해가 일 수 있기에 (명품백 수사엔) 언급하지 않겠다. (검찰이) 공정하고 엄정하게 잘할 것”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그제 민주당은 이원석 검찰총장을 청문회에 증인으로 부르겠다고 선언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수사 공정성을 위해 검찰총장은 국정감사 이외엔 국회에 출석하지 않는 것이 관례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이런 폭거를 저지른 이유는 뻔하다. 이 총장이 이끈 검찰의 민주당 적폐 수사 성과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재명 전 대표 최측근인 이화영(징역 9년6개월), 김용(5년)을 비롯해 백현동 로비스트 김인섭(5년), 대장동 ‘화천대유’ 김만배(2년6개월)·남욱(8개월)·최윤길(전 성남시의회 의장, 4년6개월), 유동규 사실혼 배우자 A씨(1년, 집유 2년), 대북송금 ‘브로커’ 안부수(3년6개월), ‘국회 돈봉투’ 윤관석 전 의원(2년)·강래구(1년8개월), ‘정치자금’ 박모 성남FC 전 임원(벌금 300만원) 등의 1심 유죄를 끌어냈다. 특히 이 전 대표의 법인카드 의혹과 관련해 배모 전 경기도 공무원은 1·2심 다 유죄(징역 10월, 집유 2년)가 선고됐다. 구속된 이들도 부지기수다. 송영길 민주당 전 대표를 필두로 이재명 전 대표의 최측근 정진상, 백현동 개발업자 정바울, 김용 재판 위증 교사 혐의를 받는 이 전 대표 캠프 출신 박모·서모씨, ‘화천대유’공동대표·이사인 이한성·최우향, ‘대북송금’ 신명섭 전 경기도 평화협력국장, 그리고 대장동 ‘50억 클럽’ 박영수 전 특별검사 등이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가 인정돼 한때 구속됐다. 정점인 이 전 대표는 7개 사건에 11개 혐의로 총 4개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여기에 경기지사 시절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관련해서도 검찰의 소환 통보를 받은 상태다. 20명 넘는 민주당 안팎 인사들이 이런 혹독한 검찰의 칼날을 맞은 마당에 국민이 직접 목도한 명품백 논란 수사를 막는다면 ‘공정’이 아이콘인 현 정부는 붕괴 수준의 역풍을 맞게 될 우려가 크다. 어느 나라 국민이 이런 류의 사건이 일어났을 때 개의치 않을 수 있겠는가. 이로 말미암아 김 여사의 잘못보다 몇십 배 클 것이 분명한 전 정권 적폐에 대한 검찰 수사가 동력을 잃을까 불안하다.

위기를 감지한 여당의 한 의원은 대통령에게 “민심을 따르지 않으면 탄핵당하실 수 있습니다”고 대놓고 말했을 정도다. 한동훈 당 대표 후보의 독주에 다급해진 친윤계는 김 여사가 한 후보에 보낸 카톡까지 흘리며 ‘읽씹’ 논란을 유도했지만, 한동훈의 지지율은 높아지기만 하지 않는가. 명품백 등 권력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대통령이 책임 있는 조치를 하지 않는다면 민심을 넘어 당심마저 등을 돌릴 수 있다는 경고등이 켜진 거다. 괜히 전당대회 후보 4명 모두가 명품백 논란에 대해 “김 여사가 사과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 게 아니다. 오죽하면 ‘찐윤’인 원희룡마저 “억울해도 영부인이라면 국민을 먼저 생각하라”고 했겠는가. 김 여사가 검찰에 출두해 투명하게 소명하고 사과해야 하는 이유는 결국 대통령과 정권의 생존에 꼭 필요하기 때문임을 자각하기 바란다.

강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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