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남의 속풀이처방] 흔들리지 않는 믿음이 어디 있으랴
믿음이란 무엇인가? 그리스도교에서는 믿음을 중시한다. 가톨릭교회에서 믿음은 선의 삼위일체에 포함된다. 사랑, 소망, 믿음. 이 세 가지가 사람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중 믿음은 변수가 많은 인생길을 가면서 불안감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필수적인 심리 영양소이다. 그러나 매사가 그렇듯이 믿음 역시 맹목적이어서는 안 된다. 믿음이 사람들의 일상에 해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믿음이 해가 되어서야
오래전부터 치유자들에게 전해 내려오는 말이 있다. ‘PRIMIUM NON NOCERE’. 우선 해가 없도록 하라는 라틴어 경구이다. 과하면 독이 된다고 믿음 역시 그러하다. 믿음을 가지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강변하는 종교인들, 자기는 하느님께 대한 한 치의 의심도 없다고 열변을 토하는 종교인들을 보는 신자들은 자기도 모르게 심리적 질병에 걸린다. 자기 안에서 생기는 문제들을 믿음이 부족해서 생긴 것으로 결론짓고 자신을 비난하는 삶을 살면서 구원 불안증, 종교적 우울증, 완전 강박증을 비롯한 여러 가지 질병에 시달리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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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심 없다는 종교인 경계해야
물음 없는 믿음은 사회적 해악
사이비 공동체의 심리적 바탕
“신앙인은 의심하면서 믿는 자”
」
지나친 믿음은 비단 개인적인 질병에 그치지 않고 확대된다. 즉 인간의 뇌를 경직되게 해서 광신도들을 양산한다. 타 종교를 이단시하고 그 종교의 재산을 훼손하는 사람들, 다른 문화권 사람들에 대한 폭력적인 선교는 이런 자들에 의해서 자행되었다. 물음이 없는 믿음, 의심이 없는 믿음을 가진 자들은 시한폭탄과도 같다. 이슬람교 과격파 소속 아이들이 스스로 자살폭탄을 몸에 지니고 죽음의 길로 뛰어드는 것을 보면 지나친 믿음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알 수 있다.
스스로 믿음이 굳세다고 믿는 자들은 자기합리화와 자기변명에도 능하다. 그 구체적인 사례가 이스라엘이다. 원래 그 땅에 살고 있던 사람들에게 구약성서를 들이대면서 하느님이 주신 자기들의 땅이라고 원주민들을 쫓아내는 파렴치한 짓을 저지르면서 오히려 피해자 코스프레까지 한다. 히틀러에게 당한 일들을 오랫동안 전 세계에 호소하고 동정을 구하면서, 히틀러가 한 짓과 유사한 짓을 중동인들에게 행하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에 이스라엘에 대한 혐오감이 퍼져가는 것은 사필귀정이다.
지나치게 믿음을 강조하는 자들은 사람들을 비현실적인 삶으로 몰아넣는다. 파면된 신부들이 만든 사이비 공동체는 믿음을 강조하면서 매일 계시를 전해준다고 한다. 차단된 상태에서 이런 병적인 믿음을 강요당하면 신자들은 현실 감각이 둔해지고 복종적인 삶을 살게 된다. 현실성이 상실된 상태에서 환각 상태 같은 신앙생활이 지속되면 믿음에 대한 식별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영적 우월감은 열등감의 반영
그렇다면 신자들을 이런 상태로 만드는 종교인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성격 장애자들이다. 그들은 자기중심적이라 자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힘들어하고 괴로워하여도 죄책감을 느끼지 못한다. 다른 사람들에 관해 관심이 전혀 없고 오직 자신에게만 신경 쓸 뿐이다.
자신의 믿음에 지나친 자신감을 갖는 사람들은 영적 우월감을 가지고 있다. 일종의 종교적 선민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인데, 이런 사람들은 대개 열등감이 강하다. 그래서 내면을 들키지 않기 위해 과도하게 믿음에 집착한다. 이들은 스스로 정의롭고 도덕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들의 도덕감각은 원시적이고 유아적이다. 그래서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마녀로 몰아서 학살하는 범죄행위를 가책 없이 저지른다. 내적인 갈등 없이 자기 생각에만 집착해서 행동하는 것이다.
사이비 교주들 대부분이 이런 성향의 소유자들이며 기성종교 안에서도 이런 사람들이 적지 않다. 입으로는 믿음을 외치면서 주님의 뜻과 반대로 돈에 집착해서 헌금과 믿음의 연관성을 역설하는 자들, 일상을 포기하고 기도만 해야 믿음 있는 자라고 강변하는 자들은 믿음으로 자기과시를 하려는 자들에 지나지 않는다.
흔들리지 않는 배는 묶인 배에 불과
믿음은 굳세어야 하냐는 물음에 대해 베네딕토 전임 교황께서는 신앙인이란 의심하면서 믿는 자들이라고 말씀하셨다. 인도 콜카타에서 오래도록 빈민들을 돌보다가 돌아가신 마더 테레사 수녀님. 하루 세 시간 이상 기도하신 그분이 말년에 고백하시길 당신의 평생은 하느님께 대한 믿음과 의심의 갈등이었다고 한다. 한 시인이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말하였다만, 믿음 역시 흔들리는 것이 정상인 것이다.
우리의 인생길은 바다를 항해하는 것과 같다. 파도에 흔들리지 않고 항해하는 배가 어디 있겠는가. 자아라는 작은 쪽배가 흔들림이 없다면 그것은 부두에 묶인 배에 지나지 않는다. 부두에 묶여서 배 역할도 못 하는 종교인들의 허세 가득한 믿음론에 속지 않길 바란다.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홍성남 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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