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필향만리’] 驕且吝 其餘 不足觀也(교차린 기여 부족관야)

2024. 7. 18.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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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驕(교만할 교)는 馬(말 마)+喬(높을 교)의 구조로 말 등에 높이 앉아 거드름을 빼는 교만한 처신 즉 ‘잘난 체하고 뽐내며 건방짐’을 뜻하는 글자이다. 吝(인색할 인)은 文(꾸밀 문+口(입 구)로 이루어진 글자로서 그럴듯한 말로 입(口)만 꾸미는(文) ‘립 서비스’에 능할 뿐, 베푸는 거라곤 없는 인색함을 나타낸 글자이다. 인색(吝嗇)은 ‘돈을 지나치게 아끼고 야박하다’는 뜻이다.

교만과 인색 중 하나만 범해도 못된 인간인데, 더욱 못된 인간은 교만과 인색을 겹으로 부리며 미운 짓만 한다. 이에 공자도 “교만한 데에다 인색하기까지 하면 나머지는 볼 게 없다”라고 한 것이다.

驕:교만할 교, 且:또(and) 차, 吝:인색할 인, 餘: 남을 여. 교만한 데에다 인색하기까지 하면 나머지는 볼 게 없다. 3570㎝.

자랑이 지나치면 교만이 된다. 아내, 자식 등 ‘사람 자랑’은 그래도 이해할 여지가 있지만, ‘돈 자랑’은 그저 꼴사나울 뿐이다. 게다가 밥 한 끼 사는 일이 없이 인색하기까지 하다면 더 이상 볼 게 없는 인간이다. 백금매옥, 천금매린(百金買屋, 千金買隣)! ‘100금으로 집을 사고, 1000금으로 이웃을 산다’라는 뜻이다.

교만하고 인색하면 아무리 호화주택에 살아도 불쌍한 외톨이일 수밖에 없다. 몸은 낮추고 지갑은 자주 열면 이웃과 더불어 사는 행복이 넝쿨째 굴러들어 오리라.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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